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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전시장에서 B컷 사진들을 보고 내 인생을 생각하다

by 썬도그 2011.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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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초점이 나가고 너무 어둡고 얼굴만 댕강 나오고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어둡고 초점이 나가 있는 사진들입니다. 예술사진이냐고요?   절대~~

위 사진들은 B컷 사진입니다. 


위 사진은 '서울사진축제' 전시회가 열리는 남현동 서울시립미술관 남현동 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삶을 기억하라' 전의 한 작품들 입니다.  

사진가 김영석씨는 2001년 부터 3년동안 동두천 일대의 사진관에서 버려진 사진들을 수집했고 
그 사진들을 인화해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B컷 한장 때문에 사진에 입문(?) 하게 된 생활사진가입니다.
고등학교 졸업여행때 찍은 B컷 한장 때문에  사진을 배우게 되었죠.  그 B컷이 너무 창피했고 사진을 제대로 배워서 A컷을 찍어 보고자 해서 사진동아리에 가입하게 됩니다


지금이야 B컷 사진을 찍으면 액정으로 확인하고 바로 삭제를 합니다.
하지만 필름카메라 시절은 A컷이라고 생각하고 찍었는데 B컷으로 나올 때가 많죠. 보통은  사진관에서 알아서 B컷을 필름단계에서 걸러냅니다.

필름을 현상한 후 필름을 들여다 보면서  B컷들을 골라낸 후  A컷만 필름 주인에게 전해줍니다.
그래야 인화값 아낄 수 있으니까요. 간혹 B컷까지 몽땅 인화해서 주는 사진관이 있긴 있었죠

B컷들은 부화하지 않은 알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현상은 되었지만 인화는 되지 못한 무정란 같아 보이고요

전 사진의 쓸쓸함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쁠 때 사진을 찍습니다. 졸업식때, 생일때, 대입학격 후,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하지만 우린느 슬플 때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슬플 때 사진을 찍는것은 터부시 되고 있고 그럴 생각조차 들지 않습니다.  

쓸쓸할 때 슬플 때 사진은 세상에 많지 않습니다. 일부러 찍는 사람들은 사진작가가 대부분일 것 입니다.

사진의 본질이 뭘까요? 무존재한 것들을 기록해서 존재감을 드러내게 하는 것 아닐까요?
길거리에 있는 돌맹이는 무존재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내 카메라가 그걸 진중하게 담고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면 그 돌은 존재감을 얻게 됩니다.

잊혀지고 사라지는것을 담은 으젠느 앗제(1857~1927)라는 사진작가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매일같이 새벽 파리 거리를 카메라로 담았던 앗제,  남들이 찍으려고 하지 않는 없어질 건물들 거리 풍경을 담았습니다.

B컷 사진들을 보면 쓸쓸해 보입니다. 사진은 담고 있는 것들은 쓸쓸한 표정들은 아니지만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B컷의 운명 자체가 쓸쓸해 보입니다.

저는 아예 잘못 찍은 사진을 빼고 B컷이건 A컷이건 무조건 하드에 저장합니다.
B컷이 나중에 보면 A컷으로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제 하드는 사진으로 꽉 차 있습니다.
결코 남에게 보여주기 힘든 사진들,  그러나 내 카메라에 담긴 하챦지만 소중한 존재들이죠

Delete 하나에 하나의 세계가 파괴되는 것 같아서 B컷이라도 지우지 않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B컷들이 있습니다. A컷이 되지 못한 수 많은 루저라고 불리우는 B컷들
하지만 그런 B컷들 때문에 A컷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이 B컷 사진들을 보면서 내 인생의 B컷은 뭘까?  내 인생 자체는 A컷일까?  B컷일까?
그 A컷 B컷 기준을 나누는 주체는 나일까 외부의 시선일까?  설에  친척들 모이면  어머니는 나를 B컷사진 처럼 숨길까 내보일까? 

B컷의 쓸쓸함이 내 머리에 가득차자 좀 슬퍼지더군요
B컷도 존재이유가 있을텐데 우리는 그걸 숨기려고 버릴려고만 했던것은 아닐까 합니다

제가 사진을 시작하게 한것은 A컷 사진이 아닌 B컷 사진 한장 때문이듯  세상의 A컷 사진에서만 감동과 변화를 이끄는 것은 아닐것 입니다.

B컷의 쓸쓸함과 사진의 본질인 쓸쓸함의 기록 이 둘은 묘하게 잘 어우러집니다
그러나 쓸쓸함을 잘 담은 A컷 사진을 우리는 전시장에서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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