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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 가득한 철산동의 가을밤

by 썬도그 2010.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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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카메라 때문인지 몰라도 낮보다는 밤에 카메라 메고 동네 근처에서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낮보다는 밤의 몽롱한 색감이
참 맘에 드네요.  철산동에 갔습니다. 언덕이 높은 곳에 올라가서 철산동을 내려다 보고 싶었습니다.

미국은 언덕에 있는 집이 가격이 비싼데 한국은 반대의 모습이죠. 평창동만 빼면 한국은 언덕에 있는 집들이 집값이 쌉니다.
이런 언덕배기 집들은  재개발조함을 만들어서 언덕을 평탄화 하고 거깅 아파트라는 말뚝을 박습니다.

어제 놀란것은 철산동에 엄청나게 높은 아파트 숲에 놀랐습니다. 공사하는 과정을 지켜본적이 있는데 이젠 다 완공되어서
철산동 자체가 아파트 숲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골목을 간직하고 있는 동네도 있습니다.


골목을 좋아하지만 이런 어두운 골목은  범죄위험도 있죠. 
저 골목을 올라가다가 보니 가로등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었고 비상벨도 있더군요. 정작 범죄는 저런 골목이 아닌 더 으슥한 CCTV도 없고 가로등불빛도 비추지 않는 곳에서 일어납니다.

몇달전  방송에서 보니 깨진 유리창의 효과라고 해서 사소한 좀도둑사건마져도 철저하게 조사하고 해결해야지 더 큰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경찰이 이런 동네 철저하게 순찰하고 능동적으로 범죄에 대비하고 처리한다면  시민들은  좀 더 편하게 거리를 다릴것 입니다. 하지만  며칠 전 일어난  광명 경찰서의 사건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지체장애자인 학생을  절도범으로 몰았던것이  광명경찰서입니다.

날이 추워졌습니다. 이런 추운날씨는 사진가들에게는 애잔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사진찍기 참 좋습니다.
여름은 대기중에 습기가 많아서 쨍한 사진이 잘 담기지 않습니다. 반면 겨울은 건조한 날씨 덕분에  대기의 울렁거림이 없어서 쨍한 사진을 찍기 쉽죠. 

매일 지나가는 골목도 사진으로 담으면 다른 느낌이 나옵니다.


골목을 찍고 있는데 뒷덜미가 뜨끔해 지더군요. 뭔가가 있는것 같아 뒤를 돌아 봤습니다.
그런데 시커먼 개가 절 묵묵히 내려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놀랬네요. 어쩜 개가 짖지도 않고 삼각대 펼치고 사진찍는 저를 내려다 보고 있다니  괘씸해서 한장 찍어주었는데 이 개는 카메라를 피했습니다. 그래서 유령개로 찍혔네요



반달이  뜬 하늘은 청량했습니다.




붉은 가로등빛이 거리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 사진을 자세히 보면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이 보입니다. 한 아주머니가 비닐 봉다리를 들고 올라가시는 모습을 담았는데 사진엔 나오지
않았네요. 제가 찾아간 곳은 철산4동입니다. 이곳은  공공예술을 한 곳이기도 한데  그 흔적들이 살짝 남아 있네요

서울 이화동만 공공예술을 한 것이 아닙니다.





노란 은행잎과  노랗고 붉은 빛을 내는 가로등이 묘한 느낌을 주네요.




언덕에 오르니 하늘에서 별들이 내려온듯한 건물들이 내는 빛들이 반짝입니다.



혜성같은 긴 빛줄기는  강서구에 있는 김포공항에서 뜨는 비행기의 불빛입니다.

이 사진 상공에도  비행기 궤적이 있죠. 언제 한번 비행기 궤적만 담아봐야 겠습니다.

언덕위에서 본 광명시 연립주택들 입니다. 그 뒤로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서 있네요. 골목을 간직한 연립주택들과 골목대신 계단이 있는 아파트,   이게 서울의 풍경이자  한국의 풍경이 되었네요





골목과 계단이 저 같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낭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르신들에게는 고달프기만 하죠







이 행운의 계단을 찍고 있는데 한 할아버지께서 저의 카메라를 보더니

사진 잘 찍어!  멋지게 찍어라며 술에 취하신듯한 목소리로 지청구를 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이 계단을 오르다가   신세한탄도 하셨어요

내가 몸이 늙어서 올라가기 힘들다구요. 그러시더니 몇계단 오르시다가 다시 내려가시더군요. 뭘 놓고 오신듯 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렇게 자신의 동네를  사진으로 담는 모습에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격려를 해주십니다.

사진에 찍히면 동네 홍보도 되고 여러가지로 좋기 때문이겠죠.
그럴때면 제가 사진기자나 작가였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블로그나부랭이가 영향력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요.



하얀 불빛이 가득한 광명시 번화가와  노란 불빛으로 가득한 주택가가 묘한 대비를 하네요.
골목, 우리는 거기서 삶을 배웠고 추억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 골목은 하나 둘 씩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골목을  그리워만 하는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 되어가는듯 하네요

그리워 할때는 골목이 눈물겹지만  정작 그 골목에 살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는게 현실이니까요.
골목탐험은 계속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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