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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독립영화 할, 87분간의 템플스테이 종교 철학 영화

by 썬도그 2010.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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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불가지론자입니다. 불가지론자란  신이 있는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는 없어도 신이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불가지론자라고 합니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이슬람교 모두 믿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오묘한 세상을 절대자가 아니면 이렇게 정교한 시계장치 처럼 만들 수 없기 때문이죠.  이런 기막힌 우연의 연속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혹은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물론 제가 무지한 한 인간이고 인간이 밝혀야 할 진리들이 더 쌓인다면 불가지론자에서 무신론자로 
변하겠죠.  영화 콘텐트에서 처럼  과학과 종교는  잘 융합될수 있다고 봅니다. 과학의 부족한 면을 종교가 채워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종교 철학영화 할을 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 할[喝]
은 불교영화입니다.  그러나  많은 부분  이 영화는 특이한 영화입니다.

먼저 할이라는 뜻을 설명하자면
불교 선종(禪宗)에서 스승이 참선하는 사람을 인도할 때 질타하는 일종의 고함소리
라는 뜻 입니다. 언어라는 테두리로 담을 수 없는 깨달음을 인도하는 소리가 할입니다.

이 영화 할은   줄거리가 없는 영화입니다. 서사가 없고 줄거리가 없습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줄거리를 좀 적어보자면
보육원에서 형제처럼 자란 고아인 우천과 미카엘은  풀리지 않는 번뇌 떄문에(번뇌의 내용은 안 나옵니다) 종교적 갈등을 겪고
신부가 된 미카엘을 뿌리치고  사찰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우천스님이 되죠.  이 우천스님이 노승 청송스님과 1박2일의 화두여행을 하면서
하나씩 가르침을 받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총 10교시까지 있는데요.  1교시 2교시의 자막을 보면서  참 특이하면서도 투박하다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이 영화가 특이한것은  성경책을 보여주면서 성경의 한구절 한구절 각교시가 시작되면서  하이라이트해서 보여줍니다.
불교의 가름침을 받는 템플스테이에서  성경의 한구절 한구절 보여주는 모습은 참 신선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두 종교의 가르침은 하나라고 생각되어 지네요. 불교의 가르침이나 성경의 가르침이나 궁극에 닿으면 둘은 똑같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여전히 종교전쟁이 많은 시끄러운 지구촌이지만  불교의 자비심과 천주교의 사랑이라면 서로 소통할 수 있을듯 합니다.
그래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천주교와 불교를 전면 배치한 구도는 참 좋더군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불교와 천주교의 시선 모두를 담는 영화는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불교영화이고 성경의 문구를 통해서 불교의 가르침을 전달하면서  종교의 가르침은 비슷하다라고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철학 개그콘서트'입니다. 제가 소시쩍에  철학에 심취해서 닥치는 대로 읽었던 적이 있는데요.
철학은 생각이 많을때  그 생각의 해석을 잘 해주는 관념의 학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학하면 머리 아파하죠
절대 머리 아픈 학문이 아닌데 사람들이 참 쉽게 거부합니다.  세상사 힘들고 고달파 보세요. 철학책 술술 읽혀집니다

'철학 개그 콘서트'에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불교는 공안(公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선승이 제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나 수수께끼 뭐 우리식으로 하면 선문답을 통해서 
제자를 돈오(갑자기 깨달음)으로 이끌어 줍니다. 

깨달음을 추구하기 전에는 산은 산이었고 물은 물이었다
깨달음을 추구하는 동안에는,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였다
깨달음을 이르고 나자,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었다
아주 유명한 공안(公案)입니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깨달음을 알고 싶어 찾아온 우천스님에게  노승 청송스님이  이 공안을 말하더군요.
책에서 방금 읽은 내용이 영화속에서 흘러나오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공안을 곱씹어 봤죠.  깨달음을 알기 전과  깨달음을 알고 난후 두 문장은 동일합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었다.  그 사이에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요?  이렇게 제가 머리속에서 궁금해 하자  우천스님이 노승 청송스님에게 바로 묻습니다.

그리고  둘은 1박2일의 깨달음의 여행을 떠납니다.


<할> 가을에 떠나는 특별한 화두 여행


영화 이야기는 좀 있다 다시하구요. 먼저 이 영화 색감이 정말 뛰어납니다.
잡티없는 모습과 선명함 그리고 깨끗함에 놀랐습니다. 특히 조각배를 타고  가는 모습에서는  저런 구도 잡을려면 조각배 몇개 만들었겠네 
했죠. 뛰어난 화면속에 쏙 빨려 들어갈 정도입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가울숲의 모습을 함껏 들이켰습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 영화  캐논 EOS 5D 마크2로 촬영했다고 하네요
DSLR로 찍은 독립영화라고 하는데요.  '무한도전'이나  '미지수' 최근에는 DSLR로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한 드라마가 나와고 있는데요
DSLR의 놀라운 능력에  연신 놀랐습니다. 조막만한  LCD모니터에서 보는것과 다르게 대형스크린에서  선명하고 정확하고 뛰어난 그리고 아웃포커스의 진한 농도에 연신 놀랐습니다.


87분짜리 템플스테이 경험을 하다

영화는  좀 지루한게 있습니다. 이렇다할 사건사고도 없고 스토리도 있는게 아니고 모든 화면이 모자이크 혹은 몽타주기법처럼 
이미지를 툭툭 던져줍니다.  예를 들어  노승 청송스님이  우천스님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  오래된 이야기나 공안을 말하면
화면은  그 공안속 이야기를  카메라에 스틸컷처럼 담습니다.

따라서 어려운 영화만은 아닙니다. 분명 진도가 빠른것은 있어요. 1교시에서 배운 공안을 해석하고 녹여내기에는 제 역량이 부족합니다. 
불교신자분들이라면 진도를 잘 따라가겠지만 거 같은 불가지론자는  따라가기 힘듭니다. 그래도  그 공안은 아직도 머리속에 남아 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청송스님이  밤에 넘실거리는 모닥불을 보면서 생각과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던 모습이 있었습니다. 
생각이 자신을 집어 삼키면 불기둥이 되어 자신이 주체할 수 없게 되고 나중에는 생각에 휩쓸려서 살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불교라는 종교는  비움의 종교라고 하죠. 모든 번민과 고뇌 고통의 원인은 소유에서 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 자동차가 없기 때문에 자동차로 생기는 즐거움도 없지만 번민도 없습니다. 어떤 것을 소유하게 되면 즐거움도 있지만 그로 인해
번민과 고통이 동반됩니다.  따라서  많은 것을 가질수록 번민과 고통이 는다고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법정스님이 쓴 책 무소유를 법정스님이 입적한 후  속세의 사람들이 무소유를 소유할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전 많이 씁쓸해 했습니다.
그 책에 과연 나를 소유해라? 라고 써 있었을까요?  꼭 책을 읽고 깨달아야 할까요?  무소유 그 단어 하나면  전부가 아닐까요?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밤에 향나무로 부처를 깍던 우천스님을 보고 청송스님이 이런 말을 합니다

"우천아!  지금 니가 가지고 있는게  향나무냐? 부처냐?"

청송스님은  말합니다.  향나무가 장승이 되고 의자가 되고 다리가 될 수 있어도 향나무 입장에서는  
변한것은 외형일 뿐 자신은 그대로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 겉모습만 보고  의자라고 혹은 장승이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사물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외형만  추종하고 맹신하는 모습들이 참 많습니다.
눈에 보이는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세상은 점점 비쥬얼화 되어가고  진득함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사람들은 어느순간부터 느림을 예찬하고  도보여행을 칭송합니다. 그리고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얻고 있죠. 많은 서양인들이
템플스테이를 한다고 하는데요.  저도  템플스테이에서 느림의 미학과 철학 비움의  아름다움을 알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멀 그리 많이 손에 쥐고 있는지 그렇게 하질 못하네요

다만  이 영화 이 그 템플스테이의 느낌을  간접화법으로 전달해 줍니다. 
영화는 세련된 면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외형은 투박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름대로  여러기법을 사용합니다. 애니메이션도 나오고  공안을 할때는 많은 눈에 보이는 시각적자료로 그 가르침을 보조합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부처와 예수가 만나는 과정은 크게 나오지 않습니다. 단지 성경의 문구를 읇어주면서 새로운 시도를 한것은 
인정하지만  두 종교인이 만나서 선문답을 하는 그런것은 없습니다.

가장 훌륭한 가르침은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질문하는게 아닌 선생님이 학생에게 질문을 하고 학생스스로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을
가장 멋진 강의법이라고 하죠. 그런면에서 보면  불교 스님들의 가르침의 방법인 화두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제자 스스로가 체우는 
이 학습법,  정말 좋은 강의법이듯 합니다. 



서울에서는  아리랑 시네센터 에서 하루 2회만 상영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http://cafe.naver.com/halmovie 에서  상영내역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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