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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리뷰] 나이들어서 뒤늦게 본 영화 서편제에 감동받다

by 썬도그 2010.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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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단성사에서 개봉한 서편제, 당시는 지금같이 동시다발적으로 개봉하는 풍경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영화가 좋아도
단관개봉이었고 많아야 3개관에서 개봉했었죠. 임권택감독의 서편제는 처음에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죠.  이상하게 전 서편제와 인연이 없었습니다.

인연도 없었지만 크게 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판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서태지나 신해철 같은 가요나 팝이 좋았지 판소리는 별로였죠.  그러나 뭐든 쉽게 구할 수 없고 쉽게 들을 수 없으면
그리워지나요?  해마다 추석이면 성룡과 함께 매년 찾아오던 MBC마당놀이극이 사라진후 판소리를 간접체험 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뭐 무료 판소리공연 같은곳을 찾아가면 들을 수 있긴 하지만 그 정도로 듣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요
최근에  '뮤지컬 서편제'를 보고  '영화 서편제'가 보고 싶었습니다. 뮤지컬과 영화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또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하구요

서편제를 개봉한지 17년이 지난 지금 서편제를 볼려고 하니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에 가서 봐야하나?
그나마 다행인게   http://www.kmdb.or.kr/vod/  에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영화 VOD서비스를 하고 있었고 500원을 결제
하고 관람했습니다.

영화 줄거리는 잘 아시겠지만 저 같이 서편제를 못보셨거나  20대분들이나 10대분들은 보신분들이 드물기에 설명할까 합니다

유봉은 떠돌이 소리꾼입니다. 스승의 첩과 정분이 나서 파면당했죠.  이런 유봉은 이 동네 저 동네 소리꾼 시킬려고 데리고 다니는
친딸도 아닌 송화와 함께 다닙니다. 그러다 한 동네에서 과부인  동호의 어머니와 함꼐 정분이 납니다. 이렇게  4명은 동네를 떠 돌아 다니면서 소리품을 팔아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갑니다.  그러다 동호의 어머니가 산모의 고통끝에 죽게 됩니다.


의붓형제인 송화와 동화는 친남매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고  유봉은 소리할 재주가 없는 동호에게 북을 잡게 합니다.
그러다 유봉과 함께 스승밑에서 수행을 하던 일행을 만나게 되고  유봉은 자존심싸움을 하게 됩니다.

과거의 잘못 때문에  명창인 스승밑에서 판소리를 다 배우지 못하고  떠돌이 신세가 된 유봉.  약장수 패거리와 함꼐 유랑을 하기도 하며
장터에서 소리를 하지만  들려오은 서양악기소리에  사람들은 판소리에 관심가져주질 않습니다.

동호는 매일 죽으로 연명하는 신세를 한탄하며 벌떡 일어나 아버지를 패대기 치고 떠납니다. 송화는 그런 동호를 잡지만
동호는 매멸차게 뿌리치고 떠납니다. 송하는 식음을 전폐하고 소리마져 하지 않습니다. 송화와 동호는 남매 이상의 정이 있었죠


비정한 아버지는 그런 송화에게 과한 한약을 타 먹여서  눈을 멀게 합니다. 이 부분을 많은 사람들이 욕을 합니다
어쩜 저런 매정한 아버지가 있을까 하구요.  맞아요 유봉은 매정한 아버지이지만  송화가 득음하게 하기 위해서 눈을 멀게
한것만은 아닙니다.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동호와 송화와의 묘한 관계 그리고 결정적으로  소리에 득음을 할려면 시각의 방해를
제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죠. 

눈이 먼 송화는  한참이 지난 후에  소리를 하겠다고 합니다.   유봉은 틈틈히 번 돈으로  다 배우지 못한 판소리를
과거 친구였던 그러나 유봉이 파문당한후 수제자가 된 친구를 찾아가  판소리 레슨을 받습니다.

소리재에 정착해서  득음을 해나가던 송화.
아버지는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날고  자신의 잘못을 고백합니다.  자신이 눈을 멀게 했고 송화는 그걸 알고
있었냐고 묻기에 송화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버지 유봉은 말합니다. 니 소리엔  분노와 한이 있어야 하는데  원한의 소리가 들리지 않음에 눈을 멀게 한것이
나 인것을 송화가 알고 있고 그걸 삮이고 있는것을 알고 있었다구요. 


세월이 흘러 동생 동호는 눈먼 누이 송화를 찾으러 다닙니다. 한가정의 아버지가 된 동호, 그러나 기구한 팔자가 된
누이 송화의 소식을 뒤쫒기 시작하죠.

그리고 송화의 과거를  아버지 친구인 혁필가에게서 듣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두 남매는 한자리에서 소리를 하게 됩니다.  동생은 자신이 동호라고 말하지 않고 밤새 심청가를 부릅니다.
날이 새자 동호는 떠나고  송화는 떠나는 동호를 알아챕니다.  동생이 왔다 갔다면서  팔자에 맞지 않게 3년동안 호강했다면서
또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 개봉년도인 93년에 덜컹 봐버렸다면 이렇게 까지 감동받지 않았을 것 입니다.
판소리는 참 이상한게 그 울림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마음으로 느낄려면 나이가 들어야 하나 봅니다.
무엇이든 나이를 먹으면서 수많은 인생 경험이 쌓이고 나서 음악과 그림과 영화를 보게 되면 그 느낌이 확연히 다릅니다.

영화  '박하사탕'을 철모르던 20대에 볼때는 좀 지루했지만  10년이 지나서 다시 보게 되니 너무 가슴이 아프더군요
판소리라는 소리도 그런것 같아요. 그 목의 떨림과 흥겨움은 나이가 들어야  그 판소리에 빗소리와 파도소리
혹은 바람소리가 있는지 들리더군요.   세상 모든 소리를  목소리로 내는 판소리.  이런것을 깨닫기에는 어린 나이의 저에게는
느끼지 못했겠죠.  물론 그런 것 까지 모르고 봐도 좋은 작품입니다. 특히 몇몇 장면은 한폭의  풍경화가 아닐까 할 정도로 좋았죠

오정해의 묘한 매력에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검색하면서 봤습니다.
오정해가 배우야 국악인이야?  내용을 찾아보니 아버지로 나온 김명곤이야 소리꾼이기도 하면서 연극인이지만
오정해는 배우가 아닌 국악을 잘하는 국악을 했었고 국악인으로 연기를 했다고 하네요.
이 영화는 송화의 영화입니다. 아버지 유봉에게서도 동호에게서도 별 느낌을 받지 못하지만 그 갖은 고초와 고생을
하면서도 모든게 자신의 업보라며 그 업보를 소리로 승화시키는 송화에게서 눈시울이 붉어 집니다. 눈을 멀게 한
아버지를 한번도 원망하지 않으면서 친아버지도 아닌 아버지를 따라 다니는 송화라는 캐릭터가 서편제 전체를
휘어잡는 힘이 있습니다.

외커플 미인의 대명사 오정해의 단아한 연기 특히 마지막 시퀀스인 심청가에서는 모든 매력을 발산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김수철의 음악에 있었습니다.  뮤지컬 서편제도 매력있고 좋은 작품이지만 단 하나 따라가지
못한것이 김수철의 그 단아하고 청아하고  파리한 대금소리의 영화음악은  언제들어도 감동적입니다.

김수철의 음악이 서편제의 단조로움을 감싸면서 영화는 큰 감동을 줍니다.
서편제의 후속작인 천년학이 어렵게 2007년 개봉했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차라리 서편제는 서편제로 끝났어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영화 서편제를 못 보신분들이 있다면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영화 서편제 포스터를 촬영한 분이  사진작가  구본창이더군요. 구본창 작가의 포스터가  더 아련하게 들려옵니다.


만약 서편제를 보시게 된다면 혹은 보신분들중에 좋은 자료가 있어 소개합니다.
얼마전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다시보기 코너를 통해서 임권택감독과의 대화가 열렸고 그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있습니다.

http://www.kmdb.or.kr/DIMOS/template/vod/viewer/MOD_viewer.asp?mul_id=15201&file_id=17751&Item_ID=MI100910114318&CLIP_ID=00000000000000&MSCREEN_CLSS=

서편제 조연출이자 존경하는 김홍집감독님과  임권택감독님 김수철씨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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