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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나오는 사진의 종류에 대한 고찰

by 썬도그 2010.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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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 봐도 지겹지 않는 영화가 딱 두편이 있습니다
한편은 20번 이상을 봤지만  여전히 새로운 영화 러브레터가 있고 또 한편은 심은하, 한석규가 주연한 8월의 크리스마스입니다
심은하를 특급배우로 만들어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다음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과  한석규와 다시 공동주연한 텔미썸팅 영화를 끝으로    텔미썸팅후  인터뷰라는 영화를 끝으로 심은하는 연예계를 떠나버립니다.

그러기에 더 아쉬운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더 좋은 이유는 사진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사진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더 애착이 가네요. 이 영화에서는 일상속의 사진들이 많이 나옵니다. 정원이 짝사랑하는 다림을 찍은 사진을 물끄러미 보는 모습과  자신의 영정사진을 스스로 찍는 모습의 서글픔 그리고 자신의 사진이 사진관 앞에 걸려 있는 모습이 얇은 미소를 짓는 다림이의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영화속에 나온 사진들을 떠올리며 하나씩 펼쳐 보도록 할꼐요


그녀사진

우리는 누군가의 사진을 지갑이나 다이어리 혹은 앨범에 고이 간집합니다. 혹은  컴퓨터 바탕화면에 
담아 놓고 자주 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진으로 간진한 다는 행위는 사진의 간편성과 기록성을 이용해서 사랑을 자주 확인
하는 모습과도 닮았죠.

저 또한 군시절 물리적인 만남을 할 수 없을 때 사진으로 그 힘든 훈련병시절을 지냈습니다.
사진중에 가장 자주보고 힘이나고  미소짓게 하는 사진은 그이 혹은 그녀사진입니다.  사진이 가장 순기능이자 힘을 내게 하는 달콤한 사진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입니다.



 내가 찍어준  모르는 사람의 사진

며칠전  광화문광장에서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40대 가량의 아저씨가 저를 부르더니 카메라에 대해서 물어 봅니다.
자동초점 기능이 뭔가요?  VR기능이 뭔가요. 몇가지를 물어보더니

"저기 하루종일 사진을 찍었는데 제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사진 한장만 부탁드릴께요"
"세종대왕 동상이 나오게 찍을까요? 상반신으로 해드릴까요?"

이렇게 우리는 누군가의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대부분의 사진이 내가 누군가를 찍어 주는 사진입니다.

영화속 정원은 출장사진을 찍으러 권투도장에 갑니다. 그곳에서 권투 경기를 며칠 앞둔  권투선수를 카메라에 담죠.
이렇게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찍는 사진들 설레이기도 하고  약간의 두려움도 있으면서 찍어준 사람이  환하게 웃으면서 

"사진 정말 작 찍어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라는 말에 긴장감은 뿌듯함으로 치환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사진을 찍어주는 행동만큼 서로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사진도 없습니다. 
찍히는 사람도 찍어줘서 행복하고  찍는 사람도 특별한 사진이 되길 바라면서 찍어주는 이 행위도 참 즐겁고 상쾌한 모습입니다.

내가 찍어준  사진중 가장 행복했던 사진은 2007년 겨울  눈내리는 종묘에서  노부부가 자동 필카를 주면서 사진 한장을 부탁해고 그 곱디 고운 노부부를 자동필카로  찍어준것 입니다. 아름다운 노부부의 행복한 뒷모습을 내리는 눈과 같이 하염없이 바라 봤습니다.





가족사진


어떤 집에 방문해 보면 그 집 거실에 가족사진이 있으면 그 집은 화목하다는 것을 단박에 느낍니다.
가족사진의 정형화된 스튜디오 사진이 좀 식상하긴 하지만 그 가족사진이 있다는 것은  가정이 화목하다는 의미겠죠
영화속에서는 정원의 초원사진관에  가족들이 와서 사진을 찍습니다.  아들 손주 할머니 3대가 모여서 찍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네요




친구들과 찍은 사진

영화속에서 정원은 친구들과 봄놀이를 한후  사진관에 와서 사진을 찍습니다. 왜 그렇게들 단체사진을 찍으면 손 처리에
미숙한지 허리에 손을 올리는 포즈는 왜 그렇게들 본능적으로 나오는지.   

친구들과 놀러가면 사진을 꼭 한번씩 박죠. 그런데 찍사가 된 친구는 항상 그 사진에서 빠져 있습니다
가족사진에서 아버지가 안보이듯 한명은 꼭 희생하게 됩니다.  저는 항상 찍사가 되는데 그래서 제가 나온 사진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더 서글프게 아무도  제가 찍는것을 만류하고 이번엔 내가 찍어줄께 안하더군요. ㅎㅎㅎ 찍사의 비애죠






영정사진

낮에  가족사진을 찍고 갔던  할머니가 저녁에  초원사진관을 열고 들어 옵니다
"할머니  사진 다 안나왔어요" 정원은 말합니다
"그게 아니고  제사상에 올라갈 사진을 찍을려고"
"할머니 젋었을 때 정말 고우셨겠어요. 예쁘게 찍어드릴께요"

저는 친할머니 외할머니 두번의 영정사진을 봤습니다. 두분 모두 영정사진이 없어서 20년전 10년전에 찍은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사용했습니다.  죽음은 예고없이 오기에 대부분의 영정사진이 반명함판 사진을 확대해서 담습니다.
그래서 영정사진들 대부분이 해상도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고령이 되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어르신들은 조용히 영정사진을 찍습니다. 영화속에서도  가족들이 독사진을 찍으라고 
하는데 왜 독사진을 찍는지 말은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경거망동의 행동일 수도 있지요. 그런 가족들의 마음을 알고 낮에는 만류했던
할머니가 저녁에 초원사진관을 두들기고 영정사진을 찍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진이 영정사진이 아닐까요? 사진은 대부분 기쁨을 주지만 영정사진을 찍는 그 순간은 정말 마음이 착찹할것 입니다.
더 슬픈사진은 영정사진을 스스로 찍는 모습이겠죠.  정원은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기에  스스로 영정사진을 찍습니다





개인앨범

정원은 심하게 앓은 후  초원사진관에 돌아와 자신의 개인앨범을 들여다 봅니다.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정원
사진앨범속에  정원은 소풍때 나무에 기대서 어색한 포즈로 서 있고 까까머리의 촌스런 모습으로 담겨 있습니다.

지금은 사진을 인화하지 않고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게 대부분인데 이런 이유로 사진을 앨범에 담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진은 예전보다 더 쉽게 많이 싸게 찍을 수 있지만 사진앨범속의 사진은 얇기만 합니다.  너무 과하면 모자란만 못하고 사진이 흔해지니 보관이라는 가치를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앨범은 한 개인의 역사책입니다. 또한 자서전이기도 하구요.  여러분들의 사진앨범은 언제 저장을 멈추었나요?




 내 기억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체 떠날수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영화는 정원의 독백으로 끝납니다. 모든 사진은 찍는 순간부터 추억이 됩니다.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시간을 사진은 박제시킵니다
추억의 마중물이 되는 사진.   이런 이유로 동영상홍수시대인 요즘에도 사진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사진속 그녀는 나이를 먹지 않지요.  그래서  우리는 가끔 사진첩을 들쳐 봅니다.
20대의 어수룩한 그러나 밝기만 한 나이의 내 모습과  한 아이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  아버지가 찍어준 내 사진을 들여다 보면서  
이제는 내가 카메라 앞이 아닌 뒷편에 서 있어야 하는구나의 소명의식도 가지게 됩니다. 


누군가를 사진에 담는 행위는 즐거운 행동입니다.
재미있게도 미소짓고 찍는 사진은 미소짓게 만드는 사진이 되고 인상쓰면서 찍은 사진을 보면 인상이 써지게 됩니다.

명작은 세월을 타지 않는다고 하죠?  영화는 빛바래져 가지만 그 감동만은  총천연색 컬러사진으로 남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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