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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국내사진작가

사진가 마동욱이 담은 전남 장흥의 거대한 앨범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by 썬도그 2010.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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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과 가장 감수성이 예민했던 10대 그리고 군대가기전의 청춘의 꽃봉우리를 지냈던  옛동네. 
가끔 그곳에서 뛰어노는 꿈을 꾸곤 합니다. 어렸을때는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어 했는데 이제는 어린시절이 그리워 지네요.

그러나 그리워만 할뿐 이제는 다시 갈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서울 대부분이 그렇듯  산비탈에 만들어진 마을은  말끔하게 평탄화 작업을 한후  3동의 작은 아파트가 영화 우주전쟁의 우주선처럼 우뚝 서 있습니다.  이사를 간후 한 5년만에 우연히 찾아간 옛동네.  차안에서 바라보던  옛동네를 보다가 언제 한번 카메라로 이곳을 담아야 겠다고 다짐을 했고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핑계 같지만  당시는 필카시대였고 간편하게  사진을 찍지 못했죠. 

그런 핑계를 부지런함으로 뛰어 넘었어야 하는데  게으름은  무너진 유년시절의 붕괴로 다가왔습니다.
디카를 들고  찾아간  동네는  그 1년 사이에 모두 허물어졌고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10분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운하더군요.  그리고 미안했습니다.  내 자신에 서운했습니다.  이제  유년시절 옛동네의 풍경은  내 머리속에서만 살아있다는 점에  자책을 했습니다.  사진으로 남겨 놓았다면 가끔씩 찾아서 바라볼 수 있을텐데 이젠 그런 모습도 없습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을  고향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저와 같이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고향은  저와 같이  파괴되고 낯선 아파트가 들어선 모습을 변했습니다.  모두들 고향은  머리속에만 존재할 뿐  지리적으로 같은 위치지만 고향을 떠올릴 만한 이미지가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이 갸여운 서울사람들. 그러나 정작 서울사람들 스스로는  그런 갸여움을 모릅니다.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기보다는 앞으로 전진하기 바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고향이 있는 사람 아니 고향이 파괴되지 않고  형채는 변했어도 형태는 올곧게 간직한  고향이 있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삶의 변화속도만큼  더디게 변하는 고향을 간직한 사람들.  늙어감의 속도가  사람과 같은 주기를 가진 고향을 가진 사람들이 무척 부럽습니다. 

우리가 1박2일을 보면서 느끼는  묘미하나가  바로 고향에 대한 느낌 아닐까요?  요즘 농촌 체험프로그램들이 부쩍 늘었는데 우리가 잊고 살았던 고향의 풍경을  병풍처럼 두르고  그곳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아내고 있는것은 아닐까요?  특히 고향의 부재를 느끼는 서울사람들이 더 좋아할 프로그램입니다. 


마동욱 사진가는  전남 장흥분이십니다. 그는 20년동안 고향을 사진으로 담고 있습니다.
마을잔치때 병풍처럼 풍경이 되어 잔치를 작은 셔터소리로 담은 마동욱 사진가.

그거 20년동안 한국의 정남진이라고 하는 장흥을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앨범으로 담았습니다.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라는 사진집은  전남 장흥의 거대한 앨범이자 사진집입니다

제가 사진작가로 하지 않고 사진가라고 하는 이유는 마동욱 사진가님이  극구 사진작가라는 칭호를 부담스러워하며  사진가라로 겸손하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담은 장흥의 풍경은 어느 풍경사진작가보다 울창하고 우렁차고  진중함이 있습니다

왜 정남진이라고 하냐구요?   정동진 아시죠? 정동진은  서울에서 정 동쪽에 있다고 정동진이라고 하고  정남진은  서울에서 일직선으로 그어서 남쪽에 있기 때문에 정남진이라고 합니다.

사진집을 들쳐보면 장흥출신의 변호사와 같은 난사람들이  고향에 관한 글이 한쪽면에 있고 한쪽은  마을주민들 한분 한분을 꼼꼼하게 담았습니다. 

그리고 장흥의  4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았습니다.


이런 마을잔치나  고향 사람들의 미소를 20년동안 담은 마동욱 사진가는   장흥분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었네요

마동욱 사진가는 사진에 대한 교육을 받은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돈벌이로 사진을 찍는것도 아닙니다.  그냥  하나의 거대한 관찰자로써  장흥의 이야기를 20년동안 담았습니다.    사진은 하나의 기록매체입니다.  그 기록이 쌓이고 세월의 더께가 쌓여가면 그 사진은 골동품처럼  가치가  높아집니다.  그런면에서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  고향을  올곧게  담아 왔습니다.

이런 사진가가 있기에  장흥에 대한 기억은 부패되지 않을것 입니다.  마동욱 사진가의  사진을 살짝 살펴볼까요?









이런 아름다운 사진을 보면서  언뜻  루게릭병으로 돌아가신  제주의 오름을 담았던 사진작가 김영갑이 떠오릅니다. 
남이 알아주던 말던  소명의식으로 고향의 풍경을 담는 마동욱 사진가. 

장흥이 고향인 분들이라면  꼭 보여드리고 싶은 사진집이 바로  정남진의 빛과 그림자 이며 장흥이 고향이 아니더라도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하는 사진집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전남분이신데  이 사진집 보여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더군요.  바로 옆동네라면서 3시간동안 사진집으로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고향이 파괴된 저로써는 아련함으로 다가오는 사진집이구요. 
마동욱 사진가같은 분이  있었다면  내 고향도 사진으로 남아 있었겠죠.

쨍한사진. 달력사진같은 아름다운사진도 좋지만   이런 기록사진 같은  오랜 시간의 기록물이  더 아름답게 보여집니다.
사진의 홍수시대가 된 요즘 과연 우리는  세상을 얼마나 기록하고 그 기록물을 얼마나 잘 보존하고 살고 있을까요?  하드디스크가 뻑이나면 사진이 모두 날아가고  3년전에 찍은 사진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헤매다가 포기하기 일수인 요즘.

사진에 대한  또 다른  물음을 던져주는 사진집이네요

마동욱 사진가님은 블로깅도 합니다. 마동욱의 고향이야기 http://blog.ohmynews.com/biccal 
라는 곳을 운영하시는데 고향의 푸근함을 느끼게 하는 글들이 가득하네요

이런  고향을 지키며 사랑하는  분들이 전국에서 많아 졌으면 합니다.  
사진작가라고 거들먹 거리기 보다는 사진가라고 수줍게 겸손함을 보여주는 마동욱 사진가님의 후덕한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흐뭇하게 본 사진집입니다.


마동욱 사진가님을 보니  어렸을적 본 사진관 아저씨의 느낌도 납니다.  마동욱 사진가님에게 사진관은  전남 장흥 전체일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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