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세상에대한 단소리

조선왕릉은 내 중고등학교때 소풍장소

by 썬도그 2009. 6. 28.
반응형

80년대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신분들은 소풍을  이상하게 조선왕릉으로 많이 갔습니다.
70년대 형님들과 요즘 학생들은 소풍을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80년대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닐때는  소풍장소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바로 조선 왕들의 무덤이 있는 왕릉이었습니다.
사실 불만이었습니다. 아니 왜 죽은 사람 무덤에 가서  뛰어놀고 김밥을 까먹을까 하구요.  하지만 선생님 누구하나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까라면 까~  가라면 가~ 라는 분위기속에 따라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게  바로 선정릉이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때인 85년인가 막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서  선릉역에서 하차하여 선정릉에 갔었습니다. 그때의 선정릉 주변풍경이란   정말 휑했습니다. 학원이 하나 있었고 주변에 건물이 많지 않더군요.  지금은  한국 최고의 마천루가 있는곳이 되어 버렸지만요.  격세지감이죠

또 생각나는곳이 헌인릉입니다. 태릉도 갔었습니다.  왜 그렇게  소풍을 조선왕들의 무덤으로 가는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수풀이 우거지고   조용한곳이라서 그랬나요?  그렇다고  무덤가에서 뛰고 놀고 소리치는게 이치에 맞나?  어린 나나 지금의 저도  이해가 안갑니다.

100년전에 한국에 온 프랑스인  에밀 부르다네가 쓴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
에서 보면  한국은 망자의 나라라고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산사람들이  죽은이를 위해 3년동안  무덤가에서 기거하는 모습도   전국의 산이란 산에는   봉긋한 무덤들이 있는 모습에  조선은 죽은자들 때문에 산자들의 삶을 방해하는것은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시선을 보내더군요.    조상을 과할정도로 숭배하는 조선의 유교사상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조선의 유교사상의 커다란 증거인 조선의 왕릉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조선의 건축물들은 사실 눈에 확 들어오는  건축물들이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일본과 중국의 건축과 비슷하고 그나마도 이제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왕릉만큼은  보존도 잘 되어 있고 규모도 대단합니다.  조선왕릉들이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분명 축하할일이고 좋은 일입니다.  다만  문화재청이  이 왕릉들을 잘 관리해야 하는데 좀 걱정이 되는것도 있네요.

2년전인가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왕릉에 가스버너를 가지고 들어와 음식을 데우고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 모습이 기자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왕릉에 큰 건축물들이 없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강남에 가면  가끔 선정릉에 갑니다. 강남의 그 복닥스러운 모습을 피해 잠시 휴식같은 느낌을 주는곳이죠.  선릉에서 바라보는 강남 마천루를 보다 보면  뉴욕의 센트럴파크 갔다는 느낌도 살짝 듭니다.

조선의 왕릉들로 소풍가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소풍장소가 참 없긴 없나보다라는 생각과 함께  죽어서도  후손들에게 웃고 뛰놀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왕들의 넉넉함도  생각나게 하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왕릉으로 소풍가는것은 별로 좋게 보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왕릉으로 소풍가는 풍경이  괜찮으신가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