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덕수궁 조문행렬 현장에 다녀 왔습니다.

by 썬도그 2009. 5. 24.
반응형
누군가가 죽었거나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면 그냥 덤덤합니다.  그래도 살아보지 하는  책망을 할뿐이죠.
그러나  슬픔은  좀 늦게 밀려옵니다.  누군가가 우리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을때보다는  그 사람의 빈자리가 느껴질때
그때 눈물이 흘러 나옵니다.

제가 오늘 그랬습니다. 아침에 부시시한  정신으로 TV를 켜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에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리고  그정도였나? 그 정도로 힘들었었나?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슬픔은  오후에 밀려오더군요.

시신운구 장면에서 그가  죄가 있던 없던  한숨이 나오면서  멍해지더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피부에 와닿습니다
그리고  짧은  뉴스 한장명을 봤습니다.  덕수궁으로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의 조문행렬을 밀쳐내고 분향소 간이천막을 들고 뛰는 전의경들의 모습에  울분이 치솓았습니다. 하루종일 안절부절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덕수궁으로  발걸음을 했습니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  혹시  아무도 없는것 아닌가?  경찰의 강경진압에  모두  물러선것은 아닌가? 하지만 그건  기우였습니다.
약 1천여명의  시민들이 조문행렬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행렬은  덕수궁 담장을 따라  손에  국화꽃을 들고  서울시의회 건물
까지 이어졌습니다.  전경버스는  덕수궁을 빙둘러  모든곳을 봉쇄했습니다. 청계천 소라광장은 원천봉쇄 당했습니다.
서울시청도 밀봉되어  소리조차 스며들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학습효과에 의해   시민들이 모일만한곳을 밀봉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격한 감정으로 겨우 열어준곳이 덕수궁앞 조그마한 광장이었습니다.    우리 한국이 가진 소통의 장소  표현의 장소가  덕수궁 앞 작은  공간이 현재의 우리의  자유의 크기를 보여주는듯 합니다.


한 50대의 시민은 서툰 영어로  문법 무시하고  단어들의 나열로 외국인에게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경찰 파쇼!  무솔니니? 오케이?
한쌍의 외국인은 그 설명에 알았다는듯 토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MBC가 카메라로 이 현장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SBS의 여기자는  건조한 목소리로 이 조문행렬이 자정을 넘길거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기자들에게는 하나의 껀수로 비추어지는듯 합니다. 조문행렬은  길게 늘어섰고  조문행렬이 길다보니 서울시의회 건물앞에서 간이 조문소가  즉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한 부녀가  가로수 철망에  촛불을 꽂고 있었습니다.  한결 여유로운 경찰들이  편하게 주변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뉴스를 보니   오늘 8700명 정도의 경찰이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시위도 아닌 조문행렬을   이렇게  까지 과잉대응해야 했을까요?

경찰은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시위를 할것이라고 예상하고  강경한 대비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무현을 질타한 사람들중에는 
한나라당 뿐 아니라  민노총도 있습니다.  민노총이  시위를 한다고 해도 오늘은 아닐것입니다.  오늘은 조문행렬만 가득했습니다.
촛불시위를  밤을세면서 지켜봤지만 오늘은  너무 조용했습니다.

덕수궁 앞 자체가 상가집이 되었습니다. 상가집에서 소리지르면  안됩니다. 그건 상식입니다. 그러나  경찰은  불법시위가 있을까봐  지레 겁을 잔뜩 집어먹고  원천 봉쇄했습니다. 경찰은   조문행렬을  막지는 않았지만  너무 좁은 공간에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간간히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욕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동조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냥  조용히 국화꽃을 들고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소근거릴뿐입니다.


유튜브로 보기

그러나 덕수궁 담벼락 옆에서 곡소리가 났습니다.   저도 순간 울컥했습니다.  순간 주변은 숙연해 졌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었습니다.  노무현이 밉건 곱건   노무현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사람들의 감정까지 원천봉쇄 시키는 현정권과 경찰의  융통성 없음에 치가 떨립니다.    차벽으로  추모의 감정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모습에   한국의 경찰과 검찰과 청와대 한나라당의  무자비한  모습에  여기가 자유국가인가?   공산국가에 없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민주국가인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듭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박연차 게이트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탁에 당신을 버렸지만   그의  정치인으로써의 모습은 지워버리고   퇴임후  후덕한 할아버지의 모습만 기억하고 싶습니다.  손주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 패달을 밟던  당신을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정치를 떠나서  딱 3일만 편하게  애도할수 있는 공간을   현 정권은 마련해 주시길 바랍니다.

유튜브로 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