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꽃미만 '티모시 샬라메'는 작년에 가장 많이 욕을 먹은 배우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망언을 했기 때문이죠.
"근데 전 발레나 오페라 같은 데서 일하고 싶지는 않거든요"라고 말해서 논란을 일으켰죠. 살라메는 바로 사과를 했지만 요즘은 아주 잠깐의 말실수도 맥락 제거하고 망언만 떼어내서 조리돌림하는 시대라서 샬라메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함을 넘어 조롱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샬라메가 거들먹거린 이유가 이 영화 <마티 슈프림>의 마티와 너무 닮은 행동이라서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많은 배우들이 한 배역에 너무 몰입하면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샬라메가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랜만에 보는 뛰어난 오프닝 시퀀스

영화가 시작되면 아주 인상 깊은 오프닝 시퀀스가 나옵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고 착란이 된 난자가 자연스럽게 탁구공으로 변합니다. 이는 아주 중요한 장면으로 주인공인 마티가 결혼이나 가정을 꾸리는 것보다 탁구에 미쳤다는 걸 방증합니다.
여기에 음악도 기가 막히게 잘 활용하더라고요. 감독이 누군가 하고 영화관을 나온 후 검색해 보니 '조쉬 사프디'입니다. 이 감독의 전작인 <언컷 잼스>나 <굿타임>입니다. 이 2편의 영화로 전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감독이죠. 이 샤프디 감독 영화의 특징은 강렬한 대비의 색조와 뛰어난 음악 선곡입니다.
그리고 스토리가 다사다난 합니다. 주인공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 사고 속에서 어떻게든 수습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노력할수록 우리 인생처럼 수습이 되지 않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더 심해져서 이게 뭔 이야기이지? 뭔 영화이지?라고 할 정도로 쉴 새 없이 사건 사고가 밀려옵니다.
마치 숏폼 영상인 릴스를 1분 단위로 엮어서 만든 느낌까지 들 정도로 정신 사납지만 재미있습니다.
마티 라이스먼의 실화에서 영감 받아서 만든 마티 슈프림

영화 <마티 슈프림>은 실화 바탕의 영화입니다. 그렇다고 영화 내용이 실화는 아닙니다. 실제 있었던 괴짜 탁수선수였던 '마티 라이스먼'이 쓴 자서전을 읽고 감독이 이 자서전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어낸 인물입니다. 다만 탁구 대회 내용 등은 실제입니다. 그러나 마티를 둘러싼 주변 인물이나 마티 본인도 가공된 인물입니다.
시대 배경은 1950년 대로 일본 패망 이후 얼마 안 지난 시점입니다. '마티 슈프림'은 저돌적인 청춘 같습니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으면 그걸 끝까지 관철시키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 탁구 국가대표인데 해외 대회 출전비가 없자 자신이 다니는 삼촌 회사 직원을 권총으로 협박해서 돈을 뜯어낸 후 출전합니다. 우승하면 그 우승 상금으로 훔친 돈을 갚으면 되니까요. 그러나 이건 마티의 생각뿐이죠.
삼촌은 마티가 귀국하자 돈을 갚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경찰에 뇌물까지 주면서 체포하려고 하기에 마티는 튑니다.

그렇게 튀던 마티는 동네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레이첼이 근무하는 애완동물 샵에 숨습니다. 그러나 레이첼은 유부녀입니다. 이때 남편이 들어와서 마티를 내쫓죠. 레이첼은 임신 중인데 이 아이의 아빠가 마티입니다. 참 보면서 막장스럽더라고요. 놀라운 건 이뿐이 아닙니다.

마티는 세계탁구대회 선수들이 묶는 허름한방 대신 호텔 스위트룸을 말로 얻어내는 걸 넘어서 왕년에 은막의 스타였던 여배우에게 전화를 걸어서 꼬십니다. 유부녀라고 말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돌격합니다. 그런 청춘의 무대뽀와 열정에 왕년의 스타였던 케이(기네스 펠트로 분)도 넘어갑니다.
사기꾼이자 탁구 선수인 마티 슈프림의 대모험

보고 있으면 마티의 선 넘는 행동의 연속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씨를 싸질러 놓고 책임도 안지려는 인간. 순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말로 위장하는 인간, 사기 탁구를 쳐서 돈을 버는 모습 등등 보고 있으면 좀 이상한 인간으로 느껴집니다. 또한 묘기 탁구까지 하면서 돈을 벌 정도면 돈이 꽤 있을 텐데 항상 돈이 없는 모습은 좀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다 보면 마티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서서히 납득이 되어갑니다. 애는 착한데 쫓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기를 치고 유부녀를 유혹하는 등의 기행을 하는 것 같다는 약간의 동정심도 생깁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개차반인 인간입니다 좋게 포장하면 허슬러 같은 타짜 인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사건 사고가 터집니다. 놀랍게도 모든 사건 사고가 마티의 불행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일이 안 풀릴까 할 정도로 황당한 사건 사고의 연속입니다.
불행 속에 피어난 한 번의 웃음 그리고 영원한 웃음

길티 플레저라고 하죠. 죄책감이 들지만 재미있음을 뜻하는 '길티 플레저'가 딱 맞습니다. 마티 자체는 범죄 행위의 연속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돈을 벌고 성공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과 불행은 오히려 그를 응원하게 됩니다. 참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통쾌함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고삐 풀린 망아지 같던 마티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잘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뭘 말하고 싶은가는 이 영화 엔딩곡에 담겨 있습니다.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 Tears For Fears의 1985년 곡입니다. 아주 유명한 곡이자 지금도 많이 불리고 들을 수 있는 노래입니다. 다만 이 노래의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영화 끝나고 이 노래의 제목을 보니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여기 있더라고요.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세상을 다스리길 원하지"
맞아요. 우리는 평생 세상을 컨트롤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게 뜻대로 되나요. 세상은 운이 더 많이 좌우합니다. 그래서 사기꾼들이 세상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꼬드기죠. 마티도 이 모든 사태와 사단을 수습할 수 있다면서 끊임없이 외치고 달립니다. 그러나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것이 없습니다. 이런 마티가 그 질주를 멈추고 아빠 미소를 짓습니다.
청춘 영화라고 느껴져요.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세상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놓게 됩니다. 노력의 영역 운의 영역을 구분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느껴집니다. 또한 어른은 나이가 아닌 책임을 지냐 안 지냐로 구분되어집니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나이 먹고도 책임 안 지려고 하는 홍 모 감독을 보면 아직도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볼만합니다. 다만 취향을 꽤 타는 영화이니 가려서 보시길 바랍니다.

별점 : ★ ★ ★☆
40자 평 : 어설픈 청춘에서 확고한 어른이 되는 과정을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