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는 좋았다! 이게 칭찬이 아닌 비난으로 들려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덕담으로 들립니다. 영화는 결과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만들었다는 마침표로 끝나야지 시도는 좋았다는 쉼표 자제가 망했다는 소리입니다. 우리는 영화를 공짜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1만 5천 원을 내고 봅니다. 따라서 1만 5천 원 이상의 가치를 담아야 관객들이 찾습니다.
그런 면에서 2025년 한국 영화는 폭망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예 영화 제작 자체를 확 줄여서 크게 망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실사 영화 쪽은 2026년 올해가 더 큰 위기라고 하죠. 그러나 한국 애니 쪽은 아예 가망도 희망도 시도도 거의 안 합니다.
일본 애니인 줄 알았던 '연의 편지' 작화가 꽤 좋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 돈 많은 회사가 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게 됩니다. 우리는 쿠팡 사태로 잘 봤습니다. 애니 쪽도 비슷합니다. 자본력이 높고 시장 소비자가 많으면서도 경험치가 높은 일본이 전 세계 애니 시장을 평정하고 있죠. 일본과 한국의 축구 실력 이상으로 실력 차이가 나는 애니 쪽은 한국 애니가 자리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있다면 3D 유아용 애니 쪽은 그나마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2D 애니 쪽은 한국이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실력 차이가 크죠. <귀멸의 칼날>을 보면서 이젠 흉내도 못 내겠구나 했을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한국 애니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10월에 <나쁜 계집애 : 달려라 하니>와 <연의 편지>를 연달아 개봉했습니다.
<연의 편지>는 예고편 보고 일본 애니인 줄 알았습니다. 작화 퀄리티가 한국 애니가 아닌 것 같았는데 놀랍게도 한국 애니더라고요.
이 두 애니가 모두 손익 분기점은 넘기지 못하고 넷플릭스로 넘어왔네요. <연의 편지>는 40억을 투자해서 손익분기점이 110만 명이라고 하더라고요. 22만 관객이 들었으니 흥행 참패는 아니지만 성공도 못했습니다.
110만 명은 어려운 스코어죠. 그런데 직접 보니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만했습니다. 작화가 아주 좋네요. 예를 들어서 자동차나 기차 같은 이동하는 무기물은 3D로 랜더링 하고 사람과 풍경은 2D를 이용합니다. 이런 방식은 일본 애니는 10년도 더 된 작화법이고 한국도 이런 작화로 나온 애니가 꽤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실사 같은 아름다운 배경은 실제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한 후 그 소스를 애니에 넣어서 아주 퀄리티가 높습니다.

보다 보면 일본 애니인가 할 정도로 작화 퀄리티가 엄청 좋네요. 다만 액션 장면이 거의 없다 보니 역동적인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수채화 같다고 할 정도로 학교 모습만 가득 나오네요. 그런데 서사도 나름대로 좋은 편입니다. 보통 한국 애니는 작화가 좋으면 서사가 딸리는 경우가 많죠. 아니 한국 애니가 일본 애니에 가장 크게 밀리는 건 작화보다는 기획과 시나리오와 연출인데 이것도 꽤 좋더라고요.
참고로 <나쁜 계집애 : 달려라 하니>도 넷플릭스에 올라왔는데 초반 10분 보고 껐습니다. 작화 자체는 꽤 좋지만 달리는 장면에서 너무나도 허술하고 이상한고 뒤틀린 모습에 한숨만 내쉬다가 꺼버렸네요.
또 학원 폭력물인가 했지만 그보다 더 진한 이야기가 있다

학교를 소재로 담은 영화나 드라마는 왜 그리 학원 폭력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사실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청소년을 담은 드라마는 죄다 학원 폭력 아니면 동성애를 담고 있어요. 그 시절 참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가 있는데 너무 비슷한 소재만 담고 있어요. 그래서 또 학원 폭력인가 하면서 시큰둥하게 봤네요.
작화는 너무 좋은데 스토리가 너무 흔한 소재라서 좀 식상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이소리는 지방에서 나고 자라서 서울로 전학을 갑니다. 그러나 서울 학교에서 불의에 맞서다가 왕따를 당하고 고향으로 내려옵니다.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중학교는 모든 청소년 시기 중에 가장 폭력적인 시기예요. 저도 중학교 시절을 싹 지우고 싶을 정도로 중학교가 싫어요.
반에서 학폭이 일어나는데도 다들 못 본 척 했지만 소리는 벌떡 일어나서 학폭 하지 말라고 손가락질합니다. 이 일로 소리는 지방 고향 학교로 전학 오게 됩니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소리는 혼자 지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책상에 한 통의 편지가 올려져 있습니다.

그 편지는 다음 편지가 숨겨진 장소를 안내하면서 동시에 학교 생활 팁이 담겨 있습니다. 누군지 모를 호의를 따라가다 자신처럼 혼자 지내는 동순을 만납니다. 처음에는 동순이 편지를 보냈나 했어요. 그러나 동순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보낸 겁니다. 그 편지를 남긴 사람은 동순의 단짝 친구였으나 홀연히 갑자기 외국으로 전학을 간 호연이었습니다.

연의 편지는 호연의 편지입니다. 호연은 그렇게 교내 곳곳에 편지를 숨겨 놓았고 소리와 동순은 그 편지를 찾아가면서 친해지게 됩니다.

여기까지 보면 흔한 청춘 멜로인가 했는데 예상대로 빌런이 등장합니다.

폭력이 일상인 반 친구가 이 둘이 찾는 편지를 가지고 있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이 폭력배 같은 학생은 악질로 동순이 혼자 지내게 만든 인물이죠. 뭐 그냥 그런 이야기인가 했고 이런 밍밍한 이야기에 어떻게 40억을 태웠나 했네요.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터지면서 갑자기 몰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는 '5월의 아이'라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노래가 나오면서 끝이 납니다.
그 시절 우리들을 돌아보게 하는 청춘물
중2때였을거에요. 조폭의 아들 같은 폭력이 무기인 깡패들이 조례가 끝나면 돌아다니면서 삥을 뜯었습니다. 동물의 왕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 시기가 너무 싫었어요. 선생님들은 이런 걸 알지 못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선생님에게 말하기도 어렵죠. 그때 그만하라고 한 친구가 일어섰고 둘은 크게 싸웠습니다.
내 인생 처음으로 히어로를 봤습니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싸우는 모습은 영웅 그 자체였죠. 이런 모습을 잘 담은 애니가 <돼지의 왕>이고 소설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입니다. 애니 <연의 편지>는 소재는 비슷하지만 괘는 아주 다릅니다. 소리의 그 용기로 인해 전학을 당하게 되는 비극으로 시작해서 호연을 알게 되고 동순을 만나면서 치유해 갑니다.
혼자 일 때는 외롭고 힘이 약하지만 모이고 뭉치면 불의도 이겨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네요. 아름다운 청춘 드라마입니다. 왜 중학교 3학년인가 했는데 지금도 그럴 겁니다. 사춘기라는 개미지옥이 중학교 시절이니까요. 또한 중학교 시절에 가장 많이 성장하기도 합니다.
다 보고 알았는데 소리 목소리를 가수 이수현이 연기를 했군요. 전혀 어색하지 않네요. 몰랐어요. 그리고 노래가 엄청 좋더라고요. 당연히 이수현이 부른 5월의 아이가 크라이막스에 흐릅니다. 착하고 예쁜 애니예요. 눈도 정화 마음도 정화되네요.
별점 : ★ ★ ★
40자 평 : 그시절 우리를 버티게 해 준 너라는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