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서 좋아하는 배우 김다미가 왜 이런 망작을 선택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박해수야 넷플릭스 공무원이고 두 배우 모두 연기에 문제도 흠도 없었지만 박해수는 다시 일어설 기회가 많고 출연작이 많아서 타격이 덜하겠지만 김다미는 <마녀> 이후 큰 영화에 출연한 적이 적어서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야 합니다.
그런데 출연한 영화가 혹평 일색인 영화에 출연했네요. 아쉽고 안타깝네요.
예고편만 보고도 망작인 느낌이 났던 대홍수

전통적으로 넷플릭스는 영화를 못 만듭니다. 이는 국내 영화이건 해외 영화이건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영화 보는 눈이 없어요. 물론 <프랑켄슈타인> 같은 거장이 만드는 영화들은 좋은 편입니다. 문제는 흥행을 목적으로 한 대중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을 잘 선택하고 시나리오 보는 눈이 높아야 하는데 이게 없어요.
그래서 <사마귀> 같은 망작을 만들고 이어서 <대홍수>까지 이어지네요. 예고편 보고서 연말을 망치는 영화라고 예감을 했습니다.
이유는 조악한 CG와 폭우가 내리면 부유물이 엄청나서 물이 맑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수영장 물보다 더 투명해 보이는 물을 보면서 망했다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고요.
감독이 디테일을 놓친다는 것 하나만 봐도 열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영화 초반에 이게 그냥 폭우가 많이 와서 생긴 기후재난 영화가 아닌 소행성 충돌로 인한 남극 빙하가 녹고 그 녹은 빙하 물로 지구 전체가 사라진다는 설정에 물이 맑은 이유가 어느 정도 납득이 가지만 그럼에도 디테일을 너무 소홀하게 여긴 모습은 용서가 안 되네요.
대홍수가 망작이 된 3가지 이유
1. SF 소재 영화라면 핍진성이 좋아야 하는데 곳곳에서 현타가 오게 하는 어설픈 설정

한국에서 SF 영화들이 거의 다 망하는 이유는 디테일과 핍진성에 있습니다. 다른 소재, 다른 장르에 비해 SF는 공상의 세상이지만 과학 기반의 이야기를 잘 꾸며 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동생이자 작가는 물리학 공부를 하고 많은 작가와 감독이 관련 지식을 채우고 영화 시나리오와 연출을 합니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그럴싸하게 만드는 핍진성이 좋아야 관객은 그 영화에 몰입하게 됩니다. 따라서 디테일과 설정이 중요하죠. 한국 SF 영화들은 이게 약합니다. 영화 <대홍수>는 처음에는 재난 영화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재난영화라고 해도 너무 디테일이 떨어지더라고요.
먼저 아파트 3층에 살고 있는데 홍수가 난지도 모릅니다. 물이 3층까지 차기 전에 1,2층이 차면 아파트 방송이나 최소 전국에 싸이렌이 울리고 있어야죠. 다만 이 영화가 중간에 재난 영화이긴 한데 범지구적인 거대한 규모라는 점에 그냥 다 죽는구나 할 때 오히려 설득력이 올라갔지만 범지구적인 재앙인데 주민들이 이걸 잘 몰라하는 모습이나 안내 방송을 넘어 숨길 것이 없는 세상, 숨겨질 수도 없는 세상에서 남극에 소행성 떨어졌다는 걸 숨길 수 있을까요?
그리고 빙하가 녹아서 수면이 오른다고 해도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게 맞고 납득이 갈까요? 뭐 그럴 수 있습니다. 저도 모르니까요. 그럼에도 부유물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차량이나 많은 쓰레기들이 안 보이는 설정은 몰입감을 떨어트리네요.

전지구적 재앙이라는 것을 아파트 주민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구분을 할 수 없습니다. 그 흔한 재난 영화의 뉴스 방송 하나 없고 아파트 관리인의 방송이 한 번 나옵니다. 이게 답니다. 그럼에도 이런 대재앙을 3층에 살던 AI 연구원이 몰랐다? 그것도 황당하지만 그럼에도 성의를 보이려는지 주인공 구안나(김다미 분)가 어머니와 통화를 통해서 한 지역의 고통이 아님을 넌지시 보여주죠.
요즘 한국 영화들은 신파에 극혐을 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 안 보여주다 보니 보다 보면 서바이벌 게임인가? 수영 영화인가 구분도 안가고 긴장감도 없습니다. 주인공인 구안나는 아들인 신자인(권은성 분)만 챙기려고 하고 정부 요원인 박해수가 연기하는 손희조는 탈출만 종요합니다.
재난 상황임에도 재난의 혼란스러움을 느끼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전체적인 이상한 분위기에 초반보다가 껐습니다. 예상대로 대홍수가 아닌 대망작이고 김다미가 안타깝기만 하네요. 감독 이름에 오히려 설득이 갔다고 할까요?
2. 기술에만 매몰된 김병우 감독의 문제점

김병우 감독의 2013년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인도에서 리메이크가 되고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방송국 뉴스 앵커를 잡아 놓고 인질극을 펼치는 밀도 높은 스릴은 지금도 대단한 영화라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나 2018년 개봉한 <PMC : 더 벙커>를 보면서 이 감독이 자신의 장점이 이야기라는 점을 간과하고 현란한 카메라 워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참 이상했습니다. 결국 영화는 망했습니다.
그리고 올 여름에 개봉한 대작인 <전지적 작가 시점>은 나름 볼만한 영화였지만 원작과의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으로 인해 흥행에 참패했습니다. 그리고 <대홍수>를 보면서 몇 년 간은 메가폰 못 잡겠구나 할 정도로 이상한 영화를 만들었네요. 아무런 정보 없이 보던 관객은 대홍수라는 재난영화라고 봤다가 중간에 어차피 지구는 멸망하고 소수의 인류가 우주에 기거했다가 지구가 잠잠해지면 다시 지구 재건을 한다는 내용을 알게 되면서 의아하게 되죠.
또한 중간 이후 핵심 서사는 인류 복원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어려운 건 아닌데 뭔 소리인지 모를 정도로 정체를 모를 이야기를 하네요.
3. 이야기는 독창적지만 매끄럽지 못한 모성애 이야기

전체적인 CG나 특히 우주선 CG와 우주공간 표현은 꽤 좋습니다. 많이 안 나와서 더 좋아 보이기도 하고요. 문제는 너무 혼잣말 같은 기술적인 이야기가 가득 들어가는데 이걸 잘 설명하는 느낌은 없네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님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연출을 보면서 김병우 감독은 몇 년 간 메가폰 못 들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영화 후반은 아들을 찾는 엄마의 반복 시도가 보입니다. 미래에는 인류를 3D 프린터로 복제할 수 있는 시대가 됩니다. 로봇 조립하듯 로봇을 조립하면 그 몸에 맞는 인격을 넣어야 하는데 이 감정이 있는 AI를 만든 연구원이 주인공 구안나입니다. 어린 나이에 엄마 연기를 한다 했는데 이게 이유가 있었네요.
그 모성애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경험치가 필요로 했고 그 경험을 통해서 모성애를 완성해야 하는 모습이 후반에 그려집니다. 스포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알고 봐도 별로고 모르고 보면 더 별로입니다. 솔직히 보면서 뭔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알수가 없더라고요. 매번 반복되는 시뮬레이션 공간에서 구안나는 이전 기억을 이어받는 것도 이해가 안 가고 그런 설정임에도 무슨 수만 번의 시도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박해수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정체도 모르겠고요. 그냥 엉망진창입니다. 주인공이 맹목적으로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설정만 너무 도드라지고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이나 디테일은 약합니다.이런 시나리오가 통과된 것도 놀랍고 이걸 영화로 만들라고 돈을 제공한 넷플릭스는 더 이해가 안 가네요.

아니 요즘 넷플릭스 영화 선택 직원이 바뀌었나요? 아니 전통적으로 넷플릭스 영화들이 대체적으로 망작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직원을 갈던가 해야지 그렇게 시나리오 보는 눈이 없나요? 지금 배우들이나 감독에게 높은 비용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 학원이라도 운영해서 시나리오 작가부터 키워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도 졸작이라는 소리인데 이 영화는 진짜 좋다는 사람 한 명 못볼 듯하네요.
시나리오 연출 제작 모두 엉망이네요. 배우들만 고생했다는 생각만 듭니다. 물에서 연기하는 게 쉽지 않은데요.
별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