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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어쩔수가없다는 시의성과 주제는 좋으나 공감 형성력은 낮다

by 썬도그 2025.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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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결과 발표에서 내 이름이 예비 번호에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내 앞에 1~2명만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등록하죠. 학력고사 시절에는 그랬습니다. 이런 일은 어디 대입에서만 일어날까요? 수많은 면접시험에서도 일어나죠. 

 

그렇다고 우리는 내 경쟁자를 죽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안 하죠. 이게 문제입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주인공인 유만수는 25년 제지공장 경력직이지만 종이밥만 먹고살아서인지 안온한 온실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어쩔수가 없다의 가장 큰 패착은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

<매불쇼>에서 최광희, 거의 없다, 라이너 모두 극찬을 했습니다. 특히 배운 변태라면서 비난을 했던 최광희의 박찬욱 극찬은 낯설기만 합니다. 평론가들도 해외 평론가들도 모두 극찬을 합니다. 

 

전체적인 블랙 코미디나 배우들의 연기 특히 '고추잠자리' 음악이 흐르는 장면은 정말 압권일 정도로 놀랍고 세련되고 유쾌하면서도 놀라우면서도 슬펐습니다. 정말 명장면입니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 팬인 저도 이 영화는 대중성을 높였다고 하지만 결정적인 결점이 있습니다. 

 

바로 공감을 잘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유만수(이병헌 분)은 25년 다니던 제지회사에서 해고당한 후에 바로 다른 제지 회사에 입사할 줄 알았지만 이 제지 회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경찰이 종이 대신 태블릿을 들고 다니는 것에서도 보여주듯이 종이는 점점 사용량이 줄고 있습니다. 이런데 다른 회사에서 직원을 더 뽑으려고 하지 않죠. 

 

그럼에도 신입 사원이 아닌 경력직은 좀 뽑습니다. 새로 교육시키는 것보다 잘 아는 사람을 돈을 좀 더 주고 뽑는 게 나으니까요. 

그러나 1년이 지나도 취직은 되지 않습니다. 이에 집안은 쑥대밭이 됩니다. 2층 양옥집까지 부동산에 내놓고 아내는 다시 치과에 취직을 합니다.

그럼 다른 직업을 가지거나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만수도 그랬습니다. 마트에서 일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지 오래 다니지 못하네요. 어차피 다 일용직이고 비정규직입니다. 정규직이라는 온실에서만 살던 만수는 다시 제지 공장에서 근무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위장 기업을 만들어서 취직 공고를 내고 전국에서 당도한 제지회사 다닌 경력직 이력서를 본 후에 가장 경쟁력이 높은 2명을 죽일 계획을 세웁니다. 또한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문 제지'라는 유망한 제지 회사에 근무하는 현직 근로자까지 죽일 계획을 세우죠. 

 

이게 말이 됩니까? 누가 직장 없다고 사람을 죽일 생각을 해요. 보통 정 안 되면 배달일이나 쿠팡에서 근무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자살을 하죠. 4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하잖아요. 왜 죽겠어요. 사람은 미래가 안 보이면 죽을 생각을 쉽게 합니다. 

 

그나마 원작 소설은 더 심합니다. 그리고 더 재미도 없고 더 공감도 안 갑니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원작은 시작하자마자 경쟁자를 제거한 후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인공의 행동이 공감이 안 가니 설득력이고 뭐고 집중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눈여겨 볼 것들은 많습니다. 먼저 배우들의 연기가 엄청나게 좋습니다. 특히 손예진의 연기는 정말 좋더라고요. 이야기가 옆으로 셀 수 있는데 이걸 꽉 잡아줍니다. 또한 손예진이 연기하는 아내가 있고 그 행동이 우리들의 이야기, 내 가족의 이야기라고 느껴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AI로 인한 직장 직업 붕괴의 시대를 담은 시의성은 참 좋다

공감의 문턱이 있지만 시의성은 아주 좋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 <기생충>과 비슷한 자본주의 국가의 병폐라고 하는 양극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보통 복지가 좋은 나라면 재취업을 개인뿐 아니라 국가에서도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을 안내하고 보살피는 기능이 작동하겠지만 한국은 유럽 선진국에 비해 이게 약합니다. 

 

미국처럼 쉽게 해고 당하고 쉽게 취직하기도 하죠. 노동 유연성이 아주 뛰어난 나라가 한국입니다. 일본처럼 해고 대신에 파트타임으로 전환시켜서 월급은 줄지만 직장은 가지게 하는 시스템도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직장에서 해고당하면 온 가족이 벌벌 떨어야 합니다. 

 

그래서 재취업은 생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고는 죽음이라고 합니다만 이에 비정규직은 자주 부활하는 예수냐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이런 노동자의 계층화까지는 담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기존 노동 관련 영화들이 사용주인 사장이나 회사와 노동자의 대결을 그렸다면 이 영화는 노동자와 다른 노동자의 대결을 다룬 점이 흥미롭습니다. 

얼마 없는 일자리에서 노동자와 노동자가 싸우고 그 얼마 안 되는 일자리마저 AI로 인해 더 줄어드는 대량 해고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맞이해야 할 우리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투영됩니다. 이성민과 차승원이 연기하는 경쟁 구직자들의 사연을 보고 있으면 눈물겹습니다. 특히 가정 있는 남자들이 더 큰 공감을 할 겁니다. 

 

4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데 이 40대 중 남자가 여자보다 2배 이상인 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장이 느끼는 가족에 대한 무게감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압박을 느낍니다. 특히나 요즘은 AI 시대가 되면서 3명이서 일할 것을 1명이서 일하는 시대가 되어버려서 더더욱 살벌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족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영화 <어쩔수가없다>

우리의 삶의 가장 기본 단위는 개인이고 국가를 이루는 강력한 단위는 가족입니다. 가족이 붕괴되면 나라도 붕괴됩니다. 그리고 그 가족을 묶어주는 건 무엇일까요? 가족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는 영화입니다. 보면서 나라면? 내 가족이라면 어떤 판단을 할까 고민하게 되네요. 

 

같은 날 본 영화 <얼굴>에서 주인공 어머니가 아버지가 바람피운 것을 동네에 알렸다가 몽둥이질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저게 가족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또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하네요.

 

전체적으로 시의성이 너무 좋은 영화입니다. 실업자가 늘어갈 수밖에 없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가족을 지탱하면서 살아야 할지를 떠올리게 하네요. 블랙 코미디로서 후한 점수들이 많고 박찬욱 감독 영화 치고는 꽤 대중적이지만 정작 대중들의 마음을 흔들 요소가 없다는 것이 천만 돌파는 어렵고 5백만만 들어도 많이 들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인기는 높지 않네요. 관객평도 안 좋고요. 

 

그럼에도 추석에 볼만한 영화는 많지 않네요. 전 이 영화 보다 영화 <얼굴>을 더 추천합니다. 

 

별점 :  ★ ★ ★☆

40자 평 : 어쩔수가 있지만 어쩔수가 없다고 주문을 외는 온실 속에 사는 구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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