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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마트에 가보니 의자에 앉은 계산원이 없습니다.

by 썬도그 2009.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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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전역하고  2학기 복학까지 약 2개월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 2개월을  놀 수만은 없어서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영등포에 있는 경방 필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다른 아르바이트보다는 시급이 약간 높았습니다.
가서 하는 일은 주로 매대에 물건 떨어지면 창고에서 꺼내서  배치하고  박스정리하고  가끔은 호객행위도 하고 별 잡일을 다 했죠. 모든 것이 해볼 만했습니다. 호객 행위하는 것도 그런대로 할만했는데  문제는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더군요.

한 1주일 집에 오면  다리 주무르기에 바빴습니다.  짝다리로도 서보고 별짓을 다해도 하루종일 서 있는 게 쉬운 게 아니더군요.  편한 운동화도 소용없었습니다.  그렇게 1주일을 고통스럽게 지내다가  익숙해지더군요. 나중에는 서 있는 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몸에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이력이 났다고 해도 하루 종일 서 있는 것도 큰 육체적 노동입니다.

마트 계산원 분들은 하루 종일 서 있습니다. 몇 시간마다 교대근무하는지는 모르지만 한두 시간 서 있는 것은 분명 힘드실 거예요. 그것도  계산하는 일까지 해야 하니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외국 마트에서는  서서 일하지 않고 높은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일하더군요.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아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예요.  외국보다 고객에 대한 친절함이 뛰어난 한국사회에서 항상 손님은 왕으로 모시잖아요.
손님이 서서 계산대에 들어오는데 계산원이 앉아있으면 기분이 상할 고객도 분명 있습니다.
또한 바빠 죽겠는데 앉아서 일하는 계산원의 행동을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끊는 고객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요.
이런 시선 때문에 그동안 대형마트들은 의자 설치를 주저했습니다.

롯데마트는 고객 서비스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지난해 9월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총 850명 참여자 중 75.6%인 643명이 의자에 앉아서 계산하는 것에 대해 ‘괜찮다’고 응답했습니다.
근무자의 편의를 위해서 한국 여성 표준 신체지수, 근무에 적합한 좌판경사 등을 고려해서 인체공학적 제품을 설치한다고 롯데마트 측은 밝혔습니다.

어제 마트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사고  나오면서  유심히 의자를 봤습니다.
5~6개의 계산대가 열려 있는데 모두 의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의자에 앉지 않으시더군요.
의자는 저렇게 한쪽에 치워져 있었습니다. 

왜 앉지 않으실까?  의자도 인체공학 어쩌고 했는데 싸구려 의자 같아 보이네요. 
계산하면서 여쭈어 봤습니다. 왜 의자에 안 앉으세요?라고 물었더니  의자 앉아서 일하면 인사하기도 불편하고 계산하려면 손님이 산 물건  들었다 놓았다 움직임도 있고 여러 가지로 오히려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눈치도 보인다고 하시더군요.


여기서 눈치란  상사의 눈치도 있겠지만 손님들의 눈치도 있을 듯합니다.  70%가 넘는 분들이 의자에 앉은 것 찬성한다고 하지만 또 막상 의자에 앉아서 계산하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 손님도 있습니다. 

단 1%의 손님이라도 의자에 앉는 것을 싫어한다면 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게 한국의 고객을 대하는 문화입니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한 조사여서  젊은 분들이 많이 참여했을 텐데요. 나이 드신 어르신들 중에는  안 좋게 보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 초기라서 다 서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제가 1번 방문하고  일반화시킬 수 없는 모습이고요.
(여러분들의 마트는 어떤가요?)  하지만  계산원들이 의자에 앉아도 낯설어하지 않고  편하게 앉아서 일할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마트 간부분들이 강제로라도 앉게 하는 모습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문화 도입하면서  저렇게 모두 서서 일한다면 그 취지가 무색해지겠죠.
고객들도 계산원분들이 앉아서 일할수 있게  좀 도와줘야 할 것입니다.  계산하기 편하게 도와주는 손길도 필요할 듯합니다. 계산원들이 앉아서 일하는 문화  잘 정착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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