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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착한카메라의 일기, 나를 위로하는 사진이야기

by 썬도그 2009.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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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치고 힘들 때 음악은 우리의 지친 어깨를 감싸줍니다. 모차르트 음악으로 우울증을 치료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도 훌륭한 우울증 치료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게 한 책이 있습니다.

책 나를 위로하는 사진 이야기 속의 이야기와 사진을 보고 나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집니다. 훌륭한 명화나 감동 어린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더군요.이 책은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이요셉작가가 글과 사진으로 이루어진 포토에세이 같은 책입니다.

적록색약인 사진작가 세상의 무지개빛을 담다.

사진작가 이요셉씨는 꿈이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러나 적록색약 판정에 선생님 꿈을 접습니다. 복사기 속의 복사지처럼 살기 싫어서 카메라를 들기 시작합니다. 그의 사진을 보면 너무나 아름다운 컬러에 정말 이 작가가 적록색약이 맞나? 어떻게 나보다 더 세상의 컬러를 더 잡 채집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사진출처 : http://lovenphoto.com/


이 책에는 가난하고 빽 없고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선문답 같은 추상화 같은 낮은 혼자만의 넋두리 같은 글들도 있고 구체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무심하게 읽다가 눈물이 핑 돌게 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돈벌이가 제대로 될 리 없는 거리 사진가가 아내와의 만남. 두 사람은 참 가난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 가장 맑은 미소를 책에서 보여주더군요.

얼굴 공개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미인이라서 소개합니다. 이요셉 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왜 그의 사진이 그렇게 낮은 곳에 임하면서도 따스한지 왜 그리 미소가 지어지고 나를 참회하게 만드는지 그 힘을 전 감히 마음 따뜻한 아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든든한 백 하나 없는 이 사진작가가 뭐 이리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나 했는데 이 10여 페이지에 소개된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그 답을 알려줍니다.

 

착한 카메라가 쓴 일기

책은 포토에세이다 보니 거침없이 읽힙니다. 읽다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요셉 작가가 쓴 책이 아닌 그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의 일기가 아닐까 하고요. 카메라도 사람처럼 심장이 있다면
이 이요셉작가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는 분명 착한 카메라 같습니다.


카메라는 유(有)하거나 부(富)한 곳에 가지 않습니다. 가진 것은 없지만 가슴속에 천국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담습니다.

광화문에서 좌판을 깔고 액자나 부채를 파는 뇌성마비 장애인인 재완이형 이야기는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이분은 자신의 좌판으로 번돈 5백만 원을 북한동포에게 기부합니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그러더군요. 부자는 물리적인 기준이 아닌 마음의 기준으로 구분해야 한다고요.
재완 이형이란 분은 분명 부자임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참 가난한 사람이고요.

 

이요셉 씨는 자원봉사도 참 많이 하는데요. 탈북자를 돕는 일에 무보수로 도움을 줍니다. 잘하는 게 사진 찍는 일이라서 밥 한 끼만 주면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그 도움의 과정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책에 담습니다

탈북자들은 한국에 오면 분노한다고 합니다. 영화 크로싱에서 차인표가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결핵약을 구하러 목숨을 걸고 탈북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공짜로 주는 모습, 문화적 충격으로 인해 분노에 쌓인 탈북자들 그들은 스스로 자학을 하기 시작합니다.
난 이 세상에 쓸모없어. 먼지보다 못한 존재라는 자학감을 가집니다. 그런데 이런 탈북자와 아이들이 자신도 남을 도울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 이 분노를 녹여냅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다는 느낌!! 그걸 느낀 후 그들은 분노의 화신에서 천사로 변신하게 되죠.

 

"선생님이 우릴 귀하겨 여겨 주셔서 감사해요"


이 외에도 아프리카에서 40명의 손주를 키워내면서 행복하다는 여든에 가까운 할머니의 이야기와 작가 자신의 짧지만 강한 임팩트가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원태연, 이정하, 류시화와 닮은듯 다른 이요셉

원태연, 이정화 류시화 시인은 사랑 시를 제조하는 분들입니다.
뭐 낯간지러운거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 3명의 사랑 시 공장장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착하게 살아야겠다.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들을 주는 분들이죠. 더 심취하면 명상집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세분의 글쓰기 스타일과 이요셉 작가의 글쓰기 스타일은 닮아 있습니다. 다만 이요셉 작가가 사진작가이기 때문에 어휘력이나 문장의 튼튼함과 세심함은 사랑 시 공장장들 보다는 떨어집니다. 대신에 그들이 하지 못하는 멋진 사진으로 그 차이를 메우고 남습니다.

이 책을 일으면서 느끼는 것은 이 작가 정말 아파도 심하게 아파봤구나 하는 느낌이 묻어 나옵니다. 죽기 직전까지의 아픔을 겪지 않고서야 이런 관조적인 글을 담을 수 없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 곳곳에 상처가 아문 옹이가 있습니다. 그 옹이를 만지면서

참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이 작가 이제는 희망을 노래합니다. 그 거친 파도를 헤치고 나와 해안가에서 멋진 저녁노을을 보면서 얇게 미소 짓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다양한 사진 실험

보통의 사진에세이집을 보면 정형화된 가로세로 비율의 사진을 담는데 이 책은 그런 프레임의 형식이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콜라주, 연작, 사진의 크기도 각양각색입니다. 이 책은 사람이 참 많이 등장합니다. 아니 대부분의 사진에 사림이 있습니다.


사진출처 http://lovenphoto.com/

저는 인물사진을 거의 안 찍습니다. 찍기 어렵기도 하고 많이 안 찍다 보니 더 안 찍게 되더군요.
그래서 항상 인물사진 잘 찍는 사람을 동경합니다. 속사로 찍는 저의 사진 찍는 모습은 인물사진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도 들고요. 인물사진을 누구나 찍을 수는 있지만 제대로 찍는 사람은 적습니다. 그 이유는 그 인물에 대한 연구의 시간 관찰의 시간도 없이 인스턴트식으로 찍기 때문이죠. 작가는 인물사진을 잘 찍는 방법을 살짝 알려줍니다.

그 사람과 친해지면 돼!!

책 속에서 나를 움직이게 했던 글들
성규라는 아이는 경직성 사지마비의 장애를 가지고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성규가 장애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전학을 가던 날 성규는 펑펑 옵니다. 어머니는 걱정이 되었죠.
그러나 성규는 장애인 학교에서 아주 밝아집니다.

성규야, 처음에는 떠나기 싫다고 펑펑 울었잖아
선생님과 헤어지는 게 슬퍼서 그런 거예요. 하지만 그곳에서 말 걸어주는 친구가 아무도 없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친구들이 제게 말을 걸어줘요. 밥 먹었어? 아프지 않아? 우리 같이 놀까?
이 글과 나가노에서 윤락녀로 살고 있는 한국 여성분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마음 아프면서도 작가와 주변 사람들의 사랑이 느껴지는 글이 참 좋더군요.

 

책장을 덮으면서

이 책의 한 톨의 아쉬움이 있다면 책의 채터들의 연관성이 부드럽지 못합니다. 서울에서 몽골로 이스라엘로 아프리카로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좀 끊긴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 담백한 사실 나열의 경험담이 더 많이 실렸으면 합니다. 이 책은 시리즈로 나온다고 하니 다음 책에서 기대해 보겠습니다.

저자 이요셉 사진작가는 굿네이버스의 능력 나누미 스트로 활동 중이며 출판사 21세기 북스는 이 책의 저자 인세와는 별도로 책의 인세 1%를 굿네이버스에 기부한다고 하네요. 이요셉 사진작가의 홈페이지

http://lovenphoto.com/

는 제 즐겨찾기에 등록했습니다.



대학로에 있는 공간 루에서 사진전이 내일 24일부터 열립니다.

힘들고 지치고 누군가의 어깨가 필요할 때 이 책을 몇 장씩 복용하고 주무시면 도움이 많이 될 듯하네요. 한잔의 술을 하고 읽으시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사진으로 영혼을 달래주는 책 나를 위로하는 사진 이야기, 힐링 포토가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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