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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왜! 나는 영화를 보고 영화평을 1분이상 말하지 못할까?

by 썬도그 2009.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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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가면 어떤식으로 영화를 보시나요.  같이 동행한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나요? 아니면 묵묵히 앞만 보나요?
저는  영화시작전까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가 시작되면  아무말도 안합니다. 영화에 몰입되고 싶기 때문이죠.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말없이 일어나 나가는 계단 (보통 한꺼번에 몰려 나오기에 엘레베이터는 타기 힘듭니다)
에서 간단하게 물어보죠. 

재미있었냐?
응?
난 별로던데
그 주인공의 행동이 맘에 안들어


이렇게 에피타이저로  영화에 대한 흥분과 느낌을  간직한채로  근처 호프집이나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보통 20분에서 30분 합니다.  보통 이런 영화에 대한 평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은  5분 혹은 아예 아무런 이야기도 안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재미있었냐?  응?
나도.


끝.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영화를 같이 봤지만 90%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10분 이상을 넘기기 힘듭니다.
하지만 영화광이랑 같이 영화를 보면  영화가 설마 재미없더라도  왜 재미없는지 왜 재미있는지에 대한 열띤 토론을 30분 이상 할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한번은 영화 한편보고  3시간동안  여러가지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서로 공감도 하고 반박도 하고   토론이 되었는데  술이 둘다 취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분명 술에 취한것만은 아닙니다.  그날  영화에 둘이 취했다고 할까요?  정말 기분이 좋은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해서 아는것이 없다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말하지도 말을 할려고 해도  10자이상 말하기 힘든것일까요?  표현력이 부족해서 혹은 내가 무식해서 영화평을 길게 하지 못하나요?  지금 시간을 드릴테니  생각해 보세요.

왜 나는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에 대한 느낌을 1분이상 말하지 못할까?

최근에 영화 블루벨벳을 연출한  데이빗린치 감독이 쓴 빨간방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데이빗린치 감독의 창작노트인데요. 거장답게 글이 시원시원합니다.  책 한장한장이  너무 공감된 말들이라서 아껴서 읽고 있습니다. 

그중 한 토막을 살짝 소개할께요


영화를 보고 난 뒤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깨닫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직관아라는 귀중한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음악을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음악을 정서적으로 경험하며, 음악이 일종의 추상이란 점에 동의한다. 음악을 곧바로 말로 바꿀 필요는 없다. 그냥  음악을 들으면 된다.

영화는 음악과 비슷한 점이 많다. 영화는 아주 추상적일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영화에서 지적인 의미를 찾아내려는, 영화를 말로 바꾸려는 열망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좌절감을 느낀다.

그러나 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내부로부터 설명을 끌어낼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친구에게 얘기를 하다 보면 곧 뭔가를 보게 된다. 그 뭔가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얘기를 하다 보면 친구와 같은 의견일 때도 있고 의견이 갈릴 때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아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의견이 같거나 달라질 수 있겠는가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는 것을 소리 내어 말하면 알고 있는 바가 더 명확해진다. 영화에서 뭔가를 보았을 때, 좀 더 그것의 정체를 명확히 보려고 애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는 친구와 다시 얘기를 나눠 보자. 그러다 보면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참 공감이 갑니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나서 1분이상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은  영화에 대한 지식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배우가 어떤 배우인지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없음이 아닌  영화를 본 느낌을 언어로 내뱉는 훈련을 알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이 블로그를 통해 영화에 대한 느낌과 이야기를 적으면서 점점 할 이야기가 많아지고 글이 길이짐을 느낍니다.   블로그가 하나의 느낌을 언어로 변환하는 훈련도구로 아주 좋더군요.   

사람은 누구나 영화를 보면 느끼고 생각을 합니다. 그 감정은 다 다를것이고 느낌도 다 다를것입니다.  다만  그 느낌과 감정을  언어로 잘 변화시키는 사람들이 영화평론가들이고 영화평을 잘 하는 사람들입니다. 출발선상은 비슷합니다.  다만  우리가 느낌을 글로 변환하는 훈련이 안되었기 대문이죠.


자 앞으로  영화를 보고나서는 영화평 하는  훈련을 해보세요.  친구와 애인과 영화의 느낌교환을 해보세요. 다른 사람의 느낌과 시각을 교환함으로써  다양한 세계관을 느낄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모습은 더 나아가  대화에 대한 훈련도 되겠네요.  커피숍에서  주변사람들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놀이 , 연예인 뒷담화 보다는  자신의 느낌을 서로 교환하는 시간이 많이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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