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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의 내재율을 보는 눈이 있어야 잘 보이는 눈먼자들의 도시

by 썬도그 2008.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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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하얀 백지처럼 보인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느낌이 들까요?
어떤 준비도  예비조짐도 없이  눈이 멀 것이라는 암시도 없이  자고 일어났더니 눈앞에 온통 하얗게만 보인다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영화 눈먼자들의 도시는   노벨상 수상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입니다.
줄리언 무어가 주연한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정말 많은 생각들이 들더군요.  (스포일러가 약간 있으니 영화 보실 분은
안 읽으셔도 됩니다)

중간중간 관객에게 질문을 하는  눈먼자들의 도시

이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눈뜬 자인  안과의사의 아내인  줄리언 무어는  눈먼자들이 점령한 세상을  신과 같은 전지적인 모습으로 묵묵히 지켜봅니다.  영화는  한 가지 핸디캡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갑니다.  만약 세상 모든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먼다면이라는 발칙한 상상력을  잘 그려낸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영화는 그냥 표피적인 모습만  봐도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우리의 현실세계에 비추어 보면 잘 들어맞는  모습이 많습니다.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와 권력,  이성뒤에 숨겨진 비열함과 나약함을  모두 보여줍니다.  작가의 놀라운 인간사회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이 소설과  영화에 잘 드러납니다. 


먼저  첫 번째 질문은   사회의 소수자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눈먼 자들은 소수였습니다. 단 8명 정도가 눈이 멀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강제수용소에 강금당합니다.
그러나 원인 모를 병원균은 여러 사람을  시력을 빼앗아 갑니다.  정부는  그런 그들을 가두는 데에 급급하지  그들이 수용소 안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관심도 없습니다. 먹을 것만 넣어주면 되는  수용소로 만듭니다.
점점 눈먼 사람들이  수용소 안으로 많이 들어오고  감비초소의 감시병들을 그들을 증오합니다. 그리고 눈이 멀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눈먼 사람에 소총을 정조준해서 사격합니다.   주인공인 안과의사가 환자가 있어서 항생제 좀 달라고 해도  발포하겠다는  말만 합니다.  역겨운 소수자들입니다.   세상은 그들에게 침을 뱉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병에 대한 원인도 모른 채로  가장 극적인 사건이 나옵니다. 세계의 석학과 안과 관련의사들이 모인 장소에서
누군가가 외칩니다~~~  눈이 안 보여요!!!    그때 사회의 지도층과 다수자인 정상인 사람들은 알게 됩니다.
나도 눈이 멀 수 있구나.  나도 소수자가 될 수 있구나 하는 공포감에 휩싸입니다.

이런 모습은 우리 현실세계에도 나타납니다.
비정규직이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느 대학에서 청소용역을 하는 아줌마들이 데모를 할 때! 아무도  그들의 소리를 듣지 않았습니다.  나와 상관없으니까. 난 비정규직 아니니까. 비정규직은 특별한 사람만 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후  현재  신입직원들 태반이 비정규직입니다.  소수자였던 비정규직인 다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공포감에 휩싸입니다.  나도 비정규직이 되는 게 아니야?     중고등학생도 걱정합니다. 대학졸업해서 비정규직 되는 거 아니야?

권력 있는 자 그 권력 어떻게 쓸 것인가?


주인공인 안과의사 아내는 눈이 멀지 않은 단 한 사람입니다. 그는  남편을 따라 수용소에 눈먼 사람인척 속이고 자청해서 들어옵니다. 매일 아침  자신도 눈이 멀지 않을까 하는 공포 속에서  살아갑니다. 수용소에는  아무런 관리인원이 없습니다.
먹이만 던져주고  개장에서 밥을 먹고 지내는  개사육장 같은 분위기입니다., 여기저기에 똥을 싸고 오줌을 싸지릅니다.
누가 싼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누가 욕해도 누군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사람에게는  모든 게 자유롭습니다.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안과의사 아내인 주인공이죠.

안과의사 아내는 그 시력이란 권력을 철저히 숨기면서 사람들을 도와줍니다.  그러다 총 든 놈이 나타납니다.
그는 자신이 왕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 총 한 자루에  복종하면서 보석과 폐물을 받칩니다. 모두 눈뜨고 있다면 총한자루에 왕이 될 수 없지만  눈먼 세상에서는 그게 가능합니다.

총가진 눈먼 왕이 누굴 쏠지 모르지만  누가 맞을지 또한 모릅니다. 누가 맞을지 모르지만  그게 나라고 다들 믿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공포심이 만들어 놓은 세상입니다.  만화  드래건 헤드에서 그려낸 인간의 공포심을  이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을 뜨고 영화를 보는 나는 화가 납니다. 왜 저걸 그냥 한두 명이 희생당하고  덤비면 되는데.. 답답스럽습니다.
총 한 자루에  권력이 된  3병 동의 왕은 구내방송으로 여자를 제물로 바치라고 합니다.

자신의 여자가 몸을 팔아서 벌어온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을까?


만약 자신의 사랑하는 여자가  몸을 팔아서  밥 한 끼를 얻어먹을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요?
이런 상황이 수용소안에서 벌어집니다. 총든 왕은  여자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합니다.  그러면  먹을 것을 주겠다고요.
어떤 누구도 이건 말도 안 된다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3일을 굶었습니다. 

그러다 한 사람이 말합니다.   혹시 모르니까 지원자가 있나 물어봅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타박합니다. 그리고 여자 한두 명이 자원자로 나옵니다. 그렇게 9명이 모입니다. 정말 역겨운 장면이지만  생존 앞에서는  도덕심과 윤리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그리고 식사 한 끼에 인간의 존엄성을 버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누군가가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다면?

2008/04/01 - [세상에 대한 쓴소리] - 절대자가 우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면 인류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라는 글에서 하늘에 거대한 CCTV가 달려서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들여다보는 절대자가 있다면
우리 인간은 지금보다 더 착하게 살지 않을까 하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두 가지의 행동을 기본적으로  잘합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의 행동과
남들이 보지 안을 때의 행동 이 두 개의 행동이  대부분의 인간이라면  다를 것입니다.  누가 보든 안보든 똑같은 사람이라면  성인군자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런 모습을 우린 볼 수 있습니다.   먹을 것을 찾아서  좀비같이 거리를 헤매다가  먹을것을 들고 가는 행인을 붙잡아 먹을것을 뺐고  구타하는 모습들  눈이 멀고 나서 세상은  1인칭으로 변합니다.
나만 살면 됩니다. 내 가족만 살면 됩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다 끊겨버린 독립체들로 변합니다.

주인공인 눈먼 안과의사는 외칩니다.  우린 여럿이지만 혼자다.
그런 미쳐버린 세상, 아비규환의 세상을  눈뜬 안과의사 부인은 다 지켜봅니다.

영화 마지막에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더군요.  이 생지옥을 듣기만 한 우리는 모르겠지만 생생하게 다 지켜본
그녀에게  이 짧은 여행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하고요.

눈먼 자들이 가득한 세상이  더 좋다는 흑인 할아버지


라디오를 가지고 들어온 흑인 아저씨가 있죠.
그는  주인공들과 함께  안과의사 부부의 집으로 옮니다.
그는 고백합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요. 지금같이 누구와 함께 이렇게 즐겁게 지내본 적이 없다고요.
저는 눈이 먼 세상에서 단 하나의 좋은 점을 발견했습니다.  세상의 대부분의 편견이 사라졌다는 것이죠.
소리가 있어서 완벽하게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이 가진 사람에 대한 편견은 외모에서 나옵니다.
흑인, 대머리, 못생긴 사람, 아저씨, 뚱뚱한 여자, 입고 있는 차림새등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선입견들이
일거에 사라집니다.   그래도  눈먼 세상에서도 편견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눈이 안 보여 앞에 가는 사람 등을 잡고 가는데 뒤에서 흑인 어쩌고 저쩌고 합니다.
앞에 있던 흑인이 뒤돌아 봅니다. 당신 내가 흑인인 줄 어떻게 알았어? 순간 저는  여자주인공말고 도 눈뜰사람이 있나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말합니다.  말투 보고 알았다고 하네요.

이 흑인 아저씨는  차라리 눈먼 세상이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 말고 대부분이 사람들은  눈뜨길 희망합니다.
그러나 절망만 가득한 세상입니다. 눈을 뜬 사람은 없고 온통 좀비처럼  이성을 벗고  감정과 본능만으로  거리를 배회합니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지만 이 영화를 보고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책을 주문했습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이 영화는 그 자체로 봐도 괜찮은 영화인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빗대어 생각해서 보면 더 좋은 영화입니다.
명화들은 그 그림 안에 수많은 알레고리(상징적 은유)를 숨기고 있는데   이 눈먼 자들의 도시가 그런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표피적인 모습만  본다면 영화 허점도 많고  영화 색채도 좀 어설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눈먼 세상에서  만들어내는 인간의 본성과  우리가 어린양이 되었을 때  우린 권력에 어떻게 복종하고 적응하는가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28일 후와  나는 전설이다에서 보여준 놀라운  시내풍경을 보여줍니다.  자동차가 멈춰버린  도시에서 쓰레기와 오물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눈먼 사람들이 우우~~~ 거리면서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어떤 CG로 만들어진 가상현실보다 눈에 잘 들어오더군요.

이 영화를 생각 없이  기대 않고 본다면 볼만한 영화로 보일 것이고
눈먼 세상을 그리면서 그 안의 내재율과 은유를 잘 들어다 볼 수 있는 또 다른 눈이 있다면  아주 좋은 영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액션스릴러물로만 본다면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크게 히트차지 못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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