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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지금 자라는 서울의 아이들에게 고향이란것이 있을까?

by 썬도그 2008.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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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게를 돋아 고이시는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의 향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게 한국이고  그중에서 서울의 변화를 보고 있으면 멀미가 날 정도로 정말 빠르게 변화합니다.  4년전만해도 대형마트가 하나도 없던 저희 동네에도  이젠 마트가 3개나 들어서고   개봉극장 하나
없던 곳에 극장도 들어섰습니다.

지금도 짜투리땅만  있으면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몇년전에 고향이라고 할수 없지만 제가 태어난 동네를 우연히 들리게 되었습니다.
한 10년만이였는데요.  예상은 어느정도 했지만  역시나  동네는 없어지고  그 좁은 동네에 커다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더군요.   예전에 한번 들렸을떄 카메라로 좀 찍어둘까 고민을 했었는데  귀차니즘 발동으로
그렇지 못한게 후회스럽더군요.

그리고 길거리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저 아이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고향이라는
곳 실개천이 흐르고 황소가 우는 곳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어렸을떄를 기억할만한 공간을 가지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파트란  특별할것없는 특이한모습도 별로 없는 공간에서 놀면서 20년이 지난후
이곳에 다시 오면 이 아파트가 그대로 있을까?   아마 아파트 재개발로 인해 더 높은 아파트가 20년후의 저 꼬마아이앞을 가로막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년전에 찾아간  제가 살던 동네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옛 흔적을 찾을려고 해봤습니다.  이쯤에서
아이들과 다방구를 하고 말뚝박기 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했던것 같은데 이쯤일거야. 이쯤
그런 내 모습을 내가 지켜보면서  안쓰럽더군요.  추억을 찾아 온 동네에  추억은 포크레인으로 다 퍼다가
다른곳에 뿌려진듯 합니다.   추억이  나도 모르게 다른곳에 뿌려졌다고 생각하니 긴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나마 뒷산은 잘 포장되어 산책로가 생기어서  약수한모금으로 허기진 옛기억에 대한 갈증을 달랬습니다.

내 앞에 뛰어노는 아이들은 어떤 추억을 가지고 훗날 뒤돌아 볼까요?
그리고  연어가 회귀하듯  닳아진 추억조각을 맞추기 위해  훗날 돌아왔을떄 그 추억조각의 한귀퉁이라도
맞추고 돌아갈수 있을까요?   서울은 지금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편리함을 위해 달리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같습니다.  나와같이 추억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겐 서울은 너무나 야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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