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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늘 ‘비난’만 하는 대통령 [청와대홍보수석실]펌

by 썬도그 2007.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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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공감이 가는 말이네요.

한나라에서 언론이 이렇게 제대로 기능을 못할때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하는 것이죠

다음 정권때 한나라당이 잡으면 참 볼만할것입니다.

제2의 땡전뉴스가 될지 의심스럽네요.



등록일 : 2007-05-14 홍보수석실



우리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말은, 같은 사실관계를 얘기해도 동사와 서술어를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나 느낌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오늘, 대통령 보도에서 흔히 쓰이는 한 가지 서술어의 사용에 대해 의견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서술어 하나만으로도 기사의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수용자로서의 진지한 의견으로 생각하고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언론이 누구 말을 소개할 때 붙이는 서술어는 크게 세 종류가 있을 겁니다. 먼저 중립적인 표현이 있습니다.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경우입니다. ‘…라고 했다’ ‘말했다’ ‘밝혔다’ ‘주장했다’ 등이 해당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 비교적 긍정적인 표현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가치판단이 배제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립적 표현보다 당위의 개념이 훨씬 강조되는 뉘앙스입니다. ‘지적했다’ ‘강조했다’ ‘질타했다’ ‘역설했다’ 등이 그렇습니다.

이에 반해 ‘비난했다’ ‘공격했다’ ‘쏟아냈다’ ‘퍼부었다’ 등의 표현은 상당히 주관적 판단이 내재돼 있는 부정적 표현입니다. 즉 기자가 봤을 때 △좀 심한 표현이라는 생각 △다소 감정이 실려 있다는 느낌 △상대방에 대한 공격의 목적성이 강하다는 주관 등이 작용할 때 이런 용어를 쓰게 됩니다. 따라서 보도기사체에서 이런 서술어는 주관성 때문에 상당히 절제해 사용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외국의 보도기사체를 보더라도 누구 얘기를 인용하거나 특히 국가 정상의 말을 전할 때 주관이 개입된 표현을 쓰는 예는 거의 없습니다 미국 신문들이 교과서처럼 사용하는 AP통신의 ‘기사작성지침서(Guide to News Writing)’ 에서도 서술어 선택에 각별한 주의를 주문합니다. 이 지침서는 ‘Said Usually Says It Best’ 라며 직접 인용된 부분에 대해 서술어를 중립적인 ‘said(말했다)’로 사용할 것을 권합니다.

실제로 미국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에서 직접 인용한 부분의 서술어로 ‘said’ 이외의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사용할 경우 기자의 감정이나 의견이 담기지 않은 단어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5월2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부시, 이라크예산-철군연계 법안 거부(Bush Vetoes Bill Tying Iraq Funds to Exit)’ 기사의 일부입니다.

“Setting a deadline for withdrawal is setting a date for failure, and that would be irresponsible,” Mr. Bush said.

<뉴욕타임스>는 서술어로 ‘said’를 썼는데, 한 국내신문은 같은 내용을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군시한을 정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부시 대통령은) 비난했다”로 번역했습니다.

같은 내용을 다룬 ‘부시는 타협할 수 있을까?’라는 기사에서 <워싱턴포스트>는 “Bush described the Democratic plan as `prescription for chaos and confusion,”이라고 보도하며 ‘묘사하다’라는 중립적 서술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를 한 국내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법안을 ‘혼란과 혼돈만 안겨주는 처방전’이라고 비판했다”고 번역했습니다.

한국에선 ‘비난’과 ‘비판’이 구분없이 쓰이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그러면 한국에서 대통령의 말을 보도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저희가 가장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서술어는 ‘비난’입니다. 특히 대통령의 말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려는 의도를 가진 기사엔 어김없이 ‘비난’이 붙습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타당한 근거를 갖고 얘기를 해도 ‘비판했다’가 아니라 ‘비난했다’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봤습니다. ‘비난’은 “남의 잘못이나 흠을 나쁘게 말함”이라고 돼 있습니다. 또 다른 사전은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하거나 헐뜯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반면 ‘비판’은 “비평하고 판단함/잘잘못을 들어 따짐”이라고 해설합니다. 다른 사전은 “사물의 옳고 그름을 가리어 판단하거나 밝히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합니다.

사전적 해석으로 상당수 기사를 해석하면, 대통령은 늘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하거나 헐뜯는 사람이 돼 버립니다. 용어 하나로 자칫 대통령이 그저 남 헐뜯거나 ‘감정적 싸움’을 일삼는 지도자로 비치기 십상입니다.

대통령 말은 ‘비난’ 야당 대선주자 말은 ‘비판’
그러면 이 표현이 우리 언론의 정치기사에서 대통령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상적으로 흔히 쓰이는 것일까요. 저희는 실증적 사례로 한 방송의 대통령 관련보도를 모니터 해 봤습니다.

지난 5월 1일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학법 및 각종 민생법안을 둘러싼 국회 파행에 대해 말했습니다. 이 방송은 메인뉴스에서 <노 대통령 ‘한나라 인질정치’ 비난>이란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이 단지 국회 파행과 민생법안 지체에 대해 따끔하게 말한 것인데도 가치중립적 표현 대신 왜 굳이 ‘비난’이란 자의적 표현을 썼는지 유감입니다.

이 방송의 경우 ‘비난’ 표현을 남발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대통령 관련 보도 중 9차례에 걸쳐, 올 상반기엔 무려 7차례에 걸쳐 “대통령이 OOO에게 비난했다”고 묘사합니다. 심지어 동해 및 독도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의 말도 ‘비난’으로 표현했습니다.

<노 대통령, “일본의 동해측량계획은 침략역사 정당화하는 행위, 동북아질서에 대한 도전적 행위” 강도높게 비난> (2006. 4. 18. 메인뉴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지적해야 했던 사안조차 ‘비난했다’고 하니, 대통령이 일본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 어떻게 나쁘게 말했는지, 뭘 헐뜯었는지 도무지 모를 일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방송이 “대통령이 비난했다”라는 문장에 곧잘 수식어를 붙인다는 점입니다.

<노 대통령, …강도 높게 비난> (2007. 1. 16.)
<노 대통령, …강하게 비난> (2007. 1. 11.)
<노 대통령, …작심한 듯 비난> (2007. 1. 4.)
<노 대통령, …맹렬히 비난>(2006. 12. 27.)
<노 대통령, …거세게 비난> (2006. 9. 28.)

해당 방송사측은 “비난이나 비판이나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별 의도없이 혼용해 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 방송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야당 대선주자들 발언을 소개할 땐 어땠는지 봤습니다. 그랬더니 두 주자의 발언을 전하며 ‘비난’이란 표현을 쓴 경우는 지난 해든 올해든 아예 없었습니다. 두 사람이 거칠게 설전을 벌이던 와중에서도 그렇습니다. 통상 붙는 서술어는 놀랍게도 ‘비판’ ‘질책’ ‘반박’ ‘반격’ ‘대응’ 등의 용어였습니다.

<이명박 전시장, 근거없는 중상모략성 검증은 자해행위라고 강하게 비판>
(2007. 4. 5.)
<이명박 전시장, “김유찬씨 폭로는 전형적인 공작정치수법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일축> (2007. 2. 16.)
<이명박 전시장측은 전형적인 네거티브 공세라며 거리낄 게 없으니 검증할 테면 해보라고 맞받아쳤음. 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며 박 전대표도 비판> (2007. 2. 9.)
<이명박 전시장, 후보끼리 검증하자는 건 정치공세라며 박 전대표를 강하게 비판> (2007. 1.22.)
<박 전대표는 대선에서 3번 패배하지 않으려면 검증된 후보가 나서야 한다며 이명박 전 시장을 직접 겨냥> (2007. 1. 13.)
<박근혜 전대표, 이명박 전 시장측의 비판에 직접 대응> (2007. 4. 27.)

이제 ‘비난’ ‘맹공’은 언론의 단골메뉴
한 방송을 예로 들었지만, 악의적이건 별 생각없이 쓰건 이제 많은 언론에서 이 표현이 아예 습관처럼 돼 버렸습니다. 신문은 물론 인터넷 매체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맹공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거세게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싸잡아 비난했다” “대통령은 …품평 반 비난 반의 말을 붙여놓았다”

대통령이 논거를 갖고 시비를 가려 따지는 사안에 대해서도 굳이 언론이 ‘비난’ 등의 용어를 즐겨 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대통령의 말을 ‘비난’으로만 듣는 편견
대통령의 말에 대한 편견, 대통령의 표현방식에 대한 고정 프레임이 알게 모르게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즉 거칠다, 직설적이다, 말실수가 잦다, 공격적이다 등의 편견과 선입견이 늘 깔려 있다 보니 기사에도 뭔가 기자의 그 같은 주관이나 가치판단을 개입시켜야 한다는 욕심 내지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아닐까요?

어쨌든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두 가지 점을 살펴주길 제안합니다. 먼저, 보도기사 특히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그 같은 주관이나 가치판단을 개입시키는 것이 맞는지 따져보십시오. 둘째로 대통령 말고 다른 경우에도 ‘비난’이란 표현을 마구 쓰는지 형평성을 고려해 보십시오.

보수신문들의 경우 해도 너무 한다 싶은 불공정이 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원색적 표현을 구사하는 인사들은 우대 일색이라는 점입니다. 이른바 원로라는 분 혹은 대통령과 각을 세운 분들의 거친 언행은 예외없이 ‘비난’이 아닌 ‘비판’입니다. 심지어는 ‘질타’ ‘질책’ ‘쓴소리’ ‘고언’으로 예우하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격정토로’라고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통령에 대해 잘 봐 달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독 대통령의 말에 대해서만 감정이 실린 용어를 즐겨 사용하는 편파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무심코 남용한다면 무지입니다. 알고도 사용한다면 악의입니다.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슬그머니 주관과 감정을 개입시키지 말고, 떳떳이 옳고 그름을 말하십시오. 그게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가 아닐까요?


원문주소 : http://www.president.go.kr/cwd/kr/archive/archive_view.php?meta_id=column_explan&id=82acbc6902da2afad57927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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