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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인간없는 세상을 생각하며 나는 전설이다를 보다

by 썬도그 2007.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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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사진동아리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던 시절  다른 학교 동아리 학생들과 술자리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다른대학교 동아리 학생이 말하길   자기 친구가 사진학과를 다니는데  첫 수업 과제가
서울역풍경을 찍어오는데  단 사람이 한명도 없어야 한다는 과제를 내주었다는 것이었죠.

동아리라는 수준에서는 그저 놀랍고 신기하기도 하며 그런 것을 어떻게 찍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역시 사진학과는 수준이 다르다며  술잔을 기울인적이 있었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좀 유치해 보이지만 그땐 그랬답니다.

혹시 서울역을 찍는데 사람이 없게 찍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울역은 낮이나 밤이나 사람이 항상 있는곳인데 그 사람을 지워야 한다니 난감할 따름이죠

ND필터같이 태양광선량을 차단하여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아주 느리게 하면
사람들이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그 움직이는 모든것들은 사라지게 됩니다. 움직이지 않는 건물들만 남게되고
서울역은 인간없는 세상이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몇달전에 청계천에서 낮에 삼각대놓고 셔터스피드를 3초정도 주었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렇게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네요.

이런식으로 사진을 찍는 대표적인 한국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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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김아타란 사진작가입니다. 셔터스피드 장장 8시간입니다. 이렇게 장시간 노출을 주면 움직이는
사람과 자동차는 사라지고  텅빈 도시가 탄생이 됩니다.

가끔 도심을 걷다가 사람없는 세상을 꿈꾸곤 합니다. 갑자기 세상에 나만남고  아무도없다면
그런 상상을 실현해준 사진작가가 김아타란 분이죠.    사진얘기에 너무 깊게 들어왔네요.;.

영화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나는 전설이다의 처음 10분간 보여주는 장면은   로봇들의 대결투씬보다도  아름답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하며  어떻게 저걸 영화로 구현했을까하는  생각들이 마구 스쳐지나가더군요.    건물을 폭파시키고 피가 튀기는 현란스러운 액션보다 더 강렬한 이미지였습니다.

김아타 작가의 사진작품의 활동사진버젼이라고 할까요?  김아타님의 사진을 연속으로 이어 붙인듯한 모습에
숨죽이면서 봤습니다. 

극장비 아깝다는 생각의 끈을 풍선에 달아 날려 버렸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뉴욕을 통째로 빈곳으로 만들다니~~~  그 이미지는 아직도 잊혀
지지가 않네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람이 없는것을 즐기는 모습들    블랙버드 정찰기에서 골프치고
혼자 낚시하는것을 즐기는것은 좋은데   사람이 없는것도 하루 이틀이면 즐길만한데 이거 3년을 그렇게 혼자
지냈다는  주인공의 외로움을 적나라하게 담아버렸네요.  너무 적나라하게 담아서  보는 관객들조차 지루한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3년동안 혼자 있어서 격는 외로움을 관객에게 1시간만에 전달해 주더군요.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너무나 단순한 나머지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는  과거와 현재의 교차편집
으로  과거에 있던 상황을 야금야금 조금씩 보여줍니다.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미스테리
기법인데  그게 기발한 반전이 있는 미스테리물이나 가능하지  나는 전설이다는 미스테리물이 아닙니다.
그 야금야금 보여주는 과거의 상황도 특별한게 없습니다. 

그냥 차라리 정석대로  시간순으로 보여주는게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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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시간이 되도록  개와 주인공 그리고 골룸때거리들만 나옵니다. 좀비영화같다는 생각마져
들더군요.  그런데 좀비영화랑 다른것은 좀비들을 죽이는것이 아닌  좀비를 치료한다는것이죠.

아무도 없는 도시를 혼자 돌아다니는 공포감과 재미는 보여주지만 그 이상의 내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1시간이 좀 넘어서 아이와 여자가 나옵니다.  다른 생존자를 만나죠.

골룸때거리와 주인공 개를 더이상 안보게 되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더군요. 이게 관객과 주인공의
감정이입이라는것일까요?  그리고 영화는 허무하게 끝나버립니다.

한마디로  영화의 주인공이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감이 관객에까지 밀려들어옵니다. 하지만 관객에게는
주인공의 외로움이 변이 되어 지루함으로 다가올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솔직히 나중엔
지루하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게 생각했던 몇가지는  이도 안닦고 사는 어둠의 추종자(좀비)들이 옷도 안빨아 입을텐데
여자 좀비들은 속옷을 그대도 입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3년동안 그거 입고 다녔으면 너덜너덜
해졌을텐데. 뭐 영화심의상  영화적 허용으로 봐야겠죠~~~

좀비들의 치료제를 만들는 거룩한 주인공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듯 합니다. 왜 그들을 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개연성도 떨어지구요. 차라리  아들과 부인이 죽지않고 좀비가 되었다면  그래서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치료약을 개발한다는 내용이라면 관객들이 더 영화에 몰입할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얘기는 이것으로 마치고 책얘기좀 해볼께요


몇일전에 읽은 인간없는 세상도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나네요

2007/12/07 - [분류 전체보기] - 인간없는 세상을 읽고서

인간이 지구를 어떻게 황폐하게 하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자연의 생명력을 그린 환경에 관한책인데요
그책에서는 인간이 모두 어느날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가정하에  자연이 어떻게 회복되어 가는지를
정밀묘사해 줍니다.   인간이 사라지고 3년이 지나면 콘크리트 건물들은 금이가거고 아스팔트는 잡초들로인해
갈라지고 새들은 빌딩사이에 둥지를 튼다는 내용인데    나는 전설이다와 비슷하더군요. 그 책을 읽고
처음 10분간 인간이 사라진 뉴욕거리를 보고 있으니  놀라운 묘사력에 눈이 크게 떠지더군요


영화에서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들이 90퍼센트가 죽었다고 나오더군요.
하지만 정작 우리 인간이  지구를 갉아먹는 바이러스는 아닐까요?

전 그런생각을 하면서  영화관 극장문을 나와 맑은 햇빛을 쐬였습니다.  햇빛을 무서워 하지 않는걸보니
아직까진 지구는 양호합니다. 그게 언제까지 될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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