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에 개봉한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를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그 경이로운 액션과 웅장한 음악에 취해서 한참을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전 호주 출신 감독 조지 밀러의 <매드맥스> 시리즈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핵전쟁으로 디스토피아가 된 지구에서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이야기와 보기 껄끄러웠습니다. 그러나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는 난생처음 보는 액션 공연단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비주얼 사운드, 음악, 앵글 등등 액션 장인이 만든 명작 영화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이유는 제가 싫어했던 이유와 동일합니다. 평화와 자비는 사라지고 폭력과 억압만이 가득한 비열한 세상을 그렸기 때문이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프리퀄인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2015년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미친 세상에서 미친놈처럼 사는 맥스와 여전사인 퓨리오사가 나옵니다. 기존에는 맥스 혼자 고군분투하던 것을 강력한 여전사 퓨리오사가 전략적 동맹을 맺고 무시무시한 빌런 임모탄에게 잡혀 있는 여자들을 탱크로리에 태우고 탈주하면서 임모탄 일당을 물리치는 내용입니다.
이 여전사 퓨리오사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뺀 영화가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입니다. 퓨리오사가 어떻게 임모탄의 근위대장이 되었는지 어떻게 탱크로리를 운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작에서 대활약을 한 '샤를리즈 테론' 대신 눈이 커서 매력적인 '안야 테일러 조이'가 연기를 합니다.
배우가 바뀐 이유는 자세한 건 모르겠습니다만 전작 촬영할 때 '톰 하디'와 '샤를리즈 테론'의 촬영장에서 불화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7년이 지난 시점이라서 다른 배우가 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테론이 40대 끝자락에 있으니까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시작되면 인류가 핵전쟁과 각종 기후 재난으로 인해 인류의 반 이상이 사망한 세상을 보여주다가 호주 대륙 한가운데인 '도달 불능점'을 보여줍니다. 퓨리오사는 극히 드문 아이들을 키우는 선량한 공동체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날 동생에게 주려고 복숭아를 따다가 폭주족 같은 무리에게 잡혀 갑니다. 이에 말 탄 엄마가 저격총을 들고 이 폭주족 무리를 뒤쫓습니다. 그렇게 딸을 구출하다가 엄마는 죽게 됩니다.
임모탄과 맞다이를 뜨는 더 미친놈 디멘투스
퓨리오사를 납치한 세력은 디멘투스(크리스 햄스워스 분)가 이끄는 오토바이족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오토바이를 타고 메뚜기떼처럼 모든 것을 점령하는 산적 같은 인물입니다. 식량, 기름, 무기라는 자원이 없기에 여기저기 떠 다니는 유목 폭력배들이죠.
디멘투스는 꽤 강력한 빌런으로 임모탄이 미친놈이라면 디멘투스는 진짜 미친놈일 정도로 디멘투스를 보다 임모탄을 보면 임모탄이 순둥이 또는 합리적 리더로 느껴질 정도로 잔혹성과 비열함이 좔좔 흐릅니다. 그렇다고 이성을 놓은 인간은 아니고 꽤 지력가이기도 해서 임모탄과 협상을 할 정도입니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주된 스토리는 임모탄과 디멘투스의 세력 대결이고 그 사이에서 퓨리오사가 복수를 하는 복수극을 표방합니다. 또한 어떻게 퓨리오사가 임모탄 밑에서 근위대장까지 올라가는지도 보여주죠.
전작에서 보여주지 않은 생태계도 꽤 잘 보여줍니다.
이 디스토피아 세상에서 3개의 강력한 세력이 있습니다. 식량과 물이 풍부한 임모탄의 시타텔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굴러가게 하고 각종 전기 및 거대한 동력를 돌릴 수 있는 석유가 가득한 가스타운
그리고 다양한 무기를 제조하는 무기농장
이 3곳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물물교환을 합니다. 그런데 오토바이 유목민 같은 디멘투스 세력이 가스타운을 습격하고 시타텔에 있는 임모탄과 협상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두 세력은 으르렁 거리게 됩니다.
전작의 70% 정도의 재미만 재공 하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그럼에도 볼만하다
워낙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강렬했습니다. 그리고 외전은 더 크게 성공하기 쉽지 않죠. 게다가 테론이 아닌 새로운 배우가 연기를 합니다. 여기에 맥스가 안 나옵니다. 맥스는 지나가는 장면에서 살짝 등장하긴 하지만 둘이 나오다 혼자 나오면 재미가 뚝 떨어지죠.
이런 악조건에서도 나름 선방은 합니다. 제가 느낀 재미의 강도는 전작의 70% 내외로 전작보다는 못하고 비슷하지도 못합니다. 먼저 액션입니다. 전작은 프랑스 곡예단의 이동 공연단처럼 빨간 내복 기타리스트와 봉을 타고 흔들거리는 난생처음 보는 생경하고 놀랍고 창의적인 액션이 가득했죠. 그것도 CG가 아닌 실제 액션의 쾌감이 짙었습니다.
그런데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이상하게 CG 티가 꽤 납니다. 사막의 모래폭풍 장면이야 그렇다고 쳐도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단순한 장면도 순간 덜컥 거리는 장면들이 있어서 얼마나 CG를 많이 쓰면 저럴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액션은 전작에 많이 못 미칩니다. 다만 20분 정도 되는 탱크로리 호위 액션 장면은 여전히 뛰어나고 놀라운 창의 액션이 가득합니다.
오토바이족들이 행글라이더와 낙하산을 이용한 비행 액션을 선보이는 건 신선하네요. 다만 이 장면도 CG티가 꽤 나서 몰입감은 좀 떨어집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퓨리오사를 연기한 '안야 테일러 조이'입니다. 퓨리오사를 연기한 아역 배우는 꽤 매혹적인 아역 배우였고 성인이 된 퓨리오사를 연기한 안야도 초반에는 어울렸는데 위 사진처럼 탄 밤톨이가 된 후에는 여전사로 하기에는 너무 왜소한 체격에 몰입감이 뚝 떨어집니다.
그냥 키 큰 초등학생 느낌이 드니 여전사가 아닌 여자 초등학생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 면에서 테론이 얼마나 카리스마가 있는 배우인지 새삼 깨닫게 되네요. 후반도 좀 질질 끄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억이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복수도 상대가 누군지 기억해야 복수의 의미가 있다는 태도는 이해를 하겠는데 강렬한 여전사가 아닌 빌런에서 좀 매달리는 질철거림이 있네요. 그리고 실제로 영화가 길어서 약간 지루한 것도 있습니다. 무려 2시간 20분이 넘는 영화네요.
크리스 햄스워스가 실제 주인공이자 재미의 6할 이상을 담당하다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를 보면 실제 주인공은 디멘투스를 연기한 '크리스 햄스워스'가 아닐까 할 정도로 강렬합니다.
<범죄도시 4>가 이 영화를 보고 반성을 좀 해야 할 정도로 빌런을 만들려면 이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영민하면서도 무자비함과 죽음 앞에서 태연하고 달관한 듯한 모습은 임모탄을 순둥이로 만들어 버립니다.
햄스워스의 연기도 좋고 캐릭터도 좋습니다. 또한 전체 이야기를 이끄는 힘도 좋습니다. 이런 디멘투스를 꺾는 퓨리오사는 더 대단하죠. 이렇게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을 보여주고 그 산을 넘었을 때 주인공이 더 빛이 나게 됩니다. 후반 액션 장면에서 괴물 트럭을 타고 분노의 추격전을 하는 모습 다시 퓨리오사가 분노의 복수 추격전을 하는 모습에 힘이 꽉 들어간 이유는 다 이 햄스워스 덕분입니다.
잔혹함만 있는 세상에서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
호불호가 더 갈릴 듯합니다. 전작도 투견장 같은 느낌의 영화였는데 이번 편은 더 심해졌습니다. 잔혹한 장면도 장면이지만 표현이 더 강해졌습니다. 이런 디스토피아 또는 아포칼립스 영화를 안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그러나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액션이 꽤 나옵니다. 그리고 전작에서 노래하지 않던 희망도 살짝 보여줍니다.
짐승으로 변한 세상에서도 과거를 떠올리고 인간의 아름다운 시절을 노래하는 인물을 배치해서 퓨리오사의 증오를 통한 폭발을 보여줍니다. 증오심만이 가득하지만 그 증오심은 퓨리오사에게 용기를 주고 임모탄의 아내들을 탱크로리에 태우고 탈주하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영화가 끝이 나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장면을 보여주면서 끝이 납니다.
볼만합니다. 다만 전작의 70% 정도의 재미만 제공하기에 강력 추천하긴 어렵고 매드맥스 팬이라면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별점 : ★ ★ ★☆
40자 평 : 임모탄을 순둥이로 만드는 디멘투스가 실제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