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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돈, 시간 잡아 먹는 벙커 PMC 더벙커

by 썬도그 2018.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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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2월 26일은 12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었습니다. 이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로 오후 5~9시 사이의 영화를 5천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1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봐야 하는 영화를 반 가격에 볼 수 있어서 매달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2개의 영화를 봤습니다. 하나는 <PMC 더벙커>와 <범블비>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PMC 더벙커>를 보면서 속에서 쌍욕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영화 중반에 대형 지뢰를 밟았다는 느낌이 들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인랑>도 이러지는 않는데 이 영화는 올해 본 영화 중 최악의 영화에 바로 등극했고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그 순위가 계속 올랐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올해 최악의 영화 3위 안에 드는 영화입니다. 그나마 <범블비>가 제 다친 마음에 꿀을 발라주네요. 호오가 있다고 하지만 저와 영화를 함께 본 분을 포함 영화관을 나가는 관람객 대부분이 하정우 때문에 봤는데 속았다는 소리가 많이 들리네요. 


독특한 스토리지만 이해가 잘 안 가는 PMC : 더 벙커의 스토리

PMC는 민간 군사 기업의 약자입니다. 한 마디로 용병입니다. PMC는 전 세계의 분쟁 지역에 투입되어서 전투 및 심문, 경호 등등 굳은 일이나 국가의 군대가 나서서 하기 어려운 일을 나서서 합니다. CIA는 이 PMC 중에 블랙리저드 팀에게 작전을 하달합니다. 그러나 처음 말과 다르게 DMZ에 북한이 판 땅굴을 남북한이 함께 회의를 하는 비밀회의 장소로 만든 벙커에 이 블랙리저드 팀을 투입합니다. 

CIA는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북한의 고위급 장군을 납치해서 한 방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면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미군이 아닌 용병들에게 맡겨서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주 독특한 설정입니다. 동시에 쉽게 이해가 안 가는 설정이기도 합니다. 2024년이라는 근 미래라고 해도 DMZ 밑에 거대한 지하 벙커가 있고 거기서 남북한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는 설정 자체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 같은 남북화해모드도 아니고 북한 핵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설정에서 이런 공간이 있다는 자체가 납득이 안 가네요. 뭐 설정이야 그렇다고 칩시다. 이 지하 벙커에 북한 장군이 아닌 서열 1위인 위원장이 회담 장소에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에 PMC 블랙리저드 팀의 캡틴 에이헵(하정우 분)은 엄청난 현상금이 있는 위원장인 '킹'을 생포해 오겠다고 CIA에 역제안을 합니다. CIA는 빨리 북한 서열 1위 '킹'을 생포하면 선거에 유리하기에 생포하라고 지시를 하고 에이헵은 8명의 대원들과 함께 '킹'을 납치하기 위해 벙커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 과정을 담은 영화가 <PMC 더 벙커>입니다. 영화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두 나라의 파워 게임을 담은 듯 합니다. 전체적으로 영화 스토리도 이해가 안 가고 간다고 해도 영화 자체가 참 너저분하게 만들었습니다. 


벙커에서 관제탑 놀이를 하는 하정우?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든 액션만 잘 나오면 됩니다. 국제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든 북한의 킹을 생포 납치하는 미션에만 집중하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 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하정우라는 뛰어난 팀장이 벙커에서 킹을 차지하려는 다른 용병팀을 영민하고 뛰어난 실력으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제 예상과 달리 에이헵은 의족을 한 팀장입니다.

수년 전 특수 부대에 있을 때 낙하산 사고 때 동료를 구하려다가 한 쪽 다리를 절단합니다. 여기에 동료의 배신으로 그 의족마저 박살이 나서 걷지도 못합니다. 에이헵은 총상을 입고 죽어가는 북한의 킹을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함과 동시에 동료들의 전투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진두지휘를 하는 2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하정우의 액션을 기대했는데 하정우는 액션은 없고 모니터가 많은 방에서 실시간으로 전투 현장을 지켜보고 관제하는 관제사 노릇만 합니다. 마치 FPS 게임 방송을 중계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관제탑 놀이 할 수 있다고 칩시다. 그럼 전투 장면이라도 화끈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이 영화는 전투 장면을 실제로 보는 장면보다 하정우가 모니터를 통해서 보는 장면이 더 많습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라고 하지만 모니터로 보는 장면이라서 현장감은 높지 않습니다. 


액션 장면은 1인칭 캠 장면과 공처럼 굴러다니는 이동형 캠이 보여주는 장면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모습은 마치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중계하는 게임방송에서 볼만한 영상들입니다. 현란한 카메라 워크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칭찬 받을 일이지만 그 이동형 캠이 담는 영상이 독특하기만 할 뿐 화려하거나 박진감 넘치지 않습니다. 또한 총격 액션에도 합이 있어야 하는데 온통 총소리와 화염구만 보일 뿐 흥미가 없네요.

불꽃놀이도 배경 음악을 깔고 스토리를 넣어서 발사하는데 이 영화 <PMC 더벙커>는 불꽃 난사를 합니다. 화려하긴 하지만 감동도 재미도 흥미도 점점 떨어집니다. 나중엔 그냥 니들은 싸워라 난 모르겠다라고 체념단계까지 접어들고 언제 끝나나 시계만 바라보게 되네요. 액션에 대한 재미도 흥미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뛰어난 전술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수류탄이 있으면서 전혀 사용하지 않다가 동료가 죽으니까 던지는 멍청함도 보여줍니다. 


더 테러라이브와 터널을 섞었으나 재미가 전혀 없는 <PMC 더 벙커>

하정우 때문에 본 것도 있지만 전 김병우 감독의 작품이라서 기대한 것도 큽니다. 전작이자 데뷰작인 <더 테러 라이브>는 앵커 부스라는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주인공이 마포대교를 폭파하려고 하는 협박범의 인질이 되는 과정을 아주 잘 그려낸 수작입니다. 좁은 앵커 부스라는 공간의 밀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빌딩이 무너지는 장면 등에는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비를 아끼면서도 질 좋은 긴장을 끌어 올렸습니다. 

이런식으로 영화를 잘 만드는 제작사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입니다. 김병우 감독의 영화는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밀도 높게 그리면서 외부의 거대한 폭발은 TV 모니터나 폭발의 일부만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잘 끌어 올립니다. 영화 <PMC더벙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작과 비슷하게 지하 벙커라는 좁은 공간에서 주인공들의 사투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외부의 미사일 격추나  전투 장면은 일부 또는 TV 모니터로 보여줌으로서 현실감은 끌어 올리면서 제작비는 줄이는 영리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 <PMC 더 벙커>는 같은 공간인 벙커에서 일어나는 전투 장면 마저도 모니터 화면으로 보여주는 우를 범합니다. 전작의 성공에 고무된 감독이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온갖 카메라 워킹 쇼를 하다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집니다. 여기에 주인공인 에이헵의 행동도 비호감입니다. 영화는 동료도 야무지게 버리는 에이헵이 동료를 챙기는 감동 드라마로 만들려고 노력을 했지만 감동은 한 방울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북한 킹의 주치의인 윤지의(이선균 분)과 같은 민족이라면 흐르는 동료애를 담으려고 했고 어느 정도 담기긴 했지만 딱히 감동스럽지도 않고 왜 저 둘이 저렇게까지 서로를 챙기고 믿을까 할 정도로 너무 끈끈해서 후끈하기까지 합니다. 한 마디 더 하자면 이선균이라는 배우는 참 좋아하는데 북한 어투는 영 아니올시다입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벙커 버전 같았던 영화는 후반 폭발이 일어나면서 영화 <터널>을 연상케 합니다. 


속으로 쌍욕하면서 본 영화 <PMC 더 벙커>

올해 저질 한국 영화들이 참 많이 나왔습니다. 이중에서 제작비 많이 들이고 폭망한 영화가 <인랑>입니다. 그런데 이 <인랑>보다 더 재미없는 영화가 <PMC 더 벙커>입니다. 호불호가 있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제 주변에서 그리고 같이 영화를 본 관람객들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쓴소리를 하더군요. 

액션은 화려하기만 할 뿐 재미가 없습니다. 무슨 대단한 전략, 전술로 전투를 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이걸 관제소에서 하정우가 지켜봅니다. 무슨 FPS 게임하는 PC방 느낌입니다. 여기에 어설픈 북한과 남한 주인공 사이의 브로맨스가 흐릅니다. 유일하게 볼만한 장면은 지긋지긋한 벙커에서 나온 후 수송기에서 벌어지는 액션입니다. 

이 영화와 비슷한 영화가 <클로버필드 10번지>입니다. <클로버필드 10번지>는 지하 벙커에서 정보가 통제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을 긴장감 있게 잘 그렸습니다. 그러나 <PMC  더 벙커>는 더 화려하지만 더 재미없게 만들었네요. 영화 중반부터 속으로 쌍욕을 하면서 봤습니다. 정말 너저분한 영화이자 강력 비추천 영화입니다. 아직도 영화에 대한 분노가 사라지지 않고 있네요

별점 : ★☆

40자 평 : 관객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너저분하게 뿌려 놓은 감독이 망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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