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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서울 핫플레이스의 공통점 4가지

by 썬도그 2018.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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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 성수동 카페거리, 연트럴파크, 망리단길, 익선동, 합정동, 이화벽화마을, 홍대, 을지로, 문래동, 삼청동, 서촌, 샤로수길, 가루수길. 이 단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단어는 서울 핫플레이스입니다. 우리는 핫플레이스를 참 좋아합니다. 아니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루하고 반복되고 건조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짧은 여행을 떠납니다. 그 짧은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 핫플레이스입니다. 

길거리 사진, 여행 사진을 좋아하는 저는 이 모든 곳을 다 가봤습니다. 가보면 사람들이 찾는 이유가 확실하게 있습니다. 그 확실한 이유는 흥미롭게도 서울에서 뜨고 있는 동네인 핫플레이스들 대부분이 비슷합니다. 제가 느낀 서울 핫플레이스의 공통점을 소개합니다.  


1. 아파트에서 느낄 수 없는 골목

아파트 공화국입니다. 정말 아파트가 많은 한국입니다. 서울만 해도 무려 42.3% 사람이 아파트에 살고 전국 대도시는 대부분 50% 넘는 사람들이 아파트에 삽니다. 아파트가 인기 있는 이유는 주차가 편리하고 생활이 편리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선호합니다. 

생활 편리의 대명사 아파트는 먹고 자고 지내는데 최적의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아파트 밖을 나오면 안 좋은 점이 꽤 있습니다. 가장 먼저 아파트는 참 못생겼습니다. 오래된 아파트 건 최신 아파트 건 아파트라는 건물이 주는 위압감과 반복적인 이미지로 인해 참 지루하게 생겼습니다. 

여기에 골목이 없습니다. 주택가에 살면 좋던 싫던 골목을 지나야 합니다. 골목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문래동 철재상가>


<익선동 한옥 상가>


< 이화벽화마을>


<합정동>


<을지로>


<경리단길>

서울의 핫플레이스 대부분은 골목을 품고 있습니다. 골목은 복잡할수록 더 많은 재미를 줍니다. 이 골목을 돌면 어디가 나올까?라는 좋은 긴장감을 품은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또한, 짧은 거리에서 다양한 형태의 상점과 건물이 주는 흥겨움도 좋습니다. 

자동차가 지나다니기 어렵고 주차 공간이 없거나 주차장이 먼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불편함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차를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핫플레이스를 찾습니다. 그래서 걷기 좋은 핫플레이스가 많습니다. 특히 익선동 한옥 상가는 두 사람 정도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이라서 자동차 자체가 다닐 수 없어서 걷기 아주 좋습니다.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 평소에 느끼기 어려운 골목이 주는 불편하지만 독특한 풍경이 주는 재미를 서울의 핫플레이스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 을지로 노가리 거리 >


< 경리단 길 주변 >

날 좋은 날에 가면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만선을 이룹니다. 골목은 걷기도 좋지만 테이블을 놓고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고 날씨를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2. 주변에 고층 빌딩이 없다. 

< 문래동 철재상가>

골목이 많은 동네는 고층 빌딩이 주변에 거의 없어서 하늘을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늘을 많이 볼 수 있어서 계절과 날씨에 그대로 노출이 됩니다. 따라서 같은 공간이라도 해도 계절과 날씨가 바뀌어도 매일이 똑같은 대형 쇼핑몰과 달리 계절의 변화와 날씨에 따라서 새로운 옷을 입습니다. 

가끔 찾는 문래동 철재상가를 맑은 날에 찾아간 것과 비오는 오후에 찾아가는 것이 확 다릅니다. 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서울 핫플레이스 중에 많습니다. 성수동 카페거리는 주택가나 공장 지대라서 높은 건물이 없고 문래동 철재상가도 공장 지대라서 대부분의 건물이 1~2층 건물입니다. 또한 경리단길은 언덕이 있어서 고층 건물이 올라서기 어렵고 서촌이나 삼청동은 한옥 보존 지구라서 고층 빌딩이 들어설 수 없습니다.  


<종로 1가 고층 빌딩 >

최근 고층 빌딩이 많이 들어선 종로 1가는 피맛골 같은 골몰길이 있는 풍경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사람을 걷게 하지 않고 수직으로 이동만 하는 정크 스페이스인 고층 빌딩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고층 빌딩에 있는 상가들은 빌딩 내부인들만 이용하는 공간이라서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장점이 더 부각되다 보니 가격과 거리로 승부를 합니다. 따라서 대형 빌딩 건물 음식점들은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나 개성 있는 맛과 음식 보다는 프랜차이즈 같은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가격과 맛만 추구합니다. 

이렇게 고층 빌딩이 많은 지역에서는 맛집, 멋집이 없고 핫플레이스가 아닌 그냥 거대한 사무실 같은 공간입니다. 반면 고층 빌딩이 적고 골목이 많은 서울의 핫플레이스는 마당 같은 곳으로 걷고 싶고 바람을 쐬고 날씨를 즐기는 쉼터 또는 여유를 즐기는 공간으로 멀리서도 찾아옵니다.  


3. 개성 넘치는 다양한 상가

<성수동 카페 골목>

서울에서 뜨는 핫플레이스들은 독특하고 성 넘치는 카페와 음식점이 참 많습니다. 서울숲 뒷편에 있는 성수동 카페거리를 걷다가 흔하디 흔한 80년대 지어진 듯한 2층 연립주택을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어서 자세히 보니 카페더군요. 외관은 그냥 주택인데 안에서 커피를 파는 독특한 카페였습니다. 


< 망리단길 카페 자판기>

다른 동네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컨셉의 카페와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얼마전 방영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호주편에서 소개된 카페 자판기는 문 입구가 자판기라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곳입니다. 이렇게 멋으로 승부하는 개성 넘치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참 많습니다. 


<성수동 대림창고>

성수동 대림창고는 거대한 폐창고를 개조해서 거대한 카페로 만들었습니다. 기둥이 없어서 실내 체육관 같은 공간에 햇빛을 이용한 채광이 은은하고 달달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이런 개성 넘치는 카페와 음식점이 성수동 이면도로에 가득합니다. 


<익선동 한옥 상가>

익선동 한옥 마을은 정말 허름한 한옥 마을이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좁은 골목이 많은 흔한 종로의 한옥 마을이었습니다. 북촌 한옥 마을이 뜨기 시작하자 한옥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서울 공간이 아파트와 고층빌딩과 연립주택으로 칠해지자 한옥은 차별성과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인기를 끕니다.

이 한옥의 인기를 이용해서 익선동 한옥 마을이 상가로 개조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옥이라는 건물을 개조한 각종 카페와 상점 그리고 음식점이 들어섰습니다. 정말 다양하고 예쁜 인테리어와 특색 있는 카페와 음식점이 많은 익선동이고 최근에는 더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독특한 카페나 음식점은 인스타그램을 많이 사용하는 20~30대 젊은 분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카페에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닌 사진 찍으러 간다는 말이 유통될 정도로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공간을 가진 상가들이 가득한 지역은 많은 사람들을 찾아오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4. 저렴한 임대료

<성수동 카페 어니언 >

서울의 핫플레이스는 개성이 넘치는 독특한 인테리어를 지닌 테마 카페와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이 개성 넘치는 음식점과 상가들은 대부분 큰 도로가 있는 도로가 아닌 뒷골목이라고 하는 이면도로에 있습니다. 이면도로는 큰 도로 뒤에 있어서 임대료가 저렴합니다. 성수동이나 문래동, 을지로 같은 곳은 공업 또는 상업 유통 지구라서 임대료가 더 저렴합니다.

임대료가 저렴하니 실내 인테리어를 꾸미는데 더 많은 돈을 들일 수 있습니다. 


성수동 카페 어니언은 공장 건물을 인수한 후 실내만 리모델링 했습니다. 실내도 오래된 건물이 주는 운치를 그대로 두고 편의성과 독특함을 간직한 인테리어만 넣었습니다. 


<익선동 한옥 카페>

익선동의 한 한옥 카페는 아예 테이블과 온갖 장식을 조선시대에 맞췄습니다. 


< 을지로 커피 한약방>

요즘 가장 핫한 을지로에서도 가장 유명한 카페 중 하나인 커피 한약방은 복고를 컨셉으로 서양과 한국의 오래된 물건들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테리어에 큰 투자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저렴한 임대료가 큰 도움을 줬습니다.


핫플레이스 잡아 먹는 젠트리피케이션 

뒷골목, 준공업지대와 사람들이 덜 찾아서 임대료가 저렴한 곳들이 개성을 무기로 한 독특한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서울의 핫플레이스가 됩니다. 그러나 핫플레이스가 되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비상식적으로 크게 올려서 개성 넘치는 상가들이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 때문에 핫플레이스에서 떠납니다. 그렇게 1~2년이 지나면 핫플레이스는 폐업한 가게로 넘치는 유령 거리가 됩니다. 


지난 주에 삼청동과 팔판동에 가보니 많은 상점들이 폐업을 했습니다. 폐업한 이유는 관광객이 줄어든 것도 영향이 있지만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서 폐업한 상가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줄폐업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많은 상가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런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죠.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개성 넘치는 상가들이 많아서 인기를 끌었던 핫플레이스. 그 뜨거움을 높은 임대료가 꺼버리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거론한 핫플레이스 중 대부분이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상가들이 폐업하거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고 높은 임대료를 견딜 수 있는 유명하고 거대한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들어섭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서울의 핫플레이스의 개성을 삭제하게 되고 서울의 다른 상가 지역과 다를 것이 없는 거리로 만듭니다. 이후 사람들은 개성이 사라진 핫플레이스를 더 이상 찾지 않고 프랜차이즈 마저도 떠난 후에는 을씨년스런 공간으로 변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치다작성자: Rawpixel.com / 셔터스톡 >

이미 신촌, 가로수길, 삼청동, 서촌, 경리단길이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고 익선동, 망리단길이 조만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핫플레이스가 왜 핫플레이스가 되었는 지를 살펴보고 그 이유를 파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게 핫플레이스의 생명을 길게 늘려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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