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가 있는 날'입니다. 이 날은 전국 대부분의 영화관이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영화 관람료가 무조건 5천원입니다. 영화 관람료 문턱이 낮아져서 평소에 영화를 안 보는 분들도 많이 봅니다. 실제로 '문화가 있는 날' 영화관을 가면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이 참 많습니다. 저도 매월 까먹지 않고 챙겨 먹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8월 말 '문화가 있는 날'은 볼 영화가 없어서 안 봤습니다. 아니 올해 들어서 영화 관람을 50% 정도 줄였습니다. 매주 1편 이상씩 보던 제가 2주에 1번을 넘어서 이제는 1달에 1번 정도 볼까말까 합니다. 제가 영화를 안 보게 된 이유는 보고 싶은 영화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예고편만 봐도 다 본 것 같은 느낌. 돈 많이 들인 드라마 같은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이 돈으로 맥주와 치킨 사 놓고 TV 드라마나 PC로 흘러간 영화 다시보기나 명작이지만 못 본 영화 보는 것이 더 가치가 느껴질 정도로 요즘 개봉작들 정말 재미 하나도 없습니다. 아니 보고 싶은 영화들은 있습니다. 그러나 저예산 영화 또는 해외에서 유수한 상을 받았지만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극장주의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로 적은 수의 개봉관에서만 상영을 합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없을 때는 단편 영화를 봅니다. '다음 독립영화관'에는 다양한 독립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독립영화 대부분은 저예산 단,중편 영화들입니다. 이중에서 이수민 감독의 3cm를 봤습니다. 


교통사고 후 오랜만에 동아리 모임에 나온 수연

단편영화 <3cm>의 러닝타임은 23분으로 짧습니다. 23분이라는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넣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짧다고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는 것도 이야기가 재미 없는 변명의 시간이 되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종로 한옥집에서 사는 주인공 수연(이예린 분)이 깔창을 넣고 마당에서 걸음을 걷습니다. 외출을 준비하는 수연은 아버지의 차 조심해라, 술 마시지마라 등의 지청구를 듣고 모임에 나갑니다. 

오랜만에 동아리 모임에 나간 수연, 친구들은 몸 괜찮냐고 묻습니다. 수연은 얼마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크게 다쳤습니다. 죽을 위기를 겨우 넘긴 수연은 자리를 저는 장애가 있습니다. 


월미도에서 오랜만에 동아리 선후배들이 만나는 회식 자리에 수연은 쭈볏거리고 들어가지 못합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다리에 생긴 장애를 동기 앞에서 보여주기 싫어서 들어가지 못합니다. 이런 모습을 안 선배는 수연을 데리고 나와서 월미도 놀이기구를 같이 타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수연을 알뜰살뜰 챙겨줍니다. 


자신을 챙겨준 선배의 작업실에 방문한 수연. 선배가 연재하는 웹툰 '우리동네 어벤져스'를 함께 만들면서 선배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사고 이후에 웃음을 잃고 절망 속에서 살아갔는데 예능 무한도전과 선배가 연재하는 '우리동네 어벤져스'를 보고 힘을 냈다면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선배에게 마음이 가지만 교통사고로 죽은 진상에 대한 마음을 내려 놓지 못했습니다. 수연과 진상은 동아리 선후배 사이이자 연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상은 죽고 수연은 큰 사고가 났지만 목숨을 건졌습니다. 


진상과 새로운 사랑인 선배 사이에서 갈등하는 수연.  영화 <3cm>는 사고후 다리가 3cm 짧아져서 장애가 생긴 수연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먼저 이 단편 영화가 확 와닿게 한 건 동아리 이야기였습니다. 저도 대학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일들을 참 많이 겪었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 사랑도 하고 미움도 내뱉고 별별 사건 사고들이 다 있었죠. 이러다 보니 수연의 세대와 패션과 사는 풍경은 달라졌지만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람 사는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변하지 않는 삶의 형태인 인문학을 그렇게 좋아하고 푹 빠지나 봅니다. 

닮았습니다. 아니 똑같았습니다. 세월은 흘러도 상처 받고 상처 입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그 지난한 과정과 강렬한 기억들은 여전히 주위를 맴도네요. 


영화 촬영술이 뛰어났던 단편 영화 <3cm>

스토리는 좀 단순합니다. 저 하늘로 먼저 떠나 보낸 연인을 잊지 못하는 수연이 새로운 사랑에 대한 갈등을 담고 있습니다. 짧은 러닝타임임을 감안해도 좀 더 이야기에 흥미로운 요소가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풋풋함이 아주 잘 묻어나 있습니다. 이 풋풋함을 만든 주요 요인은 첫 번째가 촬영입니다.

단편영화 답지 않게 영화 색감이나 분위기와 아주 매끄럽고 화사합니다. 조명도 꽤 좋고요. 따뜻한 색감 덕분인지 영화 내내 훈훈함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중독립영화제인가에서 촬영상을 받았네요. 두 번째는 여주인공 수연을 연기한 이예린입니다. 필모그래피를 보니 이 영화 딱 1편 출연했는데 연기도 괜찮고 꽤 큰 배우가 될 것 같습니다. 배우 신세경 느낌이 꽤 많이 나오네요. 전 이 이예린 배우가 더 좋습니다. 두 남자 배우도 참 좋고요. 


아주 뛰어난 작품은 아닙니다만 꽤 볼만한 단편영화이자 꽤 잘만든 단편영화입니다. 메시지 전달력도 괜찮고요. 특히 사고가 난 후 세상에 발디딧기를 주저하던 주인공 수연이 사랑의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서는 마지막 장면이 아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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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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