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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환경부의 1회용 플라스틱컵 과태료 부과는 현실 외면의 졸속 행정이다

by 썬도그 2018.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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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생활을 대폭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물질 플라스틱. 내 주변의 많은 물건들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입니다. 가전제품, 장난감, 포장재와 공산품 등등 실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들이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 좋은 점도 있습니다. 이 플라스틱은 자연에 있는 물질이 아닌 인간이 석유에서 추출한 고분자 물질입니다. 그래서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거나 썩는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서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공해로 고통 받는 바다 생물들 / 촬영: nevodka (셔터스톡)>

그래서 인류는 플라스틱 때문에 멸망할 것이라는 다소 과격한 그러나 공감이 가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플라스틱 소비 강국입니다. 2015년 한국인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플라스틱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는 과도하게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장 내 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하면 과태료를 매긴다는 환경부 

1회용 플라스틱컵

<1회용 플라스틱 컵 / 촬영 : nirapai boonpheng (셔터스톡)>

8월 1일부터 환경부와 지자체는 1회용 플라스틱 컵을 매장 내에서 사용하다 처음 적발되면 매장 면적에 따라서 5~50만원이고 1년 간 세 차례 적발되면 30~200만원의 과태료를  커피숍이나 매장 점주에게 물리는 단속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단속이라고 할 수 있지만 법 자체만 보면 오래된 법입니다. 1994년 환경부는 매장에서 종이든 플라스틱이든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는 '재활용 촉진법'을 만들었습니다. 다만 법은 있지만 실제로 단속을 하고 과태료를 물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법은 있엇지만 단속은 하지 않았던 사문화된 '재활용 촉진법'을 강력하게 시행하는 모습 이면에는 환경부가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발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불편하지만 환경을 위해서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게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반대할 사람은 크게 없습니다. 다만 매장이나 커피숍 매장내에서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가 실효성이 있고 현실성이 있느냐에 대한 지적은 꽤 많습니다.


현실을 모르는 환경부의 매장 내 플러스틱 컵 재활용 강제 집행

1회용 플라스틱컵

<매장에에서 사용하는 1회용 플라스틱컵 / 촬영:paikong (셔터스톡)>

이번 환경부와 지자체의 1회용 플라스틱 컵 단속은 현실과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한 졸속 행정으로 보입니다. 단속이 시작되기 1주일 전에  스타벅스에 갔더니 예전과 달리 머그잔으로 드릴까요? 1회용 컵에 드릴까요? 묻더군요. 전 1회용 컵이 더 위생적이라서 플라스틱 컵을 달라고 하니 플라스틱 컵으로 제공했습니다. 

지금은 좀 더 강력하게 말하겠지만 손님이 난 위생상 1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먹고 싶다고 요구하면 대부분의 커피숍이나 매장은 플라스틱 컵으로 제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컵 단속에 대한 사정을 말해도 잠시 앉아 있다가 나가겠다고 해 놓고 잠시가 1시간이 되고 2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 단속반이 단속을 하면 매장 주인은 꼼짝 없이 과태료를 물 수 밖에 없습니다.

환경부는 그런 손님에게 나가주세요! 말을 하라고 하지만 어떻게 손님에게 나가라 마라 합니까? 정말 현실을 모르는 책상머리 생각입니다. 오피스 상권 커피숍들은 더 난감합니다. 오후 12시 20분 부터 1시까지 매출의 절반이 나올 정도로 점심 시간에 직장인들은 커피를 시키고 5분 내외 길어야 30분 정도 수다를 떨다가 1시가 되면 사무실로 올라갑니다. 이런 분들에게 머그잔이나 유리컵으로 커피를 제공하게 되면 커피를 남아 있을 경우 1회용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담아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러면 커피숍은 미치고 환장합니다. 이는 손님도 마찬가지죠. 좀 수다를 떨다가 1시가 되면 먹던 커피 들고 올라가야 하는데 유리컵이나 머그잔으로 주면 벌컥벌컥 마시라는 소리로 들립니다. 


1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 이유는 저렴하기 때문

사실 커피숍에서 1회용 컵을 사용하는 사용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격이 워낙 싸서 1번 먹고 버리는 것이 설거지 하는데 사용되는 노동 비용보다 쌉니다. 머그잔, 유리잔 설거지가 쉽지도 않고 세척을 하는데 사용하는 세제나 물도 환경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그게 그거 아니냐는 소리도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1회용 플라스틱 컵은 홀더와 뚜껑 포함해서 200원 내외입니다. 아주 싼 가격은 아니지만 설거지 노동비, 컵 파손 등을 따져보면 1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특히 오피스 상권 같이 점심에 손님이 확 몰리는 점심 러시 시간에 머그잔이나 유리컵으로 제공하고 컵이 반납되면 설거지를 하고 말리고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천상 알바를 고용해야 하는데 이 알바라는 것이 점심 시간 1~2시간 고용하면 알바비가 목돈이 되지 않기에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환경부의 1회용 플라스틱 컵 단속은 궁극적으로 1인 운영 카페 작은 작은 규모의 카페들에게 큰 타격을 줍니다. 이에 1인 카페 사장님들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적용해보고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파악한 후 소규모 영세 커피숍에도 적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 1회용 플라스틱 컵 단속 정책은 좋은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커피숍 매장 주인들이 간편하고 경제적 이득 때문에 싼 1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데 이걸 단속한다고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매장 주인들이 자발적으로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량을 줄이게 하고 싶으면 1회용 플라스틱 컵 가격을 현재보다 3~4배 올리고 동시에 공병 회수 정책처럼 플라스틱 컵을 가져오면 환불이나 적립금을 쌓아주는 제도가 더 낫습니다. 


문제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

1회용 플라스틱컵

<분리 수거된 1회용 플라스틱 : 촬영:wk1003mike / 셔터스톡>


플라스틱이나 종이는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입니다. 다만 재활용이 높은 플라스틱이 있고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이 있습니다. 가장 재활용이 좋은 건 투명한 플라스틱입니다. 이건 그냥 녹여서 쓰면 됩니다. 문제는 투명한 1회용 플라스틱 컵에 로고 그것도 2가지 색 이상으로 로고를 박아 넣은 1회용 플라스틱 컵은 그 로고의 색을 지워야 하기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맥주 페트병처럼 색이 들어간 페트병은 재활용이 까다롭고 비용도 많아서 정부는 색이 들어간 페트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1회용 플라스틱컵도 로고나 색을 넣은 플라스티컵을 줄이고 금지시켜서 재활용이 편리하게 해야 합니다.


1회용 플라스틱컵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이 위 사진처럼 텍스트나 로고가 들어가는데 이걸 금지시켜야 합니다. 이 1회용 플라스틱 컵 재활용율은 플라스틱 재활용율인 34%보다 훨씬 낮은 5%입니다. 왜 이렇게 낮은 걸까요? 그 이유는 테이크아웃을 한 1회용 플라스틱 컵 때문입니다. 


1회용 플라스틱컵

도심에 나가보면 올려 놓을 수 있는 공간마다 1회용 플라스틱 컵이 차곡 차곡 올려져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휴지통이 없어서 올려 놓은 것도 있지만 쓰레기통도 분리수거가 가능한 휴지통이 많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휴지통이 있다고 해도 컵 안에 든 음료를 따로 버릴 곳이 없어서 그냥 통째로 버려서 청소하는 분들에게 최악의 쓰레기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습니다.


1회용 플라스틱컵

서초구처럼 1회용 플라스틱 컵 회수 전용 쓰레기통이 있으면 참 좋으련만 이런 쓰레기통이 있는 지자체는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커피를 테이크아웃한 후 길거리에서 버리는 1회용 플라스틱 컵은 거의 회수가 안되거나 회수 되어도 분리 수거가 되지 않아서 제대로 재활용이 되지 않습니다. 반면 매장에서 사용하는 1회용 플라스틱 컵은 회수율도 높고 음료와 물만 버리면 깨끗하게 분리수거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매장에서 분리한 1회용 플라스틱 컵은 재활용율이 높습니다. 환경부는 이 재활용율이 높은 매장 내 1회용 플라스틱 컵만 단속하고 있고 정작 더 큰 문제거리인 길거리에서 버리는 1회용 플라스틱 컵에 대한 대책은 없습니다. 물론, 환경을 생각한다면 1회용 플라스틱 컵을 매장 안이든 밖이든 덜 쓰는게 좋죠. 하지만 당장 단속한다고 너도 나도 텀블러 들고 다닐리가 없고 손님에게 과태료를 물리지 않는 한 손님이 1회용 플라스틱 컵에 달라고 하면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1회용 플라스틱 컵 재활용율을 높이거나 1회용 플라스틱 컵 가격에 환경분담금을 넣어서 재활용 회수 비용을 충당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한국은 플라스틱 분리 수거는 잘 하지만 활용 가치가 높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정책이 없습니다. 환경부는 커피숍이나 음식 매장만 단속하는데 더 큰 문제는 배달 음식들의 과도한 플라스틱 포장과 공산품들의 과도한 플라스틱 포장이 더 큰 문제 아닐까요?

환경부의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량을 줄이자는 취지를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단속 정책은 너무 과격하고 현실 무시 또는 외면하는 정책으로 보입니다. 특히 손님이 1회용 컵 달라고 하면 거부할 커피숍이나 매장이 몇이나 있을까요? 그나마 대형 프랜차이즈는 변화에 적응할 여력이라도 있지 1인 커피숍은 이런 강제 단속 정책에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1회용 플라스틱 컵을 회수한 후 물로 세척해서 재활용을 편리하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정책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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