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있어 태국 영화는 쉽게 접하는 영화들은 아닙니다. 기억나는 태국 영화는 옹박과 같은 액션 영화와 몇몇 공포 영화 그리고 칸에서 인정 받은 '엉클 분 미' 같은 영화가 전부입니다. 태국 영화가 국내에서 크게 인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SNS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태국 영상 광고들을 보면 근 미래에는 아시아 영화 시장을 태국이 사로 잡지 않을까 할 정도로 뛰어난 영상 광고들이 많습니다. 그런 흐름의 결과물 같은 영화가 <배드 지니어스>입니다.


컨닝을 소재로 한 스릴러? 배드 지니어스

소재가 아주 독특합니다. 컨닝입니다. 컨닝. 90년대 후반 2천년대 초반의 한국이라면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을 수 있지만 지금의 한국은 자본이 꽉 잡고 있어서 검증되지 않는 이런 소재의 영화가 만들어질 수가 없습니다. 이 영화는 태국을 비롯 동남아에서 큰 인기를 끈 영화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개봉 후 17,000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아니 인기 배우도 없고 소재도 그렇고 해서 그런지 작게 개봉해서 그냥 그런 성적을 거뒀다고 봐야곘죠. 


하지만 이 영화 꽤 흥미롭고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꼭 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이고 그 신선한 소재와 스토리 진행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린(추티몬 충차로엔수킹 분)은 교사였던 아버지와 함께 사는 여고생입니다. 뛰어난 머리 회전으로 가고 싶은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다니고 있습니다. 집이 가난해서 촌스럽게 하고 다닙니다. 학교에서 개인별 사진을 촬영할 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레이스(에이샤 호수완 분)가 머리 손질을 해주면서 둘은 친해지게 됩니다.


그레이스는 연극 배우가 꿈이지만 수학 성적이 좋지 못합니다. 뛰어난 머리를 가진 린은 그레이스에게 수학을 가르쳐줌을 넘어서 컨닝을 하게 도와줍니다. 린의 컨닝 도움으로 수학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그레이스는 자신의 남자 친구이자 또 다른 금수저인 팻을 소개합니다. 팻은 린에게 자신과 몇 명의 컨닝을 도와주면 큰 돈을 주겠다고 유혹을 하죠. 

린은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서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본격적인 컨닝 계획을 짭니다. 린은 앞 자리 부분에 앉는 것을 이용해서 손가락으로 건반의 A.B.C.D 코드를 치면 뒤에 있던 학생들이 그 손가락의 움직임을 읽고 4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를 린의 피아노 연주 모습의 손가락을 보고 OMR 카드에 넣습니다. 그렇게 린은 큰 돈을 쉽게 벌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컨밍 음모를 알아챈 장학생인 뱅크가 선생님에게 컨닝 신고를 합니다. 린과 뱅크는 학교를 대표하는 장학생이자 뛰어난 머리를 가졌습니다. 둘 다 흙수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만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릅니다. 린은 컨닝이라는 부정한 방법도 스스럼없이 행하는데 반해 뱅크는 잘못된 행동을 결코 용납하지도 그냥 보고도 못 본 척 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뱅크는 집단 컨닝을 눈감아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에게 신고를 했고 뱅크가 원하고 뜻한 것은 아니지만 해외 유학생 추천인에서 린이 탈락하고 뱅크가 단독 추천을 받게 됩니다. 박사 과정까지 무상 지원을 해주는 해외 유학생에서 떨어진 린은 깊은 좌절을 느낍니다. 


이때 팻과 그레이스가 미국으로 갈 예정이라면서 미국 수능시험인 STIC(SAT를 변형해서 소개함) 컨닝을 도와주면 아주 큰 돈을 주겠다고 린을 유혹하죠. 한 번 망가진 인생이라고 생각했는지 린은 STIC 시험 컨닝을 계획합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자신과 비슷하게 똑똑한 또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때 가난에 찌든 뱅크가 동참을 합니다. 


뱅크와 린은 STIC 시험 컨닝을 위해서 호주로 건너갑니다. 호주는 태국보다 4시간 먼저 시험을 보는데 먼저 시험을 보고 난 후에 그 정답을 휴대폰으로 전송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위협스럽고 어려운 STIC 시험 컨닝을 시도하면서 영화는 점점 긴장감을 끌어 올립니다. 


예상하기 어려운 스토리 진행이 매력적인 <배드 지니어스>

배드 지니어스는 놀랍고 빼어난 컨닝 방법을 소개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에서 놀라운 컨닝 방법이라곤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는 모르스 부호 같은 손동작을 보고 컨닝을 하는 것 말고는 딱히 없습니다. 후반의 STIC 컨닝 방법이 기발하긴 하지만 크게 놀라운 스킬은 아닙니다. 다만 컨닝 스킬 보다는 컨닝을 하는 과정의 스릴이 아주 좋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경중의 차이일 뿐 컨닝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다들 컨닝의 스릴을 잘 알고 있습니다. 컨닝은 나쁜 행동이고 무엇보다 불공정한 행동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빈부 격차는 참아도 불공평한 것은 못 참는다고 하잖아요. 그러나 청춘의 한 가운데 있으면 친구들의 시선과 쉽게 동조를 합니다. 카나리아 같은 친구가 없으면 나쁜 행동인 줄 알면서도 쉽게 나쁜 행동을 함께 합니다. 수박 서리가 비슷한 행동이죠. 

린은 가난한 자신의 삶과 친한 친구를 돕는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컨닝 계획을 짜고 주도를 합니다. 이와 비슷하지만 반대의 시선으로 사는 뱅크가 있습니다. 뱅크는 낡은 세탁기가 자주 고장나는 세탁소 가게의 아들입니다. 방과 후에는 어머니를 도와서 손 빨래를 하는 효자입니다. 컨닝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다른 학생의 컨닝 행동을 신고하는 정의감이 넘치는 학생입니다. 


이런 뱅크도 가난에 무너집니다. 폭력배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시험을 치루지 못합니다. 장학금을 놓친 뱅크는 린이 주도하는 STIC 시험 컨닝 계획에 함께 하면서 변해갑니다. 전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했습니다. 영화 초반과 중반까지는 같이 수박 서리를 하는 쾌감을 느꼈습니다.  컨닝하다가 걸리면 어쩌나 어쩌나 하면서 린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린은 나쁜 행동을 하는 학생입니다. 따라서 응원하면 안 됩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절박한 심정과 함께 우리의 경험이 투영되니 린을 응원하게 되네요. 


하지만 이 영화는 범죄를 정당화하는 하이스트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 중간에 린은 컨닝을 하다가 걸리게 되고 교사였던 아버지의 불같은 분노에 노출됩니다. 영화 후반에는 어떻게 흘러갈까? 참 궁금하죠. 그런데 이 영화 <배드 지니어스>는 영화 초반에 아예 컨닝 하다가 걸렸는지 주요 인물들이 인터뷰하는 모습이 담깁니다. 

자신들의 지난 행동을 린, 뱅크, 그레이스, 팻이 대답을 합니다. 이는 궁금증을 유발하고 해결합니다. 컨닝을 하다가 걸려서 인터뷰를 하는 건지 컨닝을 하다가 걸렸지만 증거가 없어서 다들 빠져 나간다는 건지 정체 모를 인터뷰가 영화의 흥미를 더 돋구어 놓습니다. 


<배드 지니어스> 후반에는 STIC 시험 과정이 펼쳐집니다. 이 과정이 상당히 밀도 높은 스릴로 담깁니다. 또한 스토리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보통 이런 영화들은 기승전연예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린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뱅크에 호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런 흔한 러브스토리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제가 너무 한국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영화는 아주 세련된 방향으로 진행을 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울분이 터집니다. 팻과 그레이스는 금수저로 태어나서 세상을 돈을 주고 삽니다. 기부 입학으로 입학한 팻과 그레이스의 모습을 보고 린은 교장 선생님에게 그게 뇌물과 뭐가 다르냐고 따지지만 교장 선생님은 난감해 하면서도 세상 시스템이라고 둘러되죠. 

재능은 뛰어나지만 가난한 린은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 결과의 참담함을 느끼게 됩니다. 공항에서 기다리던 아버지 품에서 눈물을 흘리던 린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부자는 매일 매일이 파티고 빈자는 매일 매일이 전쟁인 이 세상을 아주 잘 담았습니다. 참! 이 영화에서 린을 연기한 '추티몬 충차로엔수킹'은 꽤 흥미로운 배우입니다. 예쁜 미모라고 할 수 없지만 한 번 보고 잊지 못할 정도로 개성 있는 얼굴과 뛰어난 연기로 사람 마음을 훔칩니다. 또한 뱅크를 연기한 '차논 산티네톤쿤'도 잘생김이 덕지덕지 묻어납니다. 


과격한 액션이나 놀라운 스토리나 반전은 없습니다. 다만 영화 후반에 반전이라고 하기 어려운 큰 깨달음이 있습니다. 결말이 다소 계몽적이라서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컨닝을 옹호하는 나쁜 태도로 마무리 짓지는 않아서 좋네요. 그냥 수박 서리 하다가 너희들 다 나쁜 놈들이야라고 하고 말하는 것 같아서 좀 당혹스럽긴 합니다. 그럼에도 영화 전체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이 콸콸 넘치는 빼어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동남아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가 확실한 영화 <배드 지니어스>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컨닝을 통한 빈자와 부자의 괴리감을 잘 드러낸 흥미로운 영화

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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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8.07.20 1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미로운 영화네요
    여배우가 매력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