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죄를 지었으면 그 죄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루어내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정중하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해야 합니다. 그게 비롯 죄를 지은 죄인이지만 앞으로 바르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자 방증이니까요.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자비한 폭력으로 다른 국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면 나중에 충분한 사과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사과는 피해자가 사과로 받아줄 때 까지 충분히 깊게 해야 합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후에 피해 국가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독일은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자신들이 저지른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독일의 잘못을 학생들에게 철저히 교육을 시켜서 히틀러라는 악마의 이름을 지워내고 있습니다. 

반면, 2차 세계대전에서 주변 국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일본은 어떤가요. 전 일본인도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세상 최고의 비열한 집단체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 우익들은 세상에서 가장 비열하고 저열하고 졸렬한 집단체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잔혹한 행동을 했습니다. 특히 '군 위안부' 문제는 정말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로 참혹한 피해를 줬습니다.

인간의 가장 저열한 상상을 실현한 나라가 일본 제국이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사진으로 기록한 안세홍 사진가

6년 전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이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친일 이미지대로 일본 정부의 과거 문제를 다 덮는 듯한 행동을 합니다. 일본에서도 이명박과 박근혜가 일본에게 큰 도움이 되는 대통령이라고 좋아했었죠. 

2012년 7월 청와대에서 1km도 안 되는 서촌의 조용한 사진 갤러리 류가헌에서 안세홍 사진가의 '겹겹 사진전'이 열렸습니다. 이 사진전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과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안세홍 사진작가는 2003년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아서 세상에 소개했습니다. 우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한국에만 있는 줄 압니다. 아닙니다. 일본 제국이 지배한 모든 나라에 피해자는 다 있었습니다.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조선, 호주까지 피해 여성들은 많았습니다. 

안세홍 사진작가는 한국을 넘어 중국,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등 전 세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사진으로 담아서 세상에 알리는 작업을 20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사진의 힘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상, 말과 글로만 듣던 세상을 전달력이 좋은 이미지로 담아서 보여준다는데 있습니다. 

5년 전 본 안세홍 사진작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담은 '겹겹 사진전'은 저에게 작은 충격이었습니다. 70년 전 일이라서 기억에서 지워질 수 있는 기억인데 아직도  그 고통의 나날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그 고통이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는 것에 좀 놀랐습니다. 함부로 생각했습니다. 함부로 생각해서 죄송했습니다. 남의 고통을 너무 함부로 생각한 내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안세홍 사진작가의 '겹겹 사진전'은 국내외에서 많이 전시가 되었습니다. 일본 니콘 살롱에서 전시를 계획했다가 니콘이 일방적으로 전시회를 취소하는 이상한 일도 발생했습니다. '겹겹 사진전' 전시 허락을 했다가 갑자기 취소하는 무례한 행동에 일본 법원에 항의를 했고 일본 법원은 전시를 진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일본인 모두를 싸잡아서 욕하지만 일본인 중에는 바른 정신,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법원의 판사 덕분에 일본 한 복판에서 '겹겹 사진전'을 개최했습니다. 

일본 우익들의 전시 방해와 시위가 있었지만 일본인들도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서 후원자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2차 세계대전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오히려 동아시아 발전에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게 다 비판 없는 교육의 문제이자 일본 정부의 문제죠. 솔직히 일본은 제대로 된 정치체계를 가진 국가가 아닙니다. 외형만 민주주의 형태를 띄고 있지 자발적 자민당 독재 국가입니다. 

최근 아베 총리의 연이은 스캔들로 시위가 벌어지는 모습이 신기한 모습이라고 할 정도로 순응주의자들의 나라죠. 그나마 한국이 촛불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자 일본인들이 그 모습에 크게 놀랐고 우리도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시위를 한다고 하네요. 

'겹겹 사진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 동안 보지 못한 분들은 꼭 보라고 강력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전시 장소도 접근성 좋은 서울시청 지하 1층에 있는 시민청 갤러리입니다. 다만 전시 기간이 1주일 밖에 되지 않아서 빨리 보셔야 합니다. 5얼 7일부터 5월 13일(일요일)까지 전시를 합니다. 


지나가다가 잠시 들려서 사진전을 봤습니다. 


서울시청 지하 1층은 시민들의 공간입니다. 1호선 시청역에 내려서 서울시청 지하 1층 입구 문을 열고 오른쪽 끝에 시민청 갤러리가 있습니다. 모르시면 입구에 있는 안내원에게 문의하면 잘 알려줄 겁니다. 


'겹겹 사진전'의 겹겹은 세월과 고통을 뜻합니다. 세월이 겹겹히 쌓일도록 군 위안부 피해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쌓아지고 있습니다.  


시민청 갤러리는 꽤 큰 공간입니다. 류가헌에서 볼 때는 장소가 좀 협소한 느낌이었는데 큰 공간에서 진행을 하네요. 관람 편의성이 아주 좋습니다. 사실 이 '겹겹 사진전'은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계속 사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쪽 벽면에는 군 위안부 피해 할머리들을 담은 사진들이 가득 붙어 있었습니다.  이런 디스플레이는 아주 좋은 기획입니다. 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한분 한분 목소리도 담아야 하지만 피해의 규모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디스플레이입니다. 

'겹겹 사진전'에는 75명의 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90점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안세홍 사진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동아시아 곳곳을 다니면서 증언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성 관련 피해자들은 가족들에게 외면을 받는 2차 피해를 받습니다. 그 2차 피해를 받은 피해 할머니들은 가족과 인연을 끊고 끊긴 오지에 가까운 곳에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만나는 물리적인 과정도 쉽지 않고 심리적인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세홍 사진작가는 해냈습니다. 그래서 고마운 사진작가입니다. 사실 제가 사진작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필요도 없고 할 이유도 많지 않습니다. 다만 사진으로 세상을 알리고 노력하는 그 과정을 알고 보니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사진에 담긴 할머니 중에는 돌아가신 분들도 꽤 계십니다ㅣ. 


 사진에 담긴 할머니 중에는 돌아가신 분들도 꽤 계십니다. 재중동포 할머니는 일본군에 당한 피해 때문에 아기를 낳지 못합니다.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서러움을 달래기 위해서 방 가득 아기 사진으로 도배를 했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사진 중 하나죠. 

이 할머니도 제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70 여분의 할머니를 사진으로 담았는데 지금은 40 여분만 생존해 계신다고 하네요. 할머니들이 원하는 건 일본의 고위 공직자가 직접 대면 사과입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고 아예 군 위안부 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걸 좀 넓게 보면 한국도 가해 국가이기도 합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가는 관광국이 베트남이죠. 한국과 베트남은 경제와 관광으로 강력하게 묶여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베트남 민간인에게 행한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잔혹한 폭력으로 인해 상처 받은 베트남인들이 많습니다. 

이에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문재인 정권은 베트남 정부가 원하는 수준으로 계속 과오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피해 마을에 학교를 세우는 등 과거에 대한 반성과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국 모두 쉬쉬하는 모습이 많습니다. 일본과 다른 점은 많은 한국인들이 베트남에 가한 폭력을 잘 알고 있고 다들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아예 2차 세계대전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핵무기 피해국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해 할머니들 사진 밑에는 인터뷰 내용들이 담겨 있는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몇몇 글들은 절 흔들어 놓네요. 한 피해 할머니는 일본군도 나쁘지만 같은 동족이자 같은 국가인 중국인들이 자신을 이용하고 가해하는 행동에 동참하는 행동도 용서하지 못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배우 나문희가 어머니 무덤가에서 자신을 평생 창피하게 여긴 모습을 한탄하는 모습에 눈물이 주루룩 흘렀습니다. 피해자가 숨어 살아야 하는 모습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현실을 돌아보면 여전히 성관련 피해자들은 숨어 살고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 미투 운동으로 인해 성 폭력 피해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옛 사진들도 볼 수 있습니다. 딱 지갑에 들어갈만한 작은 크기의 사진. 이런 꽃다운 나이에 평생으로 이어지는 큰 고통을 받았습니다. 전쟁은 사람을 괴물로 만듭니다. 영화 <플래툰>을 보면 괴물로 변해가는 상관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는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전쟁은 세상의 모든 약한 존재들을 가장 먼저 집어 삼킵니다. 전쟁광들은 이런 것을 잘 알지도 못하고 알아도 쉽게 무시하죠.  

<겹겹 사진전>을 보고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학생들과 관람객들의 카드가 가득 붙어 있었습니다. 이 아픈 과거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됩니다. 

안세홍 사진작가가 아니였으면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가 널러 멀리 퍼지지 못했을 겁니다. 하나의 주제로 20년 간 이어가기도 쉽지 않은데 안세홍 사진작가는 오늘도 할머니들의 피해를 사진으로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5월 13일 일요일까지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니 종로에 나갈 일 있으면 잠시 들리거나 챙겨서 관람해 보세요. 가슴 아프지만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가 펼쳐져 있습니다. 

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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