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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중년 게임덕후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레디 플레이어 원'

by 썬도그 2018.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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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상 중년 분들에게 '스티븐 스필버그'는 흥행의 마술사. 믿고 보는 감독의 대명사였습니다. 1975년 죠스, 1982년 E.T, 1989년 인디아나 존스, 1993년 쥬라기 공원, 1998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등 만들었다 하면 흥행에 크게 성공하는 흥행보증수표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화에 따라서 국내에 개봉이 되지 않거나 소규모 개봉하는 영화들도 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명성도와 인지도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영화를 참 잘 만드는 감독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참 독특한 감독입니다. E.T나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같은 대중성 높은 영화를 만들기도 하지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쉰들러 리스트'나 '스파이 브릿지'같은 대중성은 좀 떨어지지만 뛰어난 드라마도 잘 연출하는 감독입니다. 최근에는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더 포스트>라는 용감한 언론인을 재조명한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대중성 높은 <레디 플레이어 원>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작품성 높은 영화와 대중성 높은 영화를 모두 잘 만드는 스펙트럼이 넓은 영화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입니다.


가상현실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영화 자체가 VR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3분의 2 정도가 게임 영상 같은 CG 영상이고 3분의 1이 실사 영상입니다. 내용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2045년 콜럼부스 빈민가에서 일찍 부모님을 잃고 이모와 함께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는 게임 덕후 웨이드(타이 쉐리던 분)가 VR 게임인 오아시스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내용입니다. 

전 세계적인 히트 게임 오아시스를 만든 사람은 천재적인 게임 개발자 홀리데이(마크 라이런스 분)이 죽으면서 '이스트 에그'를 남기고 죽습니다. 게임 속에 3개의 열쇠를 숨겨 놓았고 그 숨겨 놓은 열쇠를 모두 찾는 사람에게 게임 오아시스 운영권을 거머줄 수 있고 게임 운영자도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파격적인 제안에 전 세계적인 게임 덕후들이 모여서 '이스트 에그'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지만 수년 째 아무도 찾지 못합니다. 힌트는 개발자 홀리데이의 과거의 삶 속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 웨이드는 홀리데이의 과거의 삶을 담은 돌아보고 그가 쓴 책과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첫 번째 관문을 첫 번째로 통과합니다. 


현실 세상에서는 친구가 없는 웨이드는 VR게임 오아시스에서는 파시발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합니다. 파시발은 H와 친구입니다. 아르테미스가 새롭게 친구가 되고 H의 친구인 다이토와 쇼와 함께 '이스트 에그'를 찾는 여정을 떠납니다. 현실에서는 외톨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파티플레이를 하는 완벽한 인간 관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이스트 에그'찾기는 전 세계 게이머들이 참가하지만 IOI라는 기업도 참가합니다. lOI는 대규모 인원을 직원을 채용해서 '오아시스' 운영권을 주는 '이스트 에그'찾기를 합니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자 lOI은 실수로 게임에서 실제 이름을 말한 웨이드의 집 주소를 알아내고 집에 폭탄을 설치합니다. 폭탄은 터지고 이모가 죽습니다. 웨이드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렇게 목숨을 건 '이스트 에그'찾기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80년대 문화와 수 많은 익숙한 애니 및 게임 캐릭터의 향연에 눈이 얼얼

<레디 플레이어 원>은 2시간 짜리 게임 트레일러 영화 같습니다. 따러서 CG영상물을 안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살짝 거북스러울 수 있지만 80년대 게임 덕후나 80년대에 10대나 20대였던 분들에게는 축복과 같은 영화입니다. 먼저 80년대 문화가 가득나옵니다. 80년대는 영화의 시대이기도 했지만 음악의 시대였습니다. 먼저 80년대 히트 음악들이 잔뜩 나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반 헤일런'의 점프로 80년대로 훅 끌어 들입니다. 이후 조지 마이클의 Faith와 아하의 take on me 등 80년대 히트 팝송들이 잔뜩 나옵니다. 여기에 80년대 히트작인 '빽 투더 퓨처'의 타임머신 자동차인 '드로이안'도 나옵니다. '드로이안'이 나올 때 관객석에는 작은 탄식이 나옵니다. 시동을 건 영화는 80년대 명작 일본 애니 '아키라'의 모터 사이클을 시작으로 수많은 80년대 문화 부스러기들이 나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예고편에서 보여줬지만 건담, 스타크래프트 마린과 미국 로봇 애니인 '아이언 자이언트'와 스트리트 파이터의 '류'와 '춘리'도 나옵니다. 그렇다고 80년대 게임과 애니 캐릭터만 나오는 건 아닙니다. 최근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오버워치'의 '트레이서'도 나오는 등 실로 다양한 게임 캐릭터와 애니 캐릭터가 뭉태기로 나옵니다. 다만 너무 많이 나오고 잠깐 나오기 때문에 자세히 봐야 합니다. 제가 모르는 캐릭터도 있는 걸 포함하면 이 영화는 80년대와 게임 매니아를 위한 영화라고 할 정도로 실로 다양하고 익숙한 여러 캐릭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게임 매니아들에게는 축복이고 80년대 청춘을 지난 중년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입니다. 특히 건담과 메카 고질라의 대결은 압권입니다. 이 장면에서 탄성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관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여기에 수 많은 오마쥬와 영화 캐릭터도 나옵니다. 처키와 샤이닝, 토요일밤의 열기와 터미네이터2를 패러디한 장면 등등 알고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이는 영화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많은 캐릭터를 사용하려면 저작권을 많이 내야했고 제작비 중 저작권에 큰 돈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캐릭터들의 판권을 가진 회사들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다고 하니 가져다 쓰세요라고 했다네요. 아마 다른 감독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였을지도 모릅니다. 스필버그 감독이 누굽니까? 80년대 대중 영화의 아이콘 아닙니까? 

감사했습니다. 잠시나마 풍요로운 80년대의 향기를 잔뜩 느끼게 해줘서 감사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경기 호황기에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었던 80년대 청춘들은 음악에 빠지고 오락실과 아타리 게임기로 대변되는 게임에 푹빠져 살았습니다. 그 80년대 대중문화를 21세기에 다시 느끼게 해줘서 감사했습니다. 이 영화는 VOD 서비스로 나오면 놓친 캐릭터 찾기를 다시 해봐야 할 정도로 나오는 캐릭터들이 너무 많습니다. 


전 2D로 봤지만 3D 또는 4D나 아이맥스로 볼 것을 권합니다. 특히 영화 전체가 게임 트레일러 영상이고 뛰어난 액션과 레이싱 장면이 있어서 3D 이상으로 보면 그 쾌감은 더 증폭됩니다. 다만 80년대 애니와 캐릭터를 잘 모르는 10대나 20대들에게는 캐릭터 찾아보는 재미가 좀 떨어지긴 합니다만 그런 캐릭터 몰라도 영화 자체가 주는 액션과 스토리가 꽤 알차서 지루함은 전혀 없고 모든 연령이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10,20대 중에 게임 접해보지 않은 분들도 없고 안 좋아하는 분들이 없기에  VR 게임의 재미를 잔뜩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방탈출 게임 같은 추리를 가미한 스토리와 뻔하지 않은 결말

영상과 80,90년대 문화 코드만 잔뜩 있냐? 아닙니다. 그걸 담은 스토리도 꽤 좋습니다. 먼저 천재 게임 개발자 할리데이가 숨긴 3개의 열쇠를 찾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첫 번째 관문은 게임의 뒷구멍 같은 모습으로 찾습니다. 전 그 장면 보면서 작은 탄식이 터졌습니다. 맞어! 컴퓨터 게임 하다 보면 저런 거 있지. 83년 오락실에서 초등학교 오후반일 때 (당시는 오전 오후반이 있었죠) 친구가 오락실에서 동킹콩 2판을 꼬박 했습니다. 친구는 마리오를 데리고 2층에 올라가서 4차원으로 간다면서 점프를 했고 매번 죽었습니다. 여기가 4차원으로 가는 포털이 있는 곳이라서 매번 시도하더군요.

이런식으로 게임에는 지름길 같은 곳이 있습니다. 웨이드가 첫 번째 열쇠를 찾을 때 치트키 같은 공간을 찾는 모습은 짜릿하더군요. 두 번째는 영화 샤이닝을 패러디한 공간입니다. 하나의 미션을 깨면 두 번째 미션이 열리는 모습이 마치 게임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각 미션에 대한 힌트를 통해서 게임을 풀어가는 재미가 마치 RPG 게임 같습니다. 





게임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아니면 이런 스토리 만들지 못합니다. 게다가 게임과 현실을 뒤집어 놓은 시퀀스도 흥미롭습니다. 웨이드 아니 파시발은 할리데이의 게임 개발과정을 실사로 재현한 곳을 통해서 힌트를 얻습니다. 게임 개발자의 삶을 돌아보는 장면을 실사로 배치해서 게임속 캐릭터가 실사를 보는 진귀한 장면도 넣습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뒤집고 허무는 솜씨가 명장의 솜씨가 잔뜩 묻어 나옵니다. 

또한 이런 가상과 현실을 이용한 트릭도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걱정도 있었습니다. 영화 결말에는 진짜 세상은 게임 속 세상이 아닌 현실에 있다는 꼰대 같은 훈계를 할 게 뻔합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도 그런 흐름을 탑니다. 이런 식의 결말은 식상하죠.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게임도 가상이긴 하지만 엄연한 현실의 일부입니다. 게임 속 세상을 부정하고 현실만이 정답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교장 선생님 애국조회 훈화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게임 속 세상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게임 속에서만 사는 모습도 건강한 모습이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아주 적절하고 적당한 결말로 마무리 합니다. 


게임으로 재현한 80년대.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추천 영화

7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10대를 보낸 현재의 40대 분들에게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입니다. 특히 중년 남성들을 위한 영화라고 할 정도로 80년대 문화가 잔뜩 나옵니다. 물론 여자 분들에게도 좋은 영화입니다. 수 많은 영화 패러디와 익숙한 캐릭터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10,20대들은 뚱하게 보게 하는 영화냐? 아닙니다. 영화 속 다양한 캐릭터와 영화를 몰라도 액션과 스토리가 좋아서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RPG 게임 요소를 잔뜩 넣어서 게임 구경하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 게임 방송이 인기가 많죠? 영화 덕후가 만든 2시간짜리 게임 방송으로 봐도 됩니다. 하지만 게임 방송보다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모르는 캐릭터들은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물어보세요. 80년대 10대를 보낸 저는 60,70년대 큰 인기를 끈 아바와 비틀즈, 비지스 노래를 듣고 충격을 먹었고 한 동안 내가 태어나기 전의 문화에 푹 빠졌습니다. 아마 이 영화를 통해서 10,20대 분들은 80년대 문화를 향유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잠시나마 80년대를 게임으로 돌아본 느낌입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여전하네요. 여전히 이런 놀라운 영화를 만듭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수 많은 영화를 만들었지만 3번 째로 가장 만들기 어려웠다고 하네요. 하지만 많은 스텝들의 노력으로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별점 : ★★★★

40자 평 :  RPG 게임으로 재현한 80년대를 돌아보게 하는 가상이 아닌 리얼 쾌감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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