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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아름답고 잔혹한 성인들을 위한 동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by 썬도그 2018.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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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 부터 많은 사람들과 평론가들로부터 사랑스러운 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던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드디어 지난 주에 개봉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이나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큰 사랑을 받은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나 영화제에서 상을 받지 않아도 좋은 영화들은 꽤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 <플로리다 프로젝트>입니다. 


모텔에서 사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가득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가 시작되면 '무니'라고 외치면서 달려오는 아이가 보입니다. 이에 '무니'는 '스쿠티'라고 부르면서 왜?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 첫 장면만 봐도 사랑스러움이 뚝뚝 떨어집니다. 그냥 아이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달려가는 흔한 풍경이지만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거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분들에게는 이 첫 장면이 유년 시절로 시절 이동을 시켜줍니다. 

무니(브루클린 프린스 분)와 스쿠티(크리스토퍼 리베라 분)와 젠시(발레리아 코토 분)은 단짝 친구입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과 달리 사는 곳이 아파트나 주택이 아닌 모텔입니다. 모텔이라는 단어와 아이들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아이들이 모텔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대충 짐작을 하게 됩니다. 맞아요. 이 아이들은 매직캐슬 모텔에서 삽니다. 부모님들은 저소득층이라서 집을 살 돈도 없고 번듯한 집에서 월세를 살 형편도 못됩니다. 매주 숙박비를 내면서 모텔에서 장기 투숙을 하면서 삽니다. 이런 집이 한 두 곳이 아닙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은 저소득층 가정이 모텔에서 장기투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잘 모릅니다. 그냥 친구를 불러서 함께 뛰어놀 뿐이죠. 다른 모텔과 다른 점이 있다면 플로리다 디즈니랜드 관광객들을 위한 모델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실제로 이 모텔들은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디즈니랜드 관광객들을 위해서 지어진 모텔이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관광객 대신 저소득층 장기투숙객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무니의 엄마 헬리(브리아 비나이트 분)는 미혼모입니다. 무니를 키우기 위해서 험한 일도 했지만 화를 참지 못하는 날카로운 성격 때문에 길게 일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딸 무니에게는 친구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무니의 활달한 성격은 엄마를 닮았습니다. 두 모녀는 월세를 내지 못해서 쫓겨날 수 있는 불안한 미래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밝은 웃음을 지켜나갑니다. 



무니, 젠시, 스쿠티는 가난을 모릅니다. 돈에 대한 개념도 없고요. 돈을 줘도 돈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의 귀여움 그 자체입니다. 돈이라고 하는 것도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정도의 돈만 압니다. 행동대장 무니는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는 손님들에게 천식이 있어서 의사 선생님이 아이스크림 사 먹으라고 했다며서 잔돈을 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앵벌이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게 앵벌이인지도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냥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먹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뿐이죠. 새로 친구가된 젠시에게 아이스크림 마지막 부분을 주는 모습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입니다. 

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면 무니에 푹 빠지게 됩니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까불거리는 모습은 우리 주변의 흔한 까불이입니다. 이 까불거림이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현실 때문입니다. 왜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무니를 찾고 극찬을 하는 지를 영화를 보시면 압니다. 저렇게 개구진 여자 아이는 처음 보네요. 정말 복덩어리 그 자체입니다. 말도 얼마나 깜직하게 잘하는지, 무니앓이가 시작되었네요.

가장 사랑스러운 장면은 무니와 스쿠티가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모텔 관리인 바비 아저씨 사무실에서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다가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떨어지자 바비 아저씨가 나가라고 합니다. 무니는 아쉬움의 소리를 내는데 이 장면은 무니가 만든 명장면입니다. 


미혼모 문제를 직설적으로 담고 있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큰 스토리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냥 헬리와 무니 모녀를 통해서 미혼모들의 하루 하루 견디는 삶을 다큐멘터리처럼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 무니가 웃을 때마다 미혼모 가족이라는 현실에 억장이 수시로 무너집니다. 저 사랑스러운 아이가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것 자체가 똑바로 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엄마 헬리가 무니를 방육하는 것도 마음씨가 못된 사람도 아닙니다. 욕설을 잘하고 화를 잘 내지만 환경이 헬리를 그렇게 만들었지 헬리 본성 자체는 착하고 따뜻합니다. 딸 친구 젠시와 함께 작은 케익을 사서 디즈니랜드에서 올라오는 불꽃놀이를 보면서 함께 좋아합니다. 남들에게는 욕을 잘 하지만 자신의 딸과 딸 친구들에게는 한 없이 따스한 엄마이자 이웃집 아줌마입니다. 

하지만 헬리는 돈을 벌지 못합니다. 앵벌이를 해서 돈을 벌지만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미혼모가 저렇게 살려고 바둥거리는데 미국 정부는 무엇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은 미국보다 GDP가 낮지만 복지 쪽은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의료 복지 쪽은 미국을 뛰어넘었습니다. 또한 이런 미혼모 가족이나 한부모 가족에게 혜택을 더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헬리가 살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눈물 없이 볼 수 없습니다. 

그 눈물을 무니의 천진난만함이 수시로 자동차 와이퍼처럼 닦아 줍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슬픔의 강 위에 떠 있는 무니라는 이름의 웃음의 배가 떠 있는 모습입니다. 


미혼모를 지켜주는 등대 같은 사람들 

헬리의 상황을 이웃들은 잘 압니다. 특히 모텔 관리인 바비(윌렘 데포 분)은 누구보다 더 잘 알죠. 바비는 이 모텔의 파수꾼입니다. 수상한 사람이 모텔에 나타나면 득달같이 달려가서 내쫓습니다. 또한 온갖 굳은 일을 다 하고 헬리 모녀도 살핍니다. 헬리에게 모텔비가 밀렸다고 다그치지만 동시에 어떻게 번 돈인지 살펴보기도 합니다. 

헬리 무니 모녀가 헬리에게 무례한 행동을 해도 바비는 크게 화를 내지 않습니다. 특히 무니와 친구들이 뛰어놀아도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면 아이들의 안전을 보살피는 보안관 역할까지 합니다. 윌렘 데포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따뜻한 캐릭터가 아닐까 할 정도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네요. 이 형님도 언제 아카데미 상을 받아야 하고 이 영화로 받았으면 했는데 다음 기회로 넘겨야겠네요. 바비의 따뜻한 성품에 영화의 감성은 더 커집니다. 여기에 헬리에게 용기를 주는 이웃들로 영화의 따뜻한 온도를 계속 유지해 갑니다. 그러나 그런 온기도 헬리의 삶 자체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점점 현실은 벼랑 끝으로 흐릅니다. 


현실과 동화가 섞인 성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우리가 유년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책임감 때문 아닐까요? 유리창을 깨도 큰 사고를 내도 내가 아닌 부모님들이 혼납니다. 여기에 세상에 대한 인지 능력도 떨어집니다. 돈이라는 개념도 희미합니다. 세상이 모두 무지개 빛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장난치고 뛰어 놀고 놀다 지치면 편하게 자면 됩니다. 정말 근심걱정이 없던 시절이었죠. 

무니를 보면 행복감만 가득했던 유년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유년 시절은 길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 내 자신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됩니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는 책임의 차이입니다.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된 엄마 헬리는 무니를 책임지기 위해서 고군분투합니다. 이 고군분투를 보면 눈물이 저절로 흐릅니다. 영화 후반은 눈물이 계속 흘러서 영화를 보기 어려울 정도였고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눈물이 계속 흐릅니다. 미혼모의 고통을 담은 영화는 꽤 많지만 무니가 나온 영화는 없었습니다. 무니 때문에 더 눈물이 길게 흐르네요. 





책임을 회피한 철 없는 어른 때문에 헬리는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딸 무니에게는 무기재의 아름다움과 세상의 빛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현실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디즈니랜드라는 꿈과 희망의 나라 근처에 있는 매직캐슬 모텔에서 사는 헬리 모녀 자체가 미국 자본주의의 병폐라고 느껴졌습니다. 복지가 탄탄하지 못한 미국에서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차이가 크다 보니 헬리 모녀의 아픔이 더 크게 보입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놀라우면서도 아름다우면서도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길이 남을 명장면입니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입소문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미혼모 문제를 밝게만 또는 어둡게만 그리지 않았습니다. 무니의 밝음과 헬리의 삶의 어두움을 섞어 놓았습니다. 동화 같으면서도 잔혹함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이 섞여서 빛이 나듯 영화는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사랑스러우면서도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아이 엠 샘>과 비슷한 영화이지만 무니 때문에 전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탠저린>을 연출한 '션 베이커'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션 베이커'감독은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만들기 전에 2~3년 동안 현지 조사를 하면서 각본을 썼습니다. 희망의 나라 디즈니랜드 주변에 사는 매일 절망을 느끼는 미혼모와 홈리스에 가까운 삶을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 하면서 영화를 구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가 전체적으로 매끄럽고 튀거나 억지스러운 장면들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전작 <탠저린>처럼 대부분의 촬영 장면을 아이폰으로 촬영했습니다. 그래서 뛰는 장면에서 화면이 출렁거리는 모습이나 초점이 나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폰으로 촬영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보면 전혀 눈치 채지 못합니다. 정말 대단한 감독으로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이 사랑스러운 영화 <플로르다 프로젝트>이 더 사랑스러운 이유는 영화 밖에서도 영화의 온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관객 5만을 넘어선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서울 합정동 마음 스튜디오에 '플로리다 프로젝트 굿즈'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수익금은 미혼모들에게 사용된다고 하네요. 3월 31일까지 운영된다고 하니 저도 다음 주에 갖다와서 블로그에 소개하겠습니다.

무지개처럼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입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별점 : ★★★★

40자 평 : 동화와 다큐멘터리가 만나서 빛나는 무지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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