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한 다큐가 있었습니다. 특히 저와 영화 취향과 감수성이 비슷한 '소녀 세윤'이라고 불리는 '이주연의 영화음악'의 작가인 김세윤이 적극 추천한 다큐 영화가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입니다. 이 영화는 한 자폐아가 '디즈니 애니'를 보고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을 담고 있는 감동 다큐입니다. 


자폐증에 걸린 오웬 디즈니 애니로 말을 배우다 

평범한 아이였던 오웬은 3살 때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랑스러운 아들 오웬이 횡설수설한 말을 하기 시작하자 부모님은 큰 병원으로 데리고 가고 거기서 자폐 판정을 받습니다. 자폐는 주변의 모든 자극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증상으로 인해 비정상인이 무던하게 흘려보내는 청각, 시각, 후각에도 크게 반응을 합니다. 한 마디로 세상 모든 것에 과잉 반응을 합니다. 

횡설수설하는 아들은 매일 디즈니 애니를 보면서 지냈습니다. 워낙 디즈니 애니를 좋아해서 그 애니를 볼 때만은 조용히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온 가족이 디즈니 애니 <인어공주>를 보는데 오웬이 갑자기 '주이서보스'라는 말을 중얼거립니다. 이전에는 전혀 알아들을수 없는 말만 하던 오웬이 드디어 뭔가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주이서보스'도 뜻이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한 장면을 계속 돌려보던 오웬의 행동을 보고 가족들은 깜짝 놀랍니다. 

"저스트 유어 보이스" 인어공주에게 목소리를 내놓으라는 장면의 대사를 그대로 따라한 것입니다. 가족들은 1년 만에 눈을 마주치면서 한 말이 '너의 목소리를 줘'라는 말에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목소리를 잃은 오웬. 의사는 그건 별 의미 없는 반향 언어일뿐이라고 침울한 이야기만 해줍니다. 그렇게 3년이 흘렀고 형이 생일 파티 후에 마당에서 우울해 하자 오웬은 "형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가 봐!"라는 또렷한 말을 합니다. 


이 대사는 디즈니 애니 <피터팬>에서 나오는 대사입니다. 이 말이 애니 대사라는 것을 안 오웬의 아버지는 오웬의 방 침대 밑에 있는 애니 <알라딘>에 나오는 자파의 애완 앵무새인 '이야고' 손 인형을 손에 끼고 이렇게 묻습니다. 

"오웬 사는 게 어때?"
"재미없어. 친구가 없으니까"

아버지는 깜짝 놀랍니다. 대화가 불가능하던 오웬이 또렷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이에 아버지는 <알라딘> 속의 대사를 이용해서 오웬과 대화에 성공합니다. 가족들은 오웬이 말을 못하는 게 아닌 말을 하고 싶은데 뇌의 문제로 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됩니다. 오웬은 디즈니 애니의 대사를 모두 외웠고 애니 대사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디즈니 애니속의 대사로 오웬과 대화를 시도했고 놀랍게도 오웬은 디즈니 대사로 세상과 소통을 하기 시작합니다. 영화 <인생은 애니메이션처럼>은 오웬의 어린 시절 비디오와 치료 과정을 소개하면서 곧 대학 졸업을 앞두고 혼자 사는 법을 배우는 23살의 오웬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홀로서기를 그립니다. 

의사는 디즈니 애니 속 캐릭터들이 과장된 몸짓과 복잡하지 않고 선명한 대사를 하기에 오웬의 복잡한 머리 속을 잘 정리해줘서 그런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그럼에도 이건 기적입니다. 오웬은 말을 하고 싶고 대화를 하고 싶지만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고 자극 투성이입니다. 그 자극을 거부하고 디즈니 애니 속의 평온하고 예측 가능한 세상(이미 다 봤기 때문)에서 푹 빠져 있습니다. 


오웬은 홀로서기를 두려워 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레임도 있긴 하지만 한 번도 혼자 살지 못하고 홀로서기가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가족들의 응원과 도움으로 서서히 홀로서기를 시도합니다. 오웬은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곧 잘 씁니다. 그렇게 오웬은 작은 시나리오를 하나 씁니다. 오웬의 시나리오 제목은 '들러리들의 수호자'입니다. 

오웬은 사이드킥이라고 하는 디즈니 애니 속의 조연들과 주변 캐릭터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그들을 좋아합니다. 영웅을 돕고 안내하고 웃게 하는 들러리 캐릭터들이 마치 오웬 자신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웬도 자신을 잘 압니다. 자신은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들러리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고 그들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다큐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은 오웬이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보여줍니다. 그 속에는 자파의 애완 앵무새인 '이야고'와 <라이온킹>의 티몬과 품바와 원숭이도 나옵니다. 


감동적인 오웬의 홀로서기 

오웬은 놀라운 청년이 됩니다. 자폐증 학회에서 오웬의 사례를 참고할 정도로 오웬은 자폐증에 걸린 사람들의 머리속을 열수 있는 열쇠가 됩니다. 지금까지 자폐증 환자들은 일반인들과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느꼈지만 실제로는 대화가 가능하고 머리에서는 비정상인과 비슷하지만 그걸 세상의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을 어려워 합니다. 그러나 자폐증 환자의 머리 속을 열 수 있고 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이용하면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웬에게는 디즈니 애니가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였습니다. 가족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인해 오웬은 점점 사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서서히 키워갑니다. 

사랑도 배웠고 헤어짐도 배웁니다. 처음 겪는 이별에 혼란스러워하는 오웬에게 온 가족이 모여서 의논하는 모습은 감동스럽습니다. 오웬의 형이자 가족들의 걱정도 담깁니다. 지금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웬을 도와주지만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겨질 오웬에 대한 걱정도 담깁니다. 형도 걱정이 많습니다. 오웬을 평생 도와줘야 하지만 부모님이 떠나면 자신이 오웬을 도와야 함을 알기에 버거움을 느끼지만 견뎌 나가야 함을 잘 압니다. 장애인 가족의 슬픔도 잘 담습니다. 


오웬은 디즈니 애니 덕후입니다. 이런 오웬에게 선물 같은 사람들도 찾아옵니다. 영화 <알라딘>의 성우이자 최애 캐릭터 중 하나인 앵무새 '이야고'의 성우와의 만남과 자파를 연기한 성우와의 만남에서 오웬은 까무러칠 정도로 좋아합니다.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을 보다 보면 오웬의 순수함과 고민과 고통과 행복을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 장애 복지의 뛰어남도 느낍니다. 동시에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인 아빠를 두어서 저런 복지와 행복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면 오웬처럼 점점 치료가 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동시에 드네요. 여러 면으로 장애를 둔 가족의 고통과 그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나게 합니다. 


자폐에 관한 가장 뛰어난 다큐멘터리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

자폐를 소재로 한 영화와 다큐는 꽤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레인맨>이죠. 그러나 대부분의 다큐와 영화들이 자폐증을 겪고 있는 주인공 내면을 소환하지 못하고 겉모습만 담습니다. 그 속에서 어떤 복잡함과 괴로움이 있는 지를 잘 담지 못합니다. 아니 이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이 아니였으면 그런 영화나 다큐들이 내면을 잘 담았는지 못 담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철저히 비정상인들의 언어로만 그려졌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다큐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는 디즈니 애니라는 열쇳말을 통해서 자폐를 겪고 있는 장애인들도 비장애인처럼 다른 사람과 사귀고 싶고 세상과 어울리고 싶지만 언어가 달라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외국인과의 만남처럼 소통의 문제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오웬의 홀로서기와 오웬의 성장 과정과 오웬의 머리속 세상과 오웬이 만든 시나리오가 유기적으로 잘 섞여서 자폐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과 동시에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가정에게 큰 희망이 되는 마음 따뜻한 다큐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저절로 떠올리게 하는 좋은 다큐입니다. 오웬은 디즈니 애니로 세상을 배웠지만 세상은 애니 밖에 있습니다. 오웬은 디즈니 애니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요? 디즈니 애니가 가르치지 않은 세상을 배우기 위해서 오웬은 한 걸음 내딛습니다. 

별점 : ★★★☆

40자 평 : 자폐증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마음 따듯한 다큐

썬도그
하단 박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