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시절 함께 다녔던 여자 후배들이 있습니다. 외모도 비슷해서 둘을 쌍둥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딜 가도 함께 다니던 두 후배는 평생 그렇게 붙어 다닐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이 흐른 후에 우연히 길에서 쌍둥이 중 한 후배를 만났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같이 다니던 후배 이야기를 물어 봤습니다. 대답을 안 하더군요. 

살짝 눈치를 챘습니다. 그리고 알려준 싸이월드에 가보니 역시나 같이 다니던 그 후배랑 함께 찍은 사진도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평생을 함께 할 것 같은 두 후배였는데 더 이상 만나지 않나 봅니다. 무슨 사연이 있었겠죠. 뭐 항상 같이 다닌다고 평생 같이 다니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나를 돌아봤습니다. 나도 어렸을 때 죽고 못사는 단짝이 있었지만 이사를 가고 다른 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헤어진 친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그 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냥 추억으로 남기는 것이 다시 만나서 추억을 깨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가끔 오랜만에 만나도 내 많은 허물과 부끄러움을 다 감싸줄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친구가 바로 '소울메이트'입니다.


영원한 단짝 친구 안생과 칠월의 우정 이야기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상해의 지하철안에서 안생(주동우 분)은 가명(이정빈 분)을 우연히 만납니다. 가명은 안생에게 뭐하고 지내냐 어느 회사 다니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안생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칠월이 쓰는 인터넷 소설을 읽고 있다면서 칠월의 안부를 묻습니다. 지금은 만나지 않는다고 하는 안생의 말에 가명은 둘은 영원히 함께  지낼줄 알았다고 말합니다. 이에 안생은 "영원한 관계는 없어"라는 다소 매몰찬 대답을 합니다. 

안생은 "우리 셋 중에 니가 가장 먼저 도망쳤잖아"라는 말을 하고 지하철에서 내립니다. 이 칠월, 안생, 가명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안생은 집에와서 칠월이 쓴 인터넷 소설을 읽기 시작합니다. 칠월이 쓴 소설은 안생과 함께한 어린 시절부터 시작됩니다. 





안생과 칠월은 어렸을 때 부터 단짝 친구입니다. 그러나 삶의 풍경은 확연히 다릅니다. 안생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많은 것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칠월은 번듯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모범생으로 자랍니다.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도 절대로 하지 않는 모범생입니다. 반면 자유로운 영혼으로 물건도 슬쩍 훔치고 자유분방하게 삽니다. 

안생은 미용학과가 있는 직업 전문 학교로 진학하고 칠월은 대입 준비를 하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합니다. 학교가 달라졌다고 해서 두 사람이 헤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여전히 둘은 함께 다니면서 서로의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브래지어로도 표현이 됩니다. 사회적 관습에 적응하는 칠월은 어린 시절부터 브래지어를 하고 다니고 그런 관습적인 삶이 싫은 안생은 브래지어를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같이 다니던 칠월이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다면서 안생에게 수줍게 고백합니다. 안생은 칠월이 좋아하는 가명에게 찾아가 널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행동 조심하라는 다소 엉뚱한 말을 합니다. 그런 당찬 모습에 가명은 안생을 흥미롭게 봅니다. 그러던 어느날 안생에게 용기를 얻은 칠월은 가명에게 사랑 고백을 합니다. 그렇게 가명과 칠월은 연인이 됩니다. 


가명과 칠월은 연인이 되었지만 가명은 칠월보다 안생의 자유분방함에 더 끌립니다. 그러나 안생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고 칠월과 사랑을 이어갑니다. 아마도 이상적인 사랑인 안생 보다는 현실적인 사랑인 칠월을 택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셋이 놀러간 여행지에서 가명은 칠월 몰래 자신의 부적같이 가지고 있던 청거북 목걸이를 안생에게 줍니다. 


가명의 마음을 알아버린 안생은 느닷없이 여행을 떠난다면서 칠월과 가명을 떠납니다. 그 떠나는 기차에서 안생은 가명이 준 목걸이를 한 것을 칠월이 봅니다. 칠월은 사랑하는 가명과 친구 안생에게 모두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이 모습을 본 안생은 니가 남으라면 남겠다고 외치지만 칠월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안생이 여행을 떠난 이유는 칠월을 위해서입니다. 가명이 자신을 더 좋아하는 것을 알지만 친구에게 양보하기 위해서 몸이 멀어지는 것을 택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마음도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칠월과 안생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우정을 쌓아갔습니다. 그러나 몸이 떠났지만 마음이 떠난 것은 아닙니다. 안생은 편지마다 끝에 가명의 안부를 묻는 문장을 넣습니다. 이런 모습을 당연히 칠월이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정을 지키고 싶어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5년이 지난 후 안생은 다시 칠월에게 돌아옵니다. 대신 가명은 북경에 있는 회사에 다니기 위해서 칠월 곁을 떠납니다. 


사랑보다 깊은 우정을 담은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중국 영화입니다. 중국 영화하면 액션 영화나 광활한 역사 드라마나 사극 정도만 떠올립니다. 중국 영화 중에 뛰어난 로맨스 영화를 떠올려보면 잘 떠올려지지 않습니다. 특히 청춘 영화는 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중국권 영화에서 청춘 로맨스를 잘 만드는 나라는 대만입니다. 

중국 영화로는 드물게 청춘물이자 로맨스 물이기도 합니다. 배우는 주동우, 마사순, 이정빈으로 우리에게는 낯선 얼굴들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이 영화를 보고나면 주동우에 푹 빠지게 될 겁니다. 한국 배우 김고은과 참 비슷하게 생겨서 친숙하기도 합니다. 중국 영화제에서 주동우와 마사순은 공동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두 배우는 아주 빼어난 연기를 펼칩니다. 아마 이런 감수성이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제작자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제작자는 <첨밀밀>을 연출한 진가신 감독입니다.,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사랑과 우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가명을 두고 두 친구인 칠월과 안생의 깊은 우정을 담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삼각 관계에서는 머리 끄댕이 흔들고 싸우는 풍경을 예상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사랑 보다 깊은 우정을 담고 있기에 그런 풍경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가명이 연인인 칠월보다 자신을 더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자 안생은 홀연히 떠납니다. 이런 행동을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친구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서 떠난다? 이 모습은 상당히 감동적인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미래를 위한다면 안생인 자신보다 같은 엘리트 집안들인 칠월과 가명이 더 어울리죠. 

이는 가명도 잘 압니다. 이상은 안생이지만 현실은 칠월이니까요. 칠월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생이 떠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지만 자신의 사랑에 대한 집착 때문에 안생을 잡지도 사랑을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브래지어처럼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오래 하다 보면 익숙해 질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칠월과 가명의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칠월은 그 모든 것이 안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랑을 복원하기 위해서 칠월은 안생에게 심한 말을 합니다. 두 친구는 그렇게 또 한 번 헤어집니다. 이번에는 우정을 복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싸움을 합니다. 칠월은 그렇게 안생을 떠나 보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브래지어처럼 갑갑한 삶, 남이 알려준 삶, 부모님이 원하는 안정된 삶을 사는 자신의 삶을 돌아봅니다. 둥지 밖으로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던 칠월. 칠월은 자유로운 새처럼 세상 곳곳을 돌아다닌 안생의 삶을 부러워하기 시작합니다. 

아니 처음부터 안생의 그런 자유로운 삶을 부러워 했을 수도 있습니다. 안생과 칠월은 환경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지만 그 다름이 주는 끌림으로 깊은 우정을 나눴습니다. 그러나 가명이라는 사랑이 둘 사이를 갈라 놓습니다. 영화를 보면 가장 답답한 캐릭터가 가명입니다. 가명은 또 다른 칠월입니다. 자신이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그걸 참고 칠월을 선택합니다. 그러다 결국 큰 사단을 내버립니다. 자신의 사랑을 숨기고 억지 사랑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긴 합니다. 그럼 그걸 잘 숨겨야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안생이 가장 불쌍합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알지만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주변을 맴돌거나 떠나버립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안생, 모든 것을 갖고 있기에 날리 못하는 칠월. 두 사람의 인생관이나 세상을 보는 시선은 너무 다릅니다. 영화가 이렇게 끝이 나면 흔한 3류 로맨스로 끝났을 겁니다. 


아름다운 스토리가 좋은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영화 중반까지는 흔한 우정이 뿌려진 치정극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만 워낙 안생과 칠월의 우정이 고와서 더러운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섬섬옥수처럼 우정과 사랑 사이에 갈등하는 청춘의 가장 큰 딜레마를 세련되고 부드럽고 아름답고 섬세하게 잘 담고 있습니다. 중국 영화에서 이런 섬세한 감수성을 표현하는 감독이 있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이와이 슌지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상당히 감정선을 잘 묘사하네요. 

보다 보면 3명의 주인공이 답답해 보일지는 몰라도 모두 그런 시절을 지나왔기에 모두 미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영화 후반이 되면 이 영화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헤어진 칠월과 안생. 그 이후의 이야기를 펼치면서 안생과 칠월의 마지막 이야기를 펼쳐집니다. 영화는 칠월이 쓴 인터넷 소설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다가 결말에서는 현실과 소설의 결말이 달라집니다. 이것도 참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입니다. 

다소 진부한 설정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칠월과 안생이 점점 서로를 닮아가는 모습에서 마음이 뭉클해지네요. 사랑과 우정, 우정 사이에 존재하는 질투. 아무리 깊은 우정이라고 해도 우리는 조금이라도 질투를 가지고 있습니다. 칠월은 질투심이 컸고 결국 그 질투심이 관계의 파국을 만듭니다. 그러나 그런 질투도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고 받는 우정의 깊이에 녹아 사라집니다. 

괜찮은 청춘 영화입니다. 특히 칠월과 안생의 우정을 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사랑과 우정 사이를 많이 느끼게 합니다. 동시에 이 영화는 부모가 사회가 원하는 주어진 삶이 아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라는 메시지도 담깁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떠나는 칠월에게 엄마는 이런 말을 합니다.
"괴로운 삶을 산다고 불행한 건 아니야. 좀 많이 힘들 뿐이지"

청춘 멜로물이자 청춘 항로를 알려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20대 분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그 시절 나와 달라서 끌리는 여행 같은 친구가 있었다

썬도그
하단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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