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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자영업자의 비극을 코미디로 승화하지 못한 영화 7호실

by 썬도그 2018.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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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성장기 시절에는 어떤 장사를 해도 웬만해서는 잘 망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어떤 장사도 잘 되었죠. 특히 먹는 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먹는 장사는 활황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영업자들이 너무 많아서 먹는 장사도 쉽게 망하고 있습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임대 문의라는 글을 볼때 마다 섬뜩함을 느낍니다. 한 가정의 버팀목이 되던 가게가 장사가 되지 않아서 장사를 그만 둔 말이 '임대 문의'라서 말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퇴사해서 장사나 해야지!가 농담처럼 말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워낙 많은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다 보니 쉽게 장사나 가게나 하나 내야지라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영화 <7호실>은 자영업자의 비극을 담은 블랙 코미디입니다. 


망해가는 DVD방을 높은 권리금으로 팔고 싶어하는 두식의 고군분투기

압구정에서 꽤 큰 규모의 DVD 방을 운영하는 두식은 매일 한 숨만 내뿜습니다. 손님이 없어서 임대 월세도 알바생의 알바비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두식은 밤에 대리 운전을 해서 겨우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두식은 이혼을 하고 집을 팔아서 남은 돈을 몽땅 털어서 이 DVD 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먹고 자는 것도 DVD 방에서 할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두식이 이 지옥에서 탈출하려면 높은 권리금을 받아야 이 DVD방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높은 권리금을 받고 나가기 위해서 복덕방을 들락거립니다. 자신이 복덕방에 속아서 DVD방을 운영하게 되었다며 협박을 하다가도 가게를 보러 온 손님이 있다는 소리에는 헤헤 웃으면서 살갑게 대합니다. 

두식은 정말 절박합니다. 권리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면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이런 절박한 사연을 가진 인물이 또 있습니다. 바로 두식의 DVD 방에서 일하는 알바생 태정(디오 분)입니다. 음악을 배우는 학생인 태정은 학자금 대출이 되지 않아서 사채 빚을 쓰고 있습니다. 이 빚을 갑기 위해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 알바비를 몇 달 째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알바비도 받지 못하는데 사장은 철이 없는지 새로운 알바생을 데리고 옵니다.  사장 두식은 규모 있고 손님이 많은 DVD 방으로 보이기 위해서 새로운 알바생 까지 투입을 합니다. 이 새로운 알바생은 조선족으로 최저임금 6,000원도 아닌 시급 4,000원에 고용합니다. 자신의 고통을 막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두식은 악덕 DVD방 사장으로 비추어집니다만 워낙 사정이 다급하다 보니 두식에 대한 동정심은 점점 커져갑니다. 


두식은 당장 형편이 되지 않아서 두 알바생에게 제대로 된 시급이나 월급을 주지 못하지만 높은 권리금을 받고 DVD방을 넘기면 밀린 월급은 물론 좀 더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정년 퇴임을 한 교감 선생님이 DVD방 인수에 관심을 보이자 두식은 크게 고무됩니다. 

한편 알바생 태정은 돈을 벌기 위해서  1주일만 보관하고 돌려주면 500만원을 준다는 소리에 마약 업자에게서 마약을 받아서 창고처럼 활용하는 DVD방 7호실 쇼파 밑에 잠시 보관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조선족 알바생이 비가 새는 천장 밑에서 물 청소를 하다가 감전사로 죽습니다. 이에 놀란 사장 두식은 경찰이나 소방서에 전화를 하려다가 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 높은 권리금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시체를 7호실에 숨기고 7호실에 자물쇠를 채웁니다.

다음 날 출근한 태정은 7호실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모습에 놀라서 사장에게 왜 자물쇠를 채웠냐고 묻지만 사장은 절대 열지 말라고 화를 냅니다. 이렇게 7호실은 두식의 욕망과 태정의 욕망이 한 공간에 감금이 됩니다. 영화 <7호실>은 이 7호실을 열려는 태정과 막으려는 두식의 치열한 다툼이 이어집니다. 


자영업자의 비극을 블랙 코미디로 구현한 영화 <7호실>

영화 <7호실>의 감독은 2013년 <10분>을 연출한 이용승입니다. 영화 <10분>은 비정규직 이야기를 리얼 다큐식으로 담은 영화였습니다. 이용승 감독은 사회적 문제를 잘 담는 감독입니다. 영화 <7호실>도 자영업자의 비극과 비정규직인 알바생의 비극을 블랙 코미디로 구현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가 크게 웃기지가 않습니다. 

소재 자체가 무겁다 보니 웃기기 쉽지 않음을 감안해도 가벼운 웃음만 가끔 나올 뿐 크게 웃게 하는 장면은 없습니다. 전반부는 스릴러로 비추어질 수 있지만 그 스릴도 크게 높지 않습니다. 7호실을 두고 세상의 대표적인 을인 장사 안되는 '자영업자'와 '알바생'이 다투는 을들의 전쟁을 다루었는데 스릴이 높지 않습니다. 스릴과 코미디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 보니 영화 전체의 만듦새가 좋지 않습니다. 


여기에 중절모를 쓴 형사 같이 뭔가 초점이 나간듯한 캐릭터와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감독은 자영업자와 알바생의 비애를 담고 싶었지만 착한 알바생이 마약 조직책과 연관이 되는 연결 고리를 소개하지 않는 점이나 왜 몇 달 씩 밀린 알바 임금을 받지 않고 계속 DVD방으로 출근하는 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합니다.

많은 관객들이 가장 황당하면서도 흥분하게 하는 부분은 결말 부분일 것입니다. 저도 보면서 저렇게 끝나면 욕 많이 먹을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말은 약간 이해가 가지만 동시에 황당합니다. 전체적으로 연출이 좋지 못하고 짜임새가 없습니다.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계속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과 결말이 나오니 좀 화가 납니다.


그럼에도 자영업자의 비애와 비극을 담은 점은 좋게 보입니다. 어느 영화가 자영업자의 비애를 담을까요? 뉴스 사회란에나 소개되는 소재를 영화 소재로 만든 도전정신은 높이 살만 합니다. 사장 두식이 자영업에서 탈출하기 위한 고군분투기가 마음을 저리게 하고 그 저림이 두식의 범죄 행위에 대한 이해도를 높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옥과 같은 자영업을 왜 하냐고 합니다. 두식도 잘 압니다. 그러나 할 게 없습니다. 그러니 또 다시 지옥인 자영업에 뛰어듭니다. 퇴직금을 받아서 자영업을 하려고 하는 교감 선생님의 모습에서도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만 그 표현이 제대로 담기지 못합니다. 





그나마 두식의 고통을 그런대로 잘 담아 냈지만 사채빚까지 내서 학자금을 마련하는 알바생 태정의 비애를 잘 담지 못합니다. 마약 거래업자와 손을 잡는 과정과 이유를 잘 담지 못하다 보니 태정을 소모할 분 태정의 고통을 잘 담지 못합니다. 


색다른 소재일 뿐 재미가 없는 영화 7호실

소재는 아주 신선합니다. 한 공간에서 을들의 전쟁을 담은 소재 자체는 신선한데 그걸 영화로 잘 담지 못한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습니다. 허술한 점도 많다 보니 영화 보면서 두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하기 보다는 왜?라는 의문만 커져갑니다. 

여기에 조선족을 너무 편파적이고 단편적으로 소비합니다. 사람이 죽었음에도 아무도 그 죽음을 찾지 않는다는 모습은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영화는 대림동과 문래동이라는 실제 동네 이름을 거론하는 폭력적인 모습까지 보입니다. 요즘 한국 영화들이 실제 지명을 사용해서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모습이 많은데 영화 <7호실>의 사회적 비극을 담는다면서 동네 이름으로 폭력을 가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사회적 비판력도 짜임새도 연출도 스토리도 모두 아쉬운 영화입니다.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것은 신하균과 디오의 연기는 꽤 좋습니다. 이외에는 모두 아쉬운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7호실에 갇혀서 빠져 나오지 못한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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