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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는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by 썬도그 2017.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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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하면서도 몽롱한 분위기의 주제음악이 인상 깊었던 미국 드라마 <트윈픽스>는 아직도 생각나는 드라마입니다. 미스테리한 살인 사건을 둘러 싸고 일어나는 기묘한 이야기들이 기존의 드라마와 크게 달랐습니다. 시종일관 호기심을 바탕으로 음습한 기운을 이어갔습니다. 미스테리물의 새로운 형태라고 느껴질 정도로 <트윈픽스>는 저에게 잊혀지지 않는 영화입니다. 

이 미국 드라마 <트윈픽스>를 연출한 감독은 '데이비드 린치'입니다. 90년대 독특한 문화 코드인 '컬트'라는 용어의 중시에 있던 감독으로 영화 <이레이저 헤드>와 <엘리펀트 맨>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합니다. 2001년 연출한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지난 10월 재개봉을 했습니다. 이 영화가 다시 재조명 받은 이유는 BBC가 선정한 100대 영화 중 1위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의뭉스러운 이야기 2개가 붙어 있는 독특한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과연 어떤 영화이기에 이런 극찬을 받나 궁금해서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데이비드 린치'감독 영화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전작들을 보며 그렇게 어려운 영화들은 없습니다. 다만 이해가 안 가는 장면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단순하게 보면 이해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습니다.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워낙 이 감독의 영화들이 습한 미스테리한 영화들이 많아서 지레 겁을 먹고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잔혹한 장면도 거의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도 아닙니다. 그냥 대중적인 시선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2개의 이야기가 붙어 있는 독특한 구조의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여자가 세단의 뒷자리에 타고 L.A의 멀홀랜드 드라이브 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한적한 길에 멈춘 세단은 뒷자리에 있는 여자에게 총을 겨누면서 내리라고 합니다. 무시무시한 살인을 저지르려는 찰나 갑자기 폭주족의 차가 이 세단과 정면 충돌을 합니다. 킬러들은 죽고 여자만 혼자 살아서 내려 옵니다. 자동차 충격으로 기억을 몽땅 잃은 여자는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숨습니다. 

그 집에는 캐나다에서 배우 오디션을 보기 위해 잠시 고모네 집에 머무르는 베티(나오미 왓츠 분)가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는 여자를 보자 베티는 고모의 친구분 인줄 알았지만 이 여자가 고모와 연관이 없는 인물임을 알고 경찰을 부르겠다고 정중하게 말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자신의 이름이 리타인데 기억을 모두 잃었다고 울먹이고 베티는 리타의 기억을 되살려주기 위해서 리타와 함께 리타의 과거를 찾아 나섭니다. 


리타가 아는 것이라고 교통 사고가 나서 기억을 잃었다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돌아 다니다가 자신의 이름이 떠올랐다면서 '다이앤 셀윈'이라는 이름을 떠올립니다. 전화번호부에서 '다이앤 셀윈'을 찾은 리타와 베티는 '다이앤 셀윈' 집에 찾아갑니다. 거기서 충격적인 현장을 보고 자신이 '다이앤 셀윈'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베티와 함께 자던 리타는 악몽을 꾸다가 새벽 2시에 택시를 타고 공연을 보게 됩니다. 이상한 공연을 보고 온 후 리타와 베티는 리타의 가방 속에 있던 파란 열쇠를 공연장에서 가져온 작고 파란 상자를 열고 상자는 뚝하고 떨어집니다. 그리고 2부가 시작됩니다. 



2부는 완전히 상황이 바뀝니다. 1부에서 베티로 나온 나오미 왓츠는 '다이앤 셀윈'으로 유명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유명 배우인 친구의 도움으로 여기저기 단역을 겨우 맡는 무명 배우입니다. 유명 배우는 1부에서 리타로 나온 로라 해링이 연기한 낙하산 톱스타인 '카밀라'입니다. 1부에서 영화 거물은 '카밀라'를 주연 여배우로 캐스팅 하지 않으면 영화 제작 중단을 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독인 아담(저스틴 서록스 분)은 이 낙하산 주인공 '카밀라'를 거부했다가 살해 위협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카밀라'를 주연 배우로 캐스팅합니다. 그런데 이 '카밀라'가 2부에서는 1부에서 기억을 잃은 리타를 연기한 로라 해링입니다. '카밀라(로라 해링)'는 '다이엔 셀윈(나오미 왓츠 분)와 연인이자 친구입니다. 

다이엔은 카밀라가 인기 배우가 되자 시샘을 합니다. 동시에 자신에게 일거리를 주는 카밀라에게 고마움도 느낍니다. 그러나 이 애증은 점점 깊어지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1부는 꿈 또는 상상, 2부는 현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독특한 구조의 이야기를 보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1부는 2부의 주인공인 무명 배우인 '다이앤 셀윈(나오미 왓츠 분)가 꾼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2부 시작은 다이앤이 침대에서 자고 있다가 문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1부의 깨진 유리창처럼 처럼 흩어진 이야기들이 잘 이해가 됩니다.

1부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흩어져 있습니다. 낙하산 여배우 이야기와, 대 배우가 되고 싶은 연기 지망생의 이야기 그리고 미스테리한 사고를 당한 후 기억을 잃은 여자 이야기와 킬러 이야기가 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다양한 이야기가 거의 접점도 없이 이어지다 보니 무슨 이야기인가? 하다가 끝이 납니다. 반면 2부에서는 1부에서 나온 인물들이 다이앤(나오미 왓츠 분)을 중심으로 배치가 됩니다. 단 같은 배우지만 다른 역할과 변화된 모습으로 배치가 됩니다. 


이러다 보니 2부는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다이앤을 중심으로 모든 인물이 설명이 됩니다. 반면 1부의 인물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1부가 꿈 또는 상상으로 이해하고 2부는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따라서 어려운 영화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이 1가지의 해석만으로 해석이 되어지는 영화는 아닙니다.

1부와 2부가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고 1부가 현실, 2부가 악몽이라고 해석해도 해석이 되어집니다. 전 이것보다 이 영화가 이름과 얼굴의 다름을 통해서 다양한 해석을 이끌 수 있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1부에서 베티는 2부에서 다이앤이 됩니다. 이렇게 베티가 다이앤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나오미 왓츠'라는 같은 배우가 연기 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잔상 효과라고 할까요? 바로 전에 보았던 장면과 이어지는 장면이 비슷하면 우리는 두 장면이 전혀 별개의 장면이라도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짐작을 합니다. 이는 영화라는 매체의 속성이자 영상물의 속성입니다. 

영화는 현실을 잘게 쪼개서 이어 붙인 편집물입니다. 실생활을 실시간으로 생중계를 하면 정말 재미가 없고 긴 이야기를 2시간 안에 압축해서 넣을 수 없습니다. 이에 영화는 짧은 장면을 이어 붙여서 긴 이야기를 2시간 안에 압축시켜서 보여줍니다. 같은 배우가 다른 이름을 가진 사람을 연기 하는 모습은 다이앤과 함께 리타와 카밀라를 연기하는 로라 해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두 명의 주연 여배우가 1인 2역을 하니 우리는 쉽게 1부와 2부의 연관성을 찾다가 1부는 꿈이구나 느끼게 됩니다. 


이게 가장 보편적인 해석입니다만 영화는 다양한 이미지와 뜻모를 장면을 배치해서 좀 더 다양한 감상을 이끌어냅니다. 이 알듯 모를듯한 장면과 이야기가 이 영화에 대한 극찬에 가까운 평을 이끌어 낸 것 아닐까요? 초현실주의 그림이나 표현주의 그림 같은 추상화를 보고 우리는 다양한 해석을 하고 느낌을 말합니다. 구상화도 다양한 감상과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추상화는 더 다양합니다. 이는 구체화 된 주제와 소재가 없기 때문에 각자의 경험과 사유 속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이런 해석은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모두 정답이죠. 그런면에서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구상화로 볼 수도 있고 추상화로 볼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단순하게 볼 수도 있고 어렵게 보려면 어렵게 보아지는 영화입니다. 영화평론가라면 이 영화를 2번 3번 보면서 감독의 숨겨진 의도를 캐내려고 노력할 것이고 대중이라면 1번 보고 아! 이런 이야기구나 에이 뭐야 싱겁게!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석을 하던 그건 오로지 관객의 몫이고 감독 '데이비드 린치'는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넣었습니다. 별 이야기가 아니지만 2개의 이야기를 대칭 또는 대비라는 차이와 반복을 통해서 해석의 풍요로움을 심어 놓았습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길은 하나 이지만 그 길을 다양한 사람이 지나가고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듯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다양한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는 영화입니다. 생각보다 강렬한 영화는 아니지만 곱씹어 보게 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별점 : ★★★☆
40자 평 : 하나의 길 같지만 여러가지 길이 보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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