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용한 첫 카메라는 외삼촌이 중동에서 보내온 자동 필름 카메라였습니다. 이 자동 필름 카메라로 제 졸업식, 동생 졸업식 등등 가족 앨범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요긴하게 썼습니다. 이 자동 필름 카메라로 대학교 사진 동아리에 가입했고 출사시에 항상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동기들의 SLR 카메라를 보면서 주눅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이야 비싼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당시는 친구들의 SLR 필름 카메라가 무척 부러웠습니다. 사진 출사를 가면 동아리 동기의 SLR 카메라를 빌려서 촬영해 보면서 꼭 하나 장만하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나의 첫 SLR 카메라 캐논 EOS 1000QD
90년 대 중반 군 전역 후에 복학하기 전까지 영등포의 한 백화점에서 알바를 했습니다. 2개월 정도 알바를 하고 받은 돈으로 남대문 카메라 상가에서 캐논 EOS 1000QD를 구매했습니다. SLR 카메라를 구매하러 갔다가 중고 캐논 전자식 필름 카메라가 가격이 저렴해서 이 카메라를 샀습니다. 렌즈도 35~105mm로 꽤 활용도가 높은 화각을 제공하는 렌즈까지 구매했습니다. 그렇게 복학 후 사진 출사에서 이 카메라로 참 많이 촬영했네요.
이 캐논 EOS 1000QD라는 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검색을 해보니 전자식 SLR 카메라는 국내에서 정식 출시된 제품은 아니고 해외에서 출시된 보급형 제품이더군요. 후면에 액정 디스플레이가 없을 뿐이지 작동법이나 사용법이나 UI는 현재의 DSLR과 거의 비슷합니다.
2000년대 초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열렸습니다. 캐논은 전자식 SLR 카메라인 EOS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DSLR EOS 시리즈를 선보였고 이런 선제적인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진입으로 경쟁사를 따돌리고 지금까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신의 한 수였습니다. 그러나 워낙 고가라서 나의 첫 디지털 카메라는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2008년 첫 DSLR을 구매했습니다.
지금은 DSLR도 있고 미러리스와 방수 카메라 등 다양한 카메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디지털 카메라는 DSLR과 미러리스입니다. DSLR과 컴팩트 카메라가 양분하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 향상으로 인해 2014년 전후로 컴팩트 카메라 시장을 잡아먹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컴팩트 카메라 시장은 붕괴되었습니다.
출처 : 페타픽셀
스마트폰으로 인해 DSLR 시장이 붕괴될 것이라고 소리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화질이 비슷하면서도 컴팩트 카메라의 뛰어난 휴대성을 갖춘 미러리스 시장이 열리면서 DSLR 시장은 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위 그래프는 1933년부터 2016년까지의 카메라 시장의 기종 별 점유율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진 광풍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스마트폰에 직격탄을 맞은 시장은 파란색으로 칠해진 컴팩트 디카시장입니다.
그런데 DSLR 시장을 보면 스마트폰에 영향을 받아서 시장이 축소 되긴 했지만 크게 축소되지는 않았습니다.
미러리스도 2012년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크게 확대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스마트폰과 미러리스의 도전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DSLR 시장. 무엇이 DSLR의 인기를 꺾지 못할까요? 제가 느낀 DSLR의 좋은 점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내가 느낀 DSLR의 장점 5가지
1. 딜레이가 없는 광학 뷰파인더의 시원함
DSLR을 사용한 지 9년이 지났습니다. 체험단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DSLR을 사용해 봤습니다. 아시겠지만 DSLR은 SLR의 디지털 버전입니다. SLR 카메라는 카메라 시장 주도권을 독일에서 일본으로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한 카메라입니다. 레인지파인더 카메라가 주도 하던 카메라 시장을 반사경을 이용해서 파인더에서 보이는 그대로 촬영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SLR 카메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일본 카메라의 인기를 끌어올렸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DSLR과 미러리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펜타프리즘 또는 펜타미러와 반사거울이 있고 없음의 차이입니다. 반사거울이 렌즈로 들어온 풍경을 위로 올려주면 펜타프리즘 또는 펜타미러가 광학 뷰파인더로 보내줍니다. 그래서 우리가 렌즈로 보는 그대로 광학 뷰파인더로 볼 수 있습니다.
펜타프리즘은 중급기 이상의 고가 DSLR에서 사용하고 중저가 보급형 DSLR은 프리즘이 아닌 미러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좀 더 가볍지만 광학 뷰파인더가 좀 더 어둡고 시야율이 100%가 아닌 제품들이 많습니다. 시야율이 100%가 아닌 95% 내외라서 광학 뷰파인더에서 보는 것보다 촬영한 사진이 좀 더 넓게 찍힙니다.
광학 뷰파인더는 외부 풍경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액정을 사용하는 미러리스나 스마트폰도 그대로 보여주긴 하지만 눈을 광학 뷰파인더에 대고 찍으면 주변 풍경에서 카메라가 보는 프레임만 보이기에 프레임 짜기도 좋고 사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순과 양 손이 삼각형 형태로 이루어져서 손 떨림을 좀 더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광학 뷰파인더가 좋은 점은 사진을 좀 더 진중하게 찍을 수 있습니다. 액정을 보고 찍으면 사진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스냅 사진만 담게 됩니다. 그래서 미러리스 제품 중에는 광학 뷰파인더를 흉내 낸 전자식 뷰파인더를 제공하지만 기술이 좋아졌다고 해도 약간의 화면 딜레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화면 딜레이가 없는 것이 광학 뷰파인더의 장점이기도 하죠.
그러나 광학 뷰파인더가 액정 디스플레이보다 안 좋은 점도 있습니다. 액정이나 전자식 뷰파인더(EVF)는 화면에 히스토그램 같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최근 DSLR들 특히 캐논 DSLR들은 광학 뷰파인더 안에 수평계와 격자 무늬 가이드선을 넘어서 각종 정보를 광학 뷰파인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액정 디스플레이가 좋은 점도 있습니다. 먼저 액정 디스플레이를 갖춘 미러리스는 틸트 또는 스위블 액정을 장착한 제품들이 많아서 하이 앵글, 로우 앵글을 쉽게 촬영할 수 있습니다. 꽃이나 사람이 많은 공연 현장에서 손을 쭉 올려서 촬영하기 편하죠. 그러나 이런 단점을 DSLR 제품들이 줄여가고 있습니다.
캐논 같은 경우 중급기, 또는 보급기 DSLR들은 프리 앵글인 스위블 액정을 제공하고 있고 EOS 6D 같은 경우 풀프레임 DSLR 최초로 스위블 액정을 제공해서 촬영 편의성을 끌어올렸습니다.
2. 빠른 위상차 AF
미러리스나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해 보시면 압니다. AF 속도가 꽤 느립니다. 특히 야경이나 야간, 어두운 실내 같은 공간에서 사진을 찍으면 AF 속도도 느리고 초점도 한 번에 맞추지 못해서 렌즈가 초점을 찾기 위해서 윙윙 거리는 워블링 현상이 나옵니다. 반면 광학 뷰파인더를 사용하는 DSLR은 바디 하단에 있는 위상차 AF 센서를 사용해서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맞춥니다. 특히 어두운 환경에서도 발군의 AF 정확성과 속도를 자랑합니다.
물론, 최신 미러리스들은 이 AF 속도를 개선했고 캐논 같은 경우는 위상차 AF에 버금가는 듀얼픽셀 CMOS AF를 장착한 미러리스와 DSLR이 나오지만 조금이라도 광학 뷰파인더로 보는 위상차 AF가 빠릅니다. 이 빠른 AF 때문에 스포츠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진 기자들은 DSLR을 애용합니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사건이나 스포츠 액션을 놓쳐서는 안되니까요. 그래서 올림픽 사진들을 보면 대부분이 DSLR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3. 다양한 렌즈군
카메라 시장을 크게 2개로 나눕니다. 렌즈 교환이 안되는 컴팩트 카메라 시장(하이엔드 카메라도 여기에 포함)과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미러리스와 DSLR 시장으로 구분합니다. 렌즈 교환이 되는 카메라들은 APS-C사이즈의 크롭 센서나 풀프레임 이미지센서를 사용해서 화질이 무척 뛰어납니다.
렌즈 교환이 되는 DSLR은 미러리스보다 역사가 오래 되어서 그런지 렌즈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미러리스 제품 중에 DSLR 제조사들이 만든 제조사들이 어댑터를 끼면 DSLR 렌즈를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DSLR은 다양한 렌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4. 열악한 환경과 오지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하는 높은 신뢰도
오지 탐험을 하는 분이나 야생 사진을 찍는 분들은 고온과 다습 그리고 추위와 싸워야 합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DSLR은 방진,방습 기능을 제공하는 중,고급기 DSLR을 선호합니다. 기본적으로 광학 뷰파인더를 사용하기에 액정을 사용하는 미러리스 보다 배터리 소모량이 적고 먼지가 많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셔터 찬스를 놓치지 않습니다. 이 높은 신뢰도가 DSLR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5. 셔터음과 뽀대
DSLR은 사진 결과물도 좋지만 사진 촬영 과정이 무척 즐겁습니다. 미러리스에 비해서 휴대성은 떨어지지만 반사경이 철컥하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물리적인 셔터음이 무척 좋습니다. 이 물리식 셔터음이 좋아서 DSLR을 데리고 출사를 많이 갑니다. 또한, DSLR은 카메라가 커서 그런지 묵직하고 가지고 다닐 때 폼도 납니다. 전문 용어로 '뽀대'라고 하죠.
사진 촬영을 하러 출사를 가면 미러리스를 들고 다니면 주목을 받지 않는데 DSLR을 들고 다니면 저에게 사진에 대해서 문의를 하거나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쩔 때는 기자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있어서 DSLR은 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촬영하는 분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미러리스도 장점은 있습니다. 무엇보다 휴대성이 좋아서 장거리나 장시간 여행을 하는 분 중에서 화질 좋은 스냅 사진이나 여행 스케치를 담은 사진을 촬영할 분이라면 미러리스가 더 낫습니다. 그러나 이런 휴대성도 캐논 EOS 200D 같은 컴팩트한 DSLR이 나오면서 그 차이가 좀 더 줄었습니다.
미러리스가 발전하면 DSLR이 발전하고 DSLR이 발전하면 미러리스가 발전하는 공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네요.
<캐논코리아로부터 원고료를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