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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타임마케팅의 좋은 예.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by 썬도그 2017.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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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몰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복합 쇼핑몰입니다. 도시가 커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외부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하루 종일 한 공간에서 먹고 입고 쇼핑하고 읽고 쉬는 모든 활동을 하는 대형 쇼핑몰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엑스몰은 2014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단행합니다. 보통 리모델링을 하면 좀 더 활기차고 유동인구가 많아져야 하는데 코엑스몰은 최악의 리모델링을 선보였습니다. 이전에도 길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리모델링 한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방향감각을 잃게 하는 특수 시공법을 사용했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엑스 몰에 입장한 후 길을 잃어 버립니다. 

움직이는 지도라고 할 정도로 방향감각이 탁월한 저 조차도 코엑스몰에 들어선 후 메가박스를 찾는데 20분 이상이 걸렸습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가 절로 나오는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대형 쇼핑몰이 되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이 리모델링한 후 많은 기둥과 정신 사나운 디자인과 조막만한 위치 표시 등으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 결과로 리모델링 이전보다 유동 인구가 줄었습니다. 돈 쓰고 돈 잃게하는 리모델링. 역대급 최악의 리모델링이라는 오명을 잔뜩 뒤집어 쓴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큰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던 신세계는 2016년 코엑스몰을 인수하면서 기존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별마당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내려서 코엑스몰 입구로 들어온 후 약 50m 정도 코엑스 전시관 쪽으로 걸어가면 책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푹신한 쇼파에서 책을 읽고 있고 그냥 바닥에 앉아서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날은 토요일이라서 유동인구가 많은 날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줄은 몰랐네요. 


페이스북에서 이웃 분들이 '별마당 도서관' 사진을 많이 올려서 익숙한 풍경임에도 직접 보니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약간은 허세스러운 거대한 책장이  3개나 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서점인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책과 사람이 많은 곳은 '교보문고 종로점' 이후 처음 봅니다. 


교보문고 종로점과 다른점은 인공 채광이 아닌 자연 채광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사람이 많고 큰 변신을 해서 새로 생긴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새로 생긴 공간은 아니고 기존 공간을 리모델잉 했습니다. 위 사진은 리모델링 이전의 모습입니다.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과 거대 회사의 홍보 마케팅 장소로 활용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는 공간, 심하게 말하면 잉여 공간이었습니다. 커피숍이 2층에 있는데 유동인구가 없다 보니 찾는 사람도 많지 많지 않앗습니다. 이 거대한 자연 채광이 되는 공간을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성큰 광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길 놀리고 있었습니다. 신세계는 이 공간을 버리지 않고 우물가로 만들었습니다. 


'별마당 도서관'의 첫 느낌은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서점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고 책 읽는 사람 반, 지나가는 사람 반으로 딱 서점입니다. 그러나 책을 판매하지 않아서 도서관이 맞습니다. 


서점과 다른 점은 잡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서점은 체리피커들을 피하기 위해서 잡지를 비닐로 싼 잡지가 많은데 여긴 도서관이라서 편하게 볼 수 있게 배치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일반 도서관에 있는 도난 방지 장치도 없다고 합니다. 

책 읽다가 그냥 들고 집에 가도 삐삐 경보음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 놓고 가져가라고 하는 것은 아닌 보안 요원이 곳곳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은 돈 주고 사야지 훔치면 되나요?


다양한 강의나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오니 도서관 분위기가 확 나네요. 1층은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서 서점 느낌이었지만 2층에는 스타벅스 창가 테이블 같은 곳에서 책과 노트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보이네요. 

 


하나의 기둥 높이는 13m이고 총 3개의 기둥이 있습니다. 각 기둥에는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습니다. 책은 약 5만여 권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내부에는 약 200석 규모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책 퀄리티를 봤습니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오래된 책, 인기 없는 책들을 꽂아 놓은 것은 아닐까 했는데 아닙니다. 책 퀄리티들도 좋습니다. 구립, 시립도서관과 비슷합니다. 

책 대여가 되지 않는 점만 빼면 일반 도서관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책들은 각 카테고리 별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람 손이 닳는 곳은 국내 서적을 세로로 꽂아 놓았고 손이 닳지 않는 곳은 외국 서적을 가로로 꽂아 놓았네요. 손이 닳지 않는 곳의 책은 디스플레이 용도입니다. 


성공적인 타임마케팅의 좋은 예.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그런데 왜 신세계는 이런 '별마당 도서관'을 만들었을까요?

이유는 스타벅스와 교보문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대규모 리모델링을 한 교보문고는 서점 한 가운데 대형 테이블을 마련하고 곳곳에 쇼파나 의자를 배치했습니다.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이후 교보문고는 방문자 수가 크게 증가했고 사람들이 여기저기 편한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 풍경이 연출됩니다. 

교보문고가 책을 사서 어서 나가라는 서점의 모습이 아닌 편한 마음으로 오셔서 책 편하게 읽다가 더 읽고 싶으면 집으로 책을 모셔가라는 '타임 마케팅'을 펼칩니다. 즉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마케팅입니다. 고객의 시간을 점유한 후 그 점유 시간을 늘린 후에 소비를 촉진하게 하는 마케팅이 '타임 마케팅'입니다. 

이 '타임 마케팅'의 원조는 '스타벅스'입니다. '스타벅스'에 가는 이유는 커피가 맛있다기 보다는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주지 않고 장시간 노트북을 해도 누구하나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창가 쪽 명당 자리를 1인 노트북 유저나 1인 유저를 위한 배려를 해주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어서 커피 먹고 나가줬으면 하는 뒤통수 따가운 시선이 없습니다.

게다가 전기 콘센트를 곳곳에 배치해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충전도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단기 수익 측면에서 보면 스타벅스의 이런 전략은 옳지 못합니다. 그러나 스타벅스에 가면 오래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고, 노트북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 스타벅스에 자주 찾아가게 만듭니다.

스타벅스는 편한 휴게소 같은 곳입니다. 이런 이미지로 인해 고객들은 스타벅스에서 장시간 수다를 떨고 공부를 하고 노트북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스타벅스는 장시간 있어도 되지만 커피 리필이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커피숍들은 500원이나 1000원을 내면 리필을 해주는데 반해 스타벅스는 리필이 없습니다.

1잔 더 시켜서 더 오래 있다가 가라는 전략이죠. 스타벅스는 오래 있으라고 손짓합니다. 이게 바로 고객을 장시간 머물게 하는 '타임마케팅'입니다. 오래 있는 손님이 1,000원이라도 더 돈을 쓴다는 것을 스타벅스는 잘 알고 있습니다. 


'별마당 도서관'은 책을 판매하는 곳도 수익을 내는 공간도 아닙니다. 그러나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1분이라도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우물가 역할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미끼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공간이 생김으로서 코엑스몰을 일부러 찾아가게 하거나 코엑스몰에서 약속을 잡거나 또는 코엑스몰 안에서 헤매다가 쉴 수 있는 휴게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별마당 도서관'이 오픈한 후 유동 인구가 늘었다고 하네요. 지난 5월 말 60억원을 들여 만든 '별마당 도서관'은 무너져가는 코엑스몰을 다시 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별마당 도서관의 책들은 기증을 받은 책들입니다. 시민들로부터 받은 책도 있고 신세계 계열사 직원들이 기증한 책도 있습니다. 별마당 도서관이 코엑스몰을 확실하게 부활하게 할지는 장담은 못합니다. 여전히 코엑스몰은 미로와 같은 공간이고 개선할 사항이 많습니다. 그러나 '별마당 도서관'이라는 구심점이 마련되어서 이전보다는 나은 모습이 될 것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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