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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옥자. 육류 거대 소비 사회를 정면으로 비판하다

by 썬도그 2017.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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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가공 거대기업인 미란도는 남미에서 새끼를 받아와서 아리조나 농장에서 키운 슈퍼돼지를 전 세계 24개국의 뛰어난 농부에게 보내서 10년 동안 키우라고 합니다. 10년 후에 가장 잘 자란 슈퍼돼지에게 큰 상을 주는 마케팅을 합니다. 


친환경으로 키우고 DNA 유전자 조작을 전혀 하지 않는 슈퍼 돼지의 탄생! 이 모든 마케팅을 기획한 사람은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분)'입니다. 그렇게 24개국 중에 한 곳인 한국의 두메산골에서 슈퍼 돼지 옥자는 자라게 됩니다. 


옥자는 농장이 아닌 산에서 뛰어 놀면서 산에서 나는 모든 것을 먹고 자랍니다. 마치 미자처럼요. 산골 소녀 미자는 할아버지와 둘이서 삽니다. 미자의 유일한 친구는 옥자입니다. 옥자를 데리고 산 속을 다니면서 우정을 나눕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미란다에서 보낸 동물 쇼 프로그램 진행자인 '죠니 월콕스(제이크 질렌할 분)'이 옥자를 데리고 갑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르는 미자는 옥자를 찾기 위해 서울로 향하고 미란도 그룹 서울지사에서 옥자를 찾습니다. 옥자를 찾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동물 보호단체인 AL;F'가 옥자에 대한 비밀을 전 세계에 밝히기 위해서 미자와 함께 옥자 찾기에 나섭니다.


우여곡절 끝에 미란도 그룹 본사가 있는 뉴욕에 도착한 옥자와 미자는 슈퍼돼지 콘테스트에 참가하게 되고 이 콘테스트에서 미란도 그룹의 정체를 밝히려는 ALF의 사투가 펼쳐집니다. 


육류 소비 문화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영화 '옥자' 

영화 <옥자>의 내용은 쉽습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답게 쉽습니다. 쉬우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주는 모습은 영화 <옥자>에서도 이어집니다. 영화 <옥자>는 생명체가 아닌 공산품으로 취급 당하는 닭, 돼지, 소라는 거대한 육류 소비 문화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하는 영화입니다. 

우리는 고기를 참 좋아합니다. 특히 한국 분들은 닭을 아주 좋아하죠. 한 번은 시장에 가서 생 닭고기 가격을 보니 3천원도 안되는 가격에 깜짝 놀랐습니다. 20년 전에도 이 가격, 아니 더 비쌌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닭 한 마리 가격이 엄청 싸서 놀랬습니다. 

싼 닭고기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대량 생산으로 닭을 키우는 것이 아닌 생산하기 때문에 싼 가격에 우리가 닭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닭들이 어떻게 키워지는지 아시나요? 우리가 먹는 돼지고기를 제공하는 돼지들이 어떻게 사육되는지 아시나요? 

우리는 모릅니다. 우리는 그냥 먹기 좋게 포장되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고기를 사 먹을 뿐입니다. 마치 마트에 가서 공산품을 사듯 고기를 삽니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습니다. 육류 가공업이 대자본이 투입되고 공장화 되기 전에는 시장에서 살아 있는 닭을 직접 잡았고 돼지 몸이 정육점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고기를 먹었습니다. 적어도 이 고기가 어떤 형태로 나에게 오는 지를 알았습니다. 약간의 죄책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고기를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낄 기회조차 제공되지 않습니다. 또한, 이 고기가 어떤 형태로 사육되고 내 식탁까지 오는지도 잘 모릅니다. 몰라야 육류 소비는 더 늘기 때문에 거대한 육류 가공 업체들은 철저하게 먹기 용이함이라는 이유로 고기를 조각조각 내서  공산품처럼 판매합니다. 

육류 산업이 거대해지자 자본은 육류 산업을 공장화시킵니다. 고기 가격은 싸졌지만 대신 그 고기를 제공하는 동물들은 더욱 더 고통스러워졌습니다. 몸을 돌릴 수도 없는 게이지에서 알만 낳다 죽는 닭, 누워서 자지 못하게 딱 1마리의 돼지만 들어갈 수 있는 게이지에서 키우는 돼지. 우리는 이런 닭, 돼지, 소의 비명을 듣지 못합니다. 

이러다 보니 오리가 철판위에서 춤을 추면서 자신을 먹어 달라는 간판이 버젓이 등장합니다. 동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고 동물은 우리에게 영양을 공급해줄 도구일 뿐입니다. 영화 <옥자>는 이런 우리의 시선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입니다. 


영화 <옥자>의  거대자본이 축산업을 공장화시키면서 많은 동물들이 지옥에서 살다 죽는 모습을 담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육류 소비 문화에 대한 비판도 살짝 있지만 대부분은 육류 가공업체의 비인간적(?)인 사육과 도살 행위에 대한 비판을 하는 영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옥자>를 보고 난 후 돼지 고기 못 먹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분들도 잘 압니다. 그러다 1주일만 지나면 다시 돼지, 닭, 소고기 잘 먹습니다. 영화 <옥자>는 육류를 끊는 것을 바라는 영화는 아닐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먹는고기가 고기 이전에 하나의 생명체이고 비록 인간의 식량이 될 운명이지만 그 동물이 행복하게 살다가 죽길 바라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클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식 공장형 축산 시설 보다는 유럽처럼 방목해서 행복하게 키운 동물을 먹는 것이 더 바른 방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행복하게 살다 죽은 가축이 더 맛있다는 연구가 있듯이 동물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2시간 내내 하고 있습니다. 

자본에 대한 비판은 또 있습니다. 옥자를 배송하는 트럭 배송 기사가 옥자가 탈출을 했는데도 내 알 바 아니라고 말하는 모습은 자본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돈을 주는 만큼 일하는 자본의 생리상 휴지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존재로 여기던 거대 자본에 대한 조소를 날립니다.


괴물의 기시감이 느껴지는 영화 <옥자>

영화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히트작인 <괴물>과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먼저 슈퍼 돼지와 괴물이 CG로 만든 점도 유사하지만 추격 장면이나 여러 유머 코드들과 장면들이 괴물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이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기에 비판을 받을 일은 아닙니다만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이 나올 때는 지루함도 살짝 느껴지네요


그럼에도 추격 장면은 아주 흥미롭네요. 다만 괴물과 달리 다양한 액션이나 신기한 장면은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라기 보다는 드라마에 가까워서 큰 액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동물 복지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던 영화 <옥자>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지루한 면도 살짝 있지만 봉준호 감독 영화답게 간결하면서도 메시지 전달력과 표현력은 좋습니다. 또한, 자신의 원하는 메시지를 단 한 장면으로 담는 힘도 좋습니다. 영화 끝 무렵에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저 또한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그렇다고 우리가 당장 오늘부터 돼지고기를 안 먹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고기를 먹기 전에 동물들 특히 가축들의 삶을 돌아보는 작은 마중물이 되길 바랄 것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나 완성도 보다는 점점 거대해지는 육류 산업 문화에 제동 장치를 걸어준 그 소재와 영화의 메시지가 참 좋았던 영화 <옥자>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뜨거운 철판 위에서 춤추는 오리 간판이 사라지길 바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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