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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재심. 공권력의 폭력보다는 변호사에 초점을 맞춘 핀트 나간 영화

by 썬도그 2017.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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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촌5거리 살인사건이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송이 나간 후 많은 사람들이 공분을 했습니다. 저는 그 방송을 보지 못했지만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이 10년 동안 감옥에 수감되었지만 강압적 수사로 인해 진범이 아닌 애먼 사람을 감옥에 보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 사건의 수상한 점을 보도한 후 재심이 열렸고 법원은 무고하게 10년 동안 감옥에 있었던 분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이 사건은 공권력을 이용한 폭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표적인 공권력 부조리 사건입니다. 감옥에 애먼 사람이 형을 살고 있는 중간에 진범이 자수를 했음에도 담당 형사와 검사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사건을 덮어 버린 사건입니다. 

한 방송사와 한 변호사의 노력으로 억울한 누명을 벗겨내고 공권력의 잘못을 지적한 이 약촌5거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재심>입니다.


어? 주인공이 피해자가 아닌 변호사야? 핀트 나간 영화 <재심>

영화가 시작되면 아내와 딸에게 인정 받지 못하고 대규모 아파트 분양 사기의 피해자인 변호사 이준영(정우 분)가 보입니다. 법정에서 분양 사기에 대한 원고측 대표로 법정에 나섰지만 재판에서 집니다. 분양 사기 피해자들을 피해서 도망가는 모습이 물에 빠진 생쥐 같습니다. 전 재산을 날린 이준영 변호사는 변호사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대형 로펌에 들어갑니다. 


이준영 변호사는 능력은 좋으나 죄의 유무 보다는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 또는 돈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배금주의자입니다. 
사람보다 돈이라고 말하는 이준영 변호사에게 로펌 대표는 지방의 한 도시로 이준형 변호사를 보내서 무료 변론을 맡깁니다. 
당연히 돈도 안되는 무료 변론을 이준영 변호사가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로펌 대표는 이준영 변호사를 지방으로 보내서 생각의 전환을 유도합니다. 


이준형 변호사가 무료 변론을 맡게 된 사건은 심상치가 않습니다. 10년도 더 지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으로 10년 복역 후 출소한 조현우(강하늘 분) 앞으로 살인 사건에 대한 수천만원의 구상권이 청구가 됩니다. 돈 한 푼 없는 조현우와 눈먼 어머니는 이 날벼락을 피해보고자 무료 변론을 의뢰합니다. 

그냥 대충 변론을 하려던 이준형 변호사는 이 사건을 맡으면서 점점 변해갑니다. 사건을 재조사 해보니 살인범이 될 수 없음을 확신한 이준형 변호사는 조현우를 설득해서 재심 준비를 시작하고 10년도 더 지난 사건을 다시 조사를 합니다. 이에 사건 담당 형사였던 이 소식을 듣고 조직적으로 방해를 합니다. 

영화는 실화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만 초점이 사건과 공권력의 무자비와 무책임함을 넘어서 폭력을 통해서 범인을 만드는 경찰과 검찰 권력의 폭력성을 담기 보다는 이준형 변호사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변호사가 주인공이 되면 안됩니다. 변호사가 잘못된 경찰과 검찰의 폭력적인 수사 관행으로 인해 신음하는 무고한 시민을 구해준다는 설정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이상하게도 피해자도 공권력에 대한 비판 보다는 이준형 변호사에 과할 정도로 집중합니다.

이러다 보니 이준영 변호사의 변화되는 모습과 배경을 많이 깔아 놓습니다. 전형적인 주인공 띄우기 포석이죠. 그래서 영화 초반에는 소송에 진 루저 변호사로 그려지다가 이 사건을 맡고서 정의의 사도가 되어가는 변호사의 변화상을 주제로 삼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상업 영화이고 재미를 위해서 초점을  정의의 사도 같은 변호사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변호사 이준영의 변화가 그렇게 와 닿지도 않습니다.

배금주의자 이준형은 갑자기 조현우를 변론하면서 돈 보다 사람이라고 외칩니다. 심경의 변화 과정이 영화에 거의 담기지 않고 갑자기 변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덜컹거립니다. 어떤 큰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무료 변론을 하는 과정도 없고 그냥 내가 너 도와줄거야!라고 일방적으로 선고를 합니다. 

여기에 영화 마지막 장면도 과도하고 진부한 설정으로 그려집니다. 그냥 사실 그대로 진솔하게 담고 그 진솔함의 힘을 밀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자주 드네요


주인공 이준영 변호사에 대한 공감도 정감도 가지 않다 보니 영화 후반의 어색한 장치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숨이 나오게 만듭니다. 매끈하고 자연스럽지 못하고 자꾸 억지 감동을 쥐어짜는 모습은 짜증스럽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영화는 폭력으로 자백을 받아낸 백철기 형사(한재영 분)를 절대 악으로 선정하고 단순 묘사를 하는 것도 디즈니 애니식의 단순한 선악 구도로만 그립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에 대한 심층적인 재미 보다는 단순 재미만 가득합니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다양한 시선이 들어갈 수 있게 폭력 경찰이 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적인 구조를 함께 담았다면 어땠을까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다만,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이 너무 과하고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것은 아쉽습니다. 특히나 감독 김태윤의 전작을 보면 더 안타깝습니다. 

김태윤 감독의 전작은 삼성공화국을 비판한 <또 하나의 약속>입니다. 이 영화는 정말 잘 만든 영화입니다. 2013년에 본 영화 중 5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과하지 않는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묵직한 질문과 감동을 준 수작입니다. 그런데 재심이라는 CGV  자본이 들어가서 그런지 영화가 너무 블링블링해졌네요. 

마치 깊은 맛이 좋은 사골국을 만들던 감독이 패스트푸드 점장이 되어서 값싸고 맛 좋은 햄버거를 파는 느낌이네요. 이해는 합니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거대 자본에 휘둘려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제작사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듭니다. 영화 재심이 딱 그런 영화입니다. 좋은 소재의 영화를 너무 이상하게 포장을 해버렸네요.

사회에 대한 비판, 경찰과 검찰 권력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고 형사와 검사의 개인적 일탈로 보는 시선은 얇고 변호사가 주인공이 되는 것도 그 과정도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아쉽고 아쉬운 영화입니다. 그래도 강하늘과 정우의 연기는 참 좋네요. 두 배우의 힘이 그나마 이 영화를 잘 지탱해 주네요

별점 : ★★

40자 평 : 초점 나간 시선, 설득 당하지 않는 스토리, 어색한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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