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알아두면 편리한것들

편의점 위드미 500원 원두커피 먹을만 한가?

by 썬도그 2017. 4. 18.
반응형

봉지커피라는 커피믹스 시장이 점점 축소되고 있습니다. 로부스타 원두에 탈지분유와 설탕을 개성 무시하고 섞어 놓은 커피믹스. 이 커피믹스가 커피맛인줄 알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몰고온 아라비카 원두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가 한국에 도입되면서 커피 시장이 크게 요동쳤습니다. 다방 문화가 사라지고 원두커피를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리는 원두 커피 시장이 활짝 열렸습니다. 

한국은 커피 문화 후진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선진국 못지 않게 커피 소비량도 높고 다양하게 커피를 추출해서 먹는 방법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원두커피를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를 먹어본 사람들은 텁텁함이 가득한 캔커피나 커피믹스 커피에 손이 잘 가지 않게 됩니다. 저도 조금 더 비싸도 아라비카 원두로 추출한 원두커피를 주로 마십니다. 

사실, 원두커피(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 커피)가 맛은 좋은데 가격이 비쌉니다. 스타벅스만 해도 4,000원이 훌쩍 넘습니다. 최근 경쟁이 심해지면서 1,500원 아메리카노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가격이 확 떨어져서 가격 문턱이 무척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아라비카 원두 커피는 비싸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사실 그렇게 비싸지는 않습니다. 아라비카 품종의 원두 1kg 가격이 3만원 내외입니다. 
따라서 2샷(60ml) 기준 원두 원가는 400~700원 내외입니다. 그런데 왜 커피 1잔에 4,000원이 넘느냐? 많은 언론들이 커피숍 커피 가격이 비싸다고 비난할 때 커피 원두 가격만 말합니다. 

그런데 13온즈 커피 1잔에 들어가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먼저 커피 그냥 주나요? 테이크 아웃 잔에 담아서 주죠. 이 종이컵과 홀더, 뚜껑이 대략 100~200원이나 합니다. 커피숍이 길거리에서 커피 파나요? 건물 임대하는 비용인 임대료내야 합니다. 커피 가격이 비싼 이유의 가장 큰 이유는 이 임대료입니다. 그래서 테이크아웃 커피숍들이 가격이 좀 더 싼 이유가 임대료가 낮기 때문에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릴 수 있습니다. 

커피 가격이 비싼 원흉은 원두 원가가 아닌 바로 살인적인 임대료입니다. 뉴욕 번화가 건물 임차료와 서울의 상가 임대료가 비슷하다니 말 다했죠. 그래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돈 버는 커피숍들은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는 커피숍이라고 하잖아요. 


500원 짜리 원두 커피? 편의점 위드미 원두 커피를 마셔보다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 편의점 커피가 늘고 있습니다. 커피 메이커로 내린 1,000원 짜리 커피인데 맛은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먹을만은 합니다. 각성제로 먹는다면 추천이고 맛까지 음미해서 먹는다면 비추천입니다. 

원두를 뭘로 쓰는지 모르겠지만 묵은 원두를 쓰는지 맛도 별로고 커피 맛도 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원두커피의 느낌은 전달하기에 가성비는 좋은 편입니다. 커피 시장은 점점 양분화 되고 있습니다. 빽다방으로 대표되는 저가 커피 시장과 만랩커피로 대표되는 고급 커피인 '스페셜티 커피' 시장으로 분리될 듯 하네요

강남을 지나가다가 실내 배너에 발길이 멈췄습니다. 500원 원두커피? 1,000원 이하로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는데 무려 500원입니다. 이는 자판기 커피라고 하는 믹스커피 자동판매기 가격과 거의 비슷한 가격입니다. 믹스가 아닌 원두 커피가 500원이 될 수 있을까요?

500원 커피는 레귤러로 180ml(6온즈)입니다. 보통 커피숍 종이컵이 13온즈를 쓰니 딱 반만 나오네요. 아마도 2샷이 아닌 1샷만 사용하나 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니니 샷 개념이 없겠네요. 1,000원은 340ml로 커피숍 종이컵인 13온즈 컵에 담기는 용량이네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배너에 보면 epresso라고 써있습니다. 얼핏보면 에스프레소(espresso)로 읽힙니다. 누가 보면 9기압에 25~30초 동안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리는 에스프레소로 알겠네요. 그런데 espresoo에서 s가 빠진 epresso입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위드미의 졸렬한 꼼수입니다. 게다가 사진도 크레마가 있는 샷잔을 사용했네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편의점 커피는 커피메이커로 만든 커피라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하는 커피에 있는 크레마가 없습니다. 따라서 커피맛을 모르는 분들은 그게 그맛이구나 하지만 엄연히 추출법도 다르고 맛도 다릅니다. 그런데 에스프레소 커피라고 현혹하기 위한 문구는 눈쌀을 찌푸리네요. 


500원을 결제하자 종이컵을 줍니다. 이 방식은 다른 편의점과 동일하네요. 


산덴사의 드립커피머신입니다. 검색을 해보면 1잔 만들 때 마다 종이 필터를 놓고 드립을 하는 드립커피라고 하네요. 드립커피는 에스프레소 커피와 달리 크레마가 없습니다. 대신 산뜻하고 깔끔한 맛이 나옵니다.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커피 머신이 크기도 크고 꽤 비싸 보입니다. 


커피는 브라질, 코스타리카, 에디오피아, 케냐 원두가 있습니다. 참고로 중남미 커피는 마일드하고 단맛이 나는 커피가 많습니다. 특히 브라질은 마일드하고 대중성이 높은 맛을 내기에 여러 원두를 섞는 블렌딩 커피의 베이스가 됩니다. 

반면 케냐는 산미(신맛)이 강한 커피입니다. 최근 맛의 트랜드가 산미가 강한 커피로 흐르고 있는데 이 강한 산미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여전히 커피는 쓴 커피가 좋다는 분들도 많고요. 미각은 참 보수적이라서 쉽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커피 머신은 편의점 커피메이커 중에 가장 좋네요. 크기도 크고요. 무엇보다 다양한 싱글오리진 원두를 사용하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맛은 연한맛, 진한맛 선택할 수 있습니다. 뭘로 연하고 진함을 조절할까요? 원두를 적게 넣는 방법이 가장 편할 것 같은데요. 아무튼 전 진한맛이 좋아서 진한맛을 선택했습니다. 그나저나 500원은 아무리 저가 원두를 썼다고 해도 마진이 100원도 안 남을 것 같네요. 

참고로 이 원두들은 이마트에서 직접 고르고 가져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마트에 가면 볶은 원두를 팔고 있던데 날짜를 보면 1달 이상이 지난 원두가 대부분입니다. 원두라는 것은 볶은지 1주일부터 2주일 사이에 먹어야 가장 맛있는 커피맛을 냅니다. 저가 원두라고 해도 이 기간만 잘 지키면 꽤 질 좋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트에서 파는 원두들은 볶은 지 무려 1달 이상 된 것들이 많습니다. 배 타고 오다 보니 로스팅(볶은) 한 후 먹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죠. 그래서 이마트 원두 보다는 집 주변 로스터리 카페에서 원두 사서 집에서 갈아서 내려 마실 것을 권합니다. 위드미의 원두는 어떻게 유통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기대치는 높지 않습니다. 아니 500원에 품질 좋은 원두 바라는 것도 쉽지 않죠

컵을 놓고  뚜껑을 닫고 500원 진한 맛 버튼을 눌렀습니다. 



커피가 내려오는 시간은 생각보다 꽤 깁니다. 제가 자판기 커피로 생각했나 봅니다. 한 30초 정도 걸리네요. 



옆에는 빨대, 컵 뚜껑, 시럽이 있습니다. 


 

드립 커피메이커라서 그런지 크레마는 없고 거품만 있습니다. 커피를 따를 때 컵의 벽면을 따라서 내려야 거품이 없는데 기계다 보니 컵 중앙에 내리니 거품이 많네요. 

맛은 어떨까요? 참고로 맛은 주관적인 느낌이고 제가 커피 맛을 많이 구분할 정도의 입도 아닙니다. 따라서 참고만 하세요
한 모금을 마셔보니 여느 편의점 커피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싼 원두를 넣은 커피메이커 커피 맛입니다. 그냥 저냥 먹을 만 합니다. 진한맛임에도 연한 느낌입니다. 

솔직히 싼 가격에 카페인 털어 넣는 각성제 역할과 원두 커피 맛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나 좋지 맛 자체는 그렇게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5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가성비는 좋습니다. 1,000원 편의점 커피 먹느니 양은 좀 더 적어도 500원 커피가 더 낫죠.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다가 잠시 급한 일이 생겨서 커피를 반만 마시다 말았습니다. 20분이 지나서 커피가 다 식었습니다. 좋은 커피는 식어도 맛이 좋은데 이런 저가 커피는 맛이 안 좋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버리기 아까워서 한 모금 먹었습니다. 순간 입안에 오물이 들어온 느낌입니다. 맛이 없어도 이렇게 맛이 없다니. 역한 느낌이 들어서 한 모금 먹고 버렸습니다. 

뜨거울 때 마셔야 하네요. 500원 원두커피는 먹을 만 합니다. 가성비는 좋습니다. 그러나 맛은 딱 500원 ~ 1,000원의 저가 커피 맛을 제공합니다. 각성 효과제로 복용하는 분이나 커피맛에 민감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괜찮은 편입니다. 가격이 깡패잖아요. 모든 단점이 가격 하나로 무마되는 커피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