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는 일본 문화가 전면 수입이 금지되었습니다. 그나마 허용되었던 것은 일본 만화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전 마징가Z의 쇠돌이가 한국인인줄 알았습니다. 이 80년대에는 너무나 보고 싶으나 불법 수입 번역된 책이나 프라모델로만 만날 수 있는 건담과 고질라가 큰 인기였습니다.  특히 문고판 '괴수대백과사전'을 넘기면서 고질라와 미니라. 킹기도라와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질라를 알게 되었습니다.

고질라는 티라노 사우루스 같이 생겼지만 머리가 아주 작습니다. 얼굴이 고릴라 같이 생겼고 등에는 가시가 가득합니다. 입에서는 화염이 나가는데 이 화염으로 많은 나쁜 괴수들을 물리칩니다. 선한 괴수 고질라. 인간을 돕는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고질라를 좋아합니다. 특촬물 고질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콘텐츠 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특촬물 고질라를 보기 보다는 헐리우드에서 만든 이상한 고질라들을 보게 됩니다. 재앙 영화 전문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1998년 작 고질라는 크기만 고질라와 닮은 고질라를 만들어서 혹평을 받았습니다. 이후 2014년에 일본 고질라와 흡사한 영화 <고질라>는 그나마 일본 고질라의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2편이 나왔으면 하지만 아직 소식이 없네요. 


괴수 뭍에 오르다  <신 고질라>

일본이 직접 나섰습니다. 쉽지는 않죠. 할리우드처럼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서 거대한 건물 해체 장면을 담기에는 자본도 기술도 딸립니다. 그럼에도 일본이 만들었습니다. 먼저 영화 줄거리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영화 줄거리는 너무나도 단순합니다. 너무 단순해서 이게 다야? 라고 할 정도입니다. 우리가 고질라 영화에 바라는 점은 인류를 돕는 이로운 괴수 고질라가 나쁜 괴수를 물리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이 <신 고질라>는 이게 없습니다. 고질라만 나오고 다른 괴수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도 고질라가 인간을 돕는 괴수가 아닌 인류를 파괴하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고질라가 바다에서 뭍에 오른 후 4단계 진화 후에 직립 보행 고질라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전부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 고질라라는 괴수를 물리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막는다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라서 당혹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단순한 내용이 크게 지루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게 생각보다 액션도 많고 성긴면이 있긴 하지만 꽤 볼만한 액션 장면도 많습니다. 우리에게는 덜하겠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도쿄의 여러 지역이 불바다가 되고 파괴 되는 장면은 큰 흥미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일본의 관료주의 문화를 비판한 <신 고질라>

고질라라는 괴수가 등장하자 일본 정부는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합니다. 전대미문의 사건이라서 각계 전문가들을 모시지만 이렇다 할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합니다. 영화 초반에서 가장 웃겼던 장면은 비상대책회의를 여는데 별 이유없이 회의 장소를 이리저리 옮깁니다. 위험 수위에 따라서 회의 장소를 바꾸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괴수에 집중하기 보다는 형식에 너무 얽매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서 쓴 웃음이 나오네요. 

이런 관료주의 문화는 영화 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총리와 주요 각료가 헬기 사고로 사망하자 총리 대행은 미국과 UN이라는 외부 권력에 기대는 졸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권 국가가 외부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는 모습은 현재의 일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자주 국가이긴 하지만 미국의 입김을 아주 강하게 받고 있는 나라입니다. 자존심 상하지만 일본 정부가 사라지자 쉽게 미군과 UN에 도쿄를 내줍니다. 이런 모습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도 미국 의존도가 무척 높은 나라죠. 


그럼에도 내각관방부장관 야구치(하세가와 히로키 분)이 홀로 고군분투하며 4단계로 진화한 고질라를 막는 작전을 진두지휘합니다. 어떻게 보면 같은 각료이지만 총리로 대표되는 늙은 각료의 매뉴얼만 따르다 매뉴얼에 없는 전대미문의 사건 대처에 우왕좌왕하는 모습과 달리 야구치는 실리를 앞세우면서 실제 효과가 있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작전을 펼칩니다. 그럼에도 전 야구치 자체도 딱 일본 각료 스타일로 느껴집니다. 


영화 <신 고질라>는 일본의 관료 주의의 실용적이 못한 모습을 비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일본의 각료주의 또는 매뉴얼의 나라가 한 편으로는 부러웠습니다. 일본은 모든 재난에 대한 매뉴얼이 확실한 나라입니다. 고질라가 뭍에 오르자 고질라 진행 방향에 있는 시민들을 일사천리로 대피시킵니다. 한국이었으면 어땠을까요? 각자도생 매뉴얼을 챙기고 알아서 스스로 몸을 보존해야 할 겁니다. 다만, 이 고질라의 등장은 매뉴얼에 없다 보니 대응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리고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해서 골머리를 썩습니다. 하지만, 대응 자체는 제대로 대응을 합니다. 헬기와 전투기 그리고 탱크를 이용한 대응은 무척 세련된 대응입니다. 



에반게리온의 고질라 패치 같았던 <신 고질라>

영화를 보면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과 음악이 들립니다. 긴장감이 감도는 전투 장면에서 팀파니의 둥둥거리는 음악에 알았습니다. '에반 게리온'과 비슷하다. 이 <신 고질라>는 '에반게리온'을 만든 '안노 히데아키'가 총감독인 영화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거대한 고질라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은 사도를 막아내는 에반게리온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또한, 대응도 비슷합니다. 인간들의 총공격에도 꿈쩍하지 않는 고질라나 미군의 무인기를 투입해서 작전을 펼치는 모습 전체가 에반게리온의 도심 전투 장면을 느끼게 하네요. 따라서 영화 액션이나 느낌은 에반게리온과 비슷합니다. 이러다 보니 쇼킹이나 센세이션 보다는 고질라 탈을 쓴 사도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런 기시감은 이 영화에 대한 재미를 크게 떨어트립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비판한 영화 <신 고질라>

고질라가 탄생한 이유는 인간의 욕심 때문입니다. 바다에 버린 핵폐기물을 먹고 자란 고질라는 걸어다니는 원자로입니다. 고질라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방사능이 가득 퍼져서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됩니다. 이 모습도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죠. 바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대처하는 일본 정부의 모습을 전 세계가 지켜봤습니다. 점점 꽤죄죄해져가는 관방장관의 모습이나 폭발한 원전 안으로 냉각수를 강제로 주입하는 모습 등등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과 영화 <신 고질라>에서 고질라를 막아내는 모습이 참으로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질라라는 원자로가 움직인다는 것이 다를 뿐 전체적인 느낌은 사고와 영화가 비슷합니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원전 사고 같은 재앙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이지만 그런 재앙 속에서 강해지는 것이 일본이라고 말하고 싶었나 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미흡한 대처에 대한 비판과 함께 동시에 더운 여름에도 에어콘 없이 보내는 전국민이 동참한 전기 절약 작전(?)을 펼쳐서 재앙을 이겨낸 일본인들에 대한 자부심도 동시에 보여집니다. 다만, 미국 정보 기관 요원으로 나오는 패터슨(이시하라 사토미 분)이라는 캐릭터나 야구치 관방장관의 과장된 캐릭터는 억지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아쉬운 점은 야누스 같은 핵에 대한 경계심을 담아서 핵이 미래의 에너지가 아님을 보여주면 좋을텐데 영화는 그런 비판까지는 가지 않습니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보이는 영화 <신 고질라>


한국처럼 관객 숫자가 쉽게 1,000만명이 넘는 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500만 명이 본 <신 고질라>는 흥행에 성공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남자 주인공으로 유명한 '다케노우치 유타카'나 영화 <곡성>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한 '쿠니무라 준'과 일본 인기 배우들이 많이 출연합니다. 이외에도 까메오 또는 반짝 출연을 하는 유명한 일본 배우들도 꽤 많이 보입니다. 이런 걸 보면 대작은 대작입니다. 다만, 그 대작의 느낌이 일본 밖을 넘어가지는 못하네요


신 고질라의 약점은 고질라의 눈

<신 고질라>는 지루하지 않지만 재미 있는 영화도 추천하는 영화도 아닙니다. 그 이유는 CG에 있습니다. 이 스틸컷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배경과 전경이 어색합니다. 또한, 고질라 자체의 모습도 어색하죠. 그렇다고 모두 이런 장면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꽤 정교한 CG도 많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헐리우드의 CG와 비교하면 좀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심한 비난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좀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고질라 눈입니다. 이 고질라가 초기에는 망뚱어 같이 나옵니다. 뭍에서 올라온 망뚱어처럼 어류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눈을 보고 놀랬습니다. 동태 눈깔을 박아 놓았더군요. 어류니까 이해할 만 하지만 진화가 끝난 고질라 눈도 영 이상하네요. 어떻게 보면 실질적인 주인공인 고질라가 정감이 가지 않습니다. 진화체라서 지능이 높다고 하지만 눈만 보면 어류 같은 느낌입니다. 고질라에 대한 묘사 자체는 아주 좋지만 전체적으로 거북함이 많이 느껴지네요. 이러다 보니 영화에 대한 평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액션도 건물 파괴 액션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긴장감이 없습니다. 스토리도 액션도 모두 꽉차지 못한 느낌입니다. 게다가 고질라는 도시라는 링에서 다른 괴물과 싸워야 재미있지 혼자 건물 파괴하는 모습은 딱히 끌리지 않네요. 아쉼움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움직이는 후쿠시마 원전을 통해서 일본 관료 사회를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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