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2000년 무렵에 한 영상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제 12회 CG애니메이션 콘테스트 그랑프리 작품인 이 작품은 여기저기서 퍼 날라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주 짧은 이 애니의 제목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입니다.

5분 짜리 흑백 이 애니는 그녀와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를 담은 애니로 고양이의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게 애니라고 하기엔 슬라이드쇼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애니를 좋아했던 것은 사진 같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애니가 배경을 저렇게 정밀 묘사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이 애니는 마치 사진같은 배경 이미지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마치, 사진으로 촬영한 이미지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 단편 애니는 당시 팔콤이라는 인기 일본 게임회사에서 근무하던 '신카이 마코토'라는 청년이 거의 혼자서 만든 애니입니다. 게임사 애니메이터가 단편 애니를 만들어서 큰 인기를 끈 모습이 재미있지만 흥미롭게도 '신카이 마코토'는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일본 건설회사의 후계자였습니다. 금수저라는 사실도 놀랍네요. 이 단편 애니를 만든 후에 '신카이 마코토'는 자신은 게임 회사를 떠난 후 자신의 꿈을 위해 나아갑니다. 그렇게 애니계에 입문한 후 2002년에 <별의 목소리>를 만듭니다. 


<별의 목소리>를 처음 본 것은 2000년대 중반으로 기억됩니다. KBS 독립영화관에서 일본 애니 특집을 할 때 잠시 봤습니다. 뒷부분만 봐서 무슨 내용인지 몰랐지만 여고생이 로봇을 조정하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이 애니가 잊혀지지 않아서 몇 년이 지난 후에 다시 봤습니다. 그리고 <너의 이름은>이 개봉을 해서 오랜 만에 이 30분짜리 중편 애니를 다시 봤습니다. 같은 영화나 책도 10년 단위로 다시 보면 좋다고 하죠. 영화 내용은 변하지 않지만 내가 변했고 내가 배경지식이 더 많아져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나 시선이 바뀌었기 때문에 같은 영화를 다시 봐도 영화 평은 또 달라집니다.

이 <별의 목소리>도 2007년에 제 블로그에 리뷰를 쓴 적이 있지만 다시 써보겠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혼자 다 만든 '별의 목소리'

이 30분짜리 애니 <별의 목소리>는 놀랍게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 혼자서 다 만듭니다. 각본, 연출, 채색, 사운드를 모두 혼자 만들어낸 1인 창작 애니입니다. 심지어 감독판은 주인공 노보루 목소리를 마코토 감독이 녹음을 합니다. 1인 창작 애니가 없는 것은 아닌데 이걸 혼자 다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무척 놀랍네요. 그렇다고 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은 아니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제작합니다. 

별의 목소리 제작에 사용된 프로그램과 디지털 기기 :G4 Mac 400MHz/메모리1GB/HD300GB정도/타블렛·트레이스대·동영상 용지·디지탈 카메라등 소프트:AdobePhotoshop5.0/Adobe AfterEffects4.1/Lightwave3D6.5/Commotion3.1DV등

오랜만에 다시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긍정의 놀람이 아닌 너무 조악한 캐릭터 묘사에 장탄식이 나오네요. '신카이 마코토'감독 애니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배경의 신이라고 불리지만 그 말에는 캐릭터 묘사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별 특징없고 그렇다고 매력적인 캐릭터 묘사는 아니였습니다. 


조악한 캐릭터 묘사력에 깜짝 놀랐네요. 처음 봤을 때는 혼자 만든 애니라서 감안하고 봤는지 애니 표현력에 큰 불만은 없었는데 지금 보디 조악함이 확 들어옵니다.


<언어의 정원, 2013>

아마도 최강의 표현력을 가진 <언어의 정원>과 너무 비교되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고보면 '신카이 마코토'감독의 애니는 진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네요. 물론, 최근 '신카이 마코토'애니는 마코토 감독이 직접 캐릭터를 그리는 것이 아닌 유명 애니메이터를 고용해서 그리기 때문에 마코토 감독이 직접 그린 애니와 차이가 있지만 최근 그의 작품은 정점에 달하는 것 같네요.

CG티가 꽤 나지만 로봇과 우주선 묘사도 그런대로 볼만합니다.  그럼에도 배경은 꽤 잘 그렸네요 특히, 하늘 묘사력은 세계 최강입니다. 


우주에서 펼쳐지는 그리움에 대한 소박한 이야기

배경은 2046년입니다. 로봇이 우주를 개척하는 시대인 우주 시대입니다. 노보루와 나가미네는 같은 중학교 친구입니다. 둘은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할 것을 꿈꾸는 단짝 친구입니다. 그렇게 꿈을 키우던 어느 날 나가미네가 유엔군 로봇인 트레이서 파일럿으로 차출이 됩니다. 유엔군은 몇년 전에 화성을 습격한 타르시안을 응징하기 위해서 유엔군을 우주로 보냅니다.

이런 설정은 어디서 많이 본 설정입니다. 10대 소녀가 초호기를 모는 '에반게리온'과 비슷하죠. 이 <별의 목소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로봇 파일럿 슈트가 아닌 교복을 입고 조종하는 설정을 보여줍니다. 무척 오그라드는 설정이죠. 그러면서 동시에 어린 나이에 우주로 나가는 현실을 담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단짝 친구를 우주로 떠나보내면서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처음에는 자주 연락을 했습니다. 화성에서 지구까지 문자를 보내는데 하루가 걸립니다. 그러나 타르시안을 찾기 위해서 명왕성을 지나서 시리우스까지 이동을 하면서 문자 메시지 전송에 1년 그리고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별의 목소리>의 주제는 그리움입니다. 이는 '신카이 마코토'감독 대부분의 애니에서 담겨 있는 마이너 감성이자 공통점입니다. 


사람이 누군가를 가장 그리워 할 때가 언제일까요? 여자들은 모르겠지만 남자들은 군대에서 사람을 가장 그리워합니다. 이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보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서로 만나고 싶지만 물리적 거리 때문에 만날 수 없는 사이의 그리움은 사무치죠. 이 <별의 목소리>는 물리적 거리를 우주로 확장해서 두 주인공 사이의 그리움을 증폭시킵니다.

뭐 우주 시대에 2G폰으로 문자 보내는 설정이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아날로그(?) 정서와 미래 이미지를 잘 섞는 다시 말해서 일상이라는 반석 위에서 미래라는 환상을 잘 이어 붙여 놓습니다. 이게 '신카이 마코토'의 정서관이자 세계관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하나 같이 사무치는 그리움을 가진 주인공들이 많습니다. 그 그리움의 발원점이 이 애니 <별의 목소리>가 아닐까 합니다. 


사람과 풍경이 가득한 '신카이 마코토' 세상

여름의 먹구름, 시원한 소나기, 가을바람 냄새, 우산속에서 둘이 듣던 빗방울소리, 봄에 부드러운 흙내음, 한밤중에 함께 갔던 편의점, 칠판 지우개 냄새, 소나기 후에 피어나는 아스팔트 냄새

시리우스 행성에서 로봇에 탑승한 나가미네가 나즉히 읊조린 말입니다. 하나 같이 우리 주변의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들이자 행복한 기억들입니다. 대단한 파티와 선물에 감동하는 분들도 있지만 별거 아닌 것에 감동하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위 말들에 크게 공감을 합니다. 아마도 '신카이 마코토'감독이 배경의 신이 된 이유는 이런 일상에서 받은 감동 때문 아닐까요? 그러고보면 그의 애니들에는 유난히 감성 사진 같은 일상을 촬영한 순간들을 담은 장면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디카로 촬영한 동네나 자연 풍경을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한 듯한 그림으로 만듭니다. 

<너의 이름은>이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입소문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네요. 아마도 수입 일본 영화 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신카이 마코토'감독은 메이저 감독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하야오 급 거성으로 태어날 듯 하네요. 소수가 좋아했던 배우가 만인의 배우가 될 때의 박탈감은 느끼겠지만 마코토 감독의 원천을 찾고 싶은 분들에게 이 <별의 목소리>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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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uckydos.com BlogIcon 럭키도스™ 2017.01.09 14: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찾아봐야겠네요. '신카이 마코도' 감독의 발전을 볼수 있는 작품인거 같습니다.
    저번 주말(토요일)에 '너의 이름은.'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를 다보고 엔딩크레딧을 보고있는데 옆에있던 여자분이 친구에게 이런말을 하더군요. '그림 정말 이쁘다.' 저도 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더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