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골 기질이 있어서 남들이 다 좋다고 하면 괜히 싫어하는 심보가 있습니다. 그래서 개봉한지 1주일이 지나서 이제서야 삐딱선을 타고 뒤늦게 관람을 했습니다.


다양한 기교에 오히려 반감이 늘던 초반


영화 <라라랜드>는 <위플래시>를 만든 '데이먼 채즐'감독의 2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각본을 쓰다가 감독이 된 채즐은 데뷰작 <위플래시>로 아카데미 편집상, 음향상, 남우조연상을 받는 대단한 성과를 냅니다. <위플래시>는 정말 힘이 강한 영화이자 영민한 영화입니다. 이 신인 감독이 두번 째 영화 <라라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채즐 감독은 나 이런 기술도 있어요!라고 시위를 하듯 아주 흥미로운 첫 장면을 선보입니다. 꽉 막힌 도로에서 따분함을 달래기 위해 차안에 있는 사람들은 각자 취향에 맞는 노래를 듣습니다. 이때 한 여자가 노래를 부르면서 차 밖으로 나오자 영화는 60~80년대 크게 유행했던 뮤지컬의 군무 장면으로 바뀝니다. 그렇게 고가도로에서 차에 있던 사람들이 차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80년에 제작된 영화 <페임>을 연상케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 장면을 한 컷도 끊지 않고 롱테이크로 잡아냅니다. 

이 놀라운 촬영 기술은 영화 초반에 많이 보여줍니다. 자신의 실력을 뽑내기 바쁜 치기어린 모습처럼 보여져서 저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화 포스터에 사용된 장면인 이 장면에서 봄 눈 녹듯 녹아 내리네요. 선배 감독들의 기술을 그대로 보여주고 따라하는 것이 아닌 색다른 장면을 만들어 내는데 그 겹겹히 쌓인 독창성과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그것도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기술에 탐복을 했습니다.


아름답고 황홀한 영화 라라랜드

LA의 야경 불빛이 별처럼 내리고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미아(엠마 스톤 분)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은 갑자기 탭댄스를 춥니다. 야경을 배경으로 한 탭댄스 장면도 롱테이크로 촬영합니다.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인 해질녘에 분홍빛 감도는 하늘과 노란 원피스와 춤 그리고 LA의 야경 이 환상적인 조합은 이 영화를 사랑안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장면입니다. 

<라라랜드>는 인스타그램 사진 또는 강렬한 색채를 잘 사용하는 '데이비드 라샤펠' 사진처럼 강렬한 색을 곳곳에 배치해서 보여줍니다. 이런 색이 강렬한 장면들은 우리가 봤던 LA를 담은 장면 중 가장 아름답게 담습니다. 마치 아름다운 그림이 담긴 그림 동화책을 넘기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여기에 리듬감도 아주 훌륭합니다. 음악 박자에 맞게 편집하는 센스야 이미 <위플래시>에서 잘 보여줬지만 이 영화에서도 음악과 조화를 이룬 화면편집은 나도 모르게 화면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LA의 한 과학관에서 두 주인공이 환상의 나래를 펼치는 장면도 참 아름답습니다. 영화는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장면이 많습니다. 과학관의 인공 별자리를 배경으로 두 주인공이 날아올라서 은하수를 배경으로 춤을 추거나 장면은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을 흘릴 정도입니다. 아름다고 사랑스러운 영화 <라라랜드>입니다.


색다름은 없지만 누구나 고민하고 해봤을 가슴 아픈 이야기

스토리는 색다른 게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흔한 성공을 위한 가도를 달리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죠.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은 재즈 피아니스트지만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인지 변변한 일자리도 없이 백수로 지냅니다. 미아(엠마 스톤 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여기저기 배우 오디션을 보지만 매번 떨어지는 배우 지망생입니다.

이렇게 두 청춘은 성공을 위해 달리는 길에 만나서 연인이 됩니다. 세바스찬은 미아가 자신의 재능 없음을 한탄할 때 용기를 복돋아 줍니다. 미아가 싫어한다는 재즈를 좋아하게 만드는 설득의 힘도 아주 좋습니다. 미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즈 클럽을 만들겠다는 세바스찬의 미래에 응원과 용기를 줍니다.

그러나 세바스찬이 꿈을 먼저 접습니다. 전통 째즈가 아닌 힙합 재즈를 하는 팀에 합류를 하면서 우울해 합니다. 그러나 안정된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점에 위안을 삼습니다. 이런 모습을 미아가 좋아할리가 없습니다. 배우 오디션이나 보러 다니지 말고 스스로 자리를 만들어 보라고 부축이고 용기를 줘서 모노 드라마를 직접 제작 연출 각본 연기까지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좋아하는 일이 아닌 돈을 버는 일을 선택하고 이제 철이 들었다고 말하는 세바스찬이 밉습니다. 

영화 <라라랜드>는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하는 돈벌이와 좋아하는 것 사이의 갈등을 아주 매끈하게 잘 담습니다. 특히,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것 사이에 갈등을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대중도 좋아하면 좋으련만 대중이 어디 그러나요? 그렇다고 대중 입맛에 맞게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 신기하게도 대중들은 식상하다고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굶어 죽기 딱 좋고.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먹고 살수는 있지만 원치 않은 것을 해서 얻는 스트레스 속에서 삽니다. 영화 <라라랜드>는 이 갈등을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잘 담습니다. 

여기에 또 흔한 소재인 사랑 이야기가 담깁니다. 사랑 이야기는 색다른 것은 아니지만 스포가 되기에 자세히 적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이자 무척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슬픔도 맑은 슬품이라서 짜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순수해서 살짝 미소가 지어지내요. 


사라지는 것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는 <라라랜드>

대중을 위해서 달콤하고 쓴맛이 담긴 초콜릿 같은 사랑 이야기와 환상적인 군무와 빛 그리고 사운드를 제공했다면 '데이먼 채즐'감독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듯합니다.

먼저 사라져가는 것들 중 하나는 재즈입니다. 재즈가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났다면서 재즈의 재미를 살짝 소개합니다. 재즈는 죽어가는 음악입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힙합이나 팝송을 듣지 재즈를 듣지 않습니다. 이에 '세바스찬'이 키보드 연주자로 들어간 '메신저스'라는 재즈 그룹은 힙합 재즈를 선보이며 색다른 시도룰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 재즈도 변해야 산다는 리더의 주장이 무척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그럼에도 재즈는 변하지 않고 재즈로 남을 때 재즈이지 변하면 재즈가 아님을 세바스찬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갈등 속에서 감독의 재즈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 있습니다. 

사라지는 또 하나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촌스럽게 '시네마스코프'라는 자막이 화면 가득 채웁니다. 시네마스코프는 TV가 보급되자 TV보다 넒은 화면비를 제공하기 위한 와이드한 화면비율의 하나로 TV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 영화계가 도입한 와이드한 스크린 화면입니다. 영화는 그렇게 영화 <페임>를 오마쥬한 영상으로 시작을 하고 곳곳에서 뮤지컬 형식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뮤지컬 영화라고 하기엔 노래를 아주 가끔 부릅니다. 뮤지컬에 대한 오마쥬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왜 요즘은 뮤지컬 영화가 안 만들어질까? 만들어져도 왜 그 60년대의 화려한 뮤지컬 영화는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원색 원피스를 입은 무희들과 건강미 넘치는 남자들이 나오는 보기만 해도 생기가 넘치는 뮤지컬 영화들이 떠오르네요.

여기에 60년대 고전 영화들에 대한 애정인지 영화 끝장면도 화면 전환 장면 등등 옛 영화에 대한 존경 및 추억을 많이 심어 넣습니다. 


올해 본 최고의 영화 <라라랜드>

영화 <우리들>에게는 좀 아쉽지만 우리들이 차지하고 있던 내가 본 최고의 영화 자리를 <라라랜드>에게 줘야 했습니다. 안 줄 수 없습니다.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세련되고 우아하며 슬프고 시린 영화입니다.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도 슬프면서도 아름다워서 2개의 의미의 눈물이 살짝 흐르네요. 

이 감독 정말 대단한 감독이다라는 말을 연신 하면서 봤습니다. 엠마 스톤,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도 일품이었습니다. 우수에 찬 라이언 고슬링의 마지막 미소는 모든 것을 사랑스럽게 만듭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도 그 감흥을 깨고 싶지 않았습니다. 정말 여운도 오래가네요. 

그런데 라라랜드가 무슨 뜻인가 해서 페이스북에 물어보니 LA 일대를 라라랜드(LALA land)라고도 하며 환상을 라라랜드라고 하기도 하네요. 그러고 보면 영화는 하나의 거대한 환상입니다. 이 아름다운 환상, 영화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 담긴 올해의 영화입니다. 

정말 강력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아름다움과 슬픔이 같은 단어임을 알게 해준 놀라운 영화 라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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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6.12.15 0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놓치지 않고 봐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