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인간 홍상수를 좋아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이럴 때가 참 딜레마입니다. 재능은 참 좋은데 인간이 나쁜 인간일 때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재능과 인간을 따로 봐야 할까요? 같이 봐야 할까요? 홍상수 감독의 불륜이 전국에 중계 되었고 현재진행형입니다. 학교에서 쓰잘덱 없는 것 가르치지 말고 이런 상황에 대한 현명한 판단이나 가르치거나 토론을 하게 했으면 좋으련만 그런 게 없네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있는데 연기도 잘하고 외모도 뛰어나서 너무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 배우가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켜서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 그 배우가 나오는 영화 안 보겠어요? 홍상수 감독은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을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한 영화와 인생을 일치시키는 행동을 했고 이전의 홍상수 감독과 같은 시선으로 보긴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만든 영화를 무조건 배척하기도 어렵네요. 다만, 색안경 끼고 보겠죠.

실제로 최신 개봉작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을 볼때 그랬습니다. 


내가 아는 민정과 남이 아는 민정 사이의 괴리감

영수(김주혁 분)은 동네 아는 형 중행(김의성 분)으로부터 민정(이유영 분)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는 사람에게 들었는데 며칠 전 동네에서 민정이가 술을 먹고 다른 남자와 손을 잡고 있었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에 화가난 영수는 민정에게 자신과 한 유일한 약속인 5잔 이상 술을 먹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면서 욕을 섞어 가면서 불 같이 화를 냅니다. 이에 민정은 화를 내면서 잠시 연락을 끊고 살자고 통보를 하고 떠납니다.


찌질한 영수는 민정의 집을 찾아가고 민정을 수소문하면서 민정이 돌아오길 기다립니다. 영수는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자신이 아는 민정과 사람들이 말하는 민정은 다르다면서 격정을 쏟아냅니다. 연애를 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꽤 많죠. 내가 아는 애인은 A인데 남들이 말하는 내 애인은 B라고 합니다.  흔히, 들리는 소문 니가 없을 때 같은 조건문을 달고 내가 아는 애인을 말합니다. 문제는 그 차이가 꽤 크면 혼란스럽습니다.

내 앞에서는 사랑스럽고 착하고 청순가련하고 조신한 애인인데 남들이 말하는 애인은 침 좀 뱉고 남자들에게 모두 잘 해주고 잘 웃고 잘 노는 사람이라고 하면 참 난감하죠. 보통 이런 괴리가 심할 때 남들의 이야기를 빌미로 싸움을 하게 됩니다. 

어디 애인뿐이겠습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아는 것이 제대로 아는 것일까요? 한 사람은 3개로 해석이 됩니다. 내가 보는 나, 남이 아는 나, 진짜 나,  이 3개가 큰 차이가 없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진실되고 신뢰감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들이 있을 때 행동 다르고 혼자 있을 때 행동 다르면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없죠. 

영수는 남들이 말하는 민정을 민정 앞에서 따졌다가 뻥 차이자 태세를 전환해서 남들이 말하는 민정은 거짓말이라고 말하면서 내가 아는 민정만 믿고 따르기로 합니다. 그러나 민정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쌍둥이 민정? 환상을 통한 남자들의 사랑방정식을 담은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재영(권해효 분)은 한 카페에 갔다가 민정을 봅니다. 민정에게 다가가서 반가움을 표시하지만 어쩐지 이 아가씨 처음 보는 사람 취급을 합니다. 황당한 재영은 내가 널 모르겠냐며 다시 반말을 던지지만 민정은 자신의 쌍둥이 언니가 있는데 언니가 아닌 동생이라고 합니다. 

이 장면은 황당합니다. 아니 보통 쌍둥이 동생이면 비슷한 오해를 많이 받았고 민정아!라고 하면 저 쌍둥이 동생입니다라고 말하고 오해를 풉니다. 그러나 이 아가씨 오해를 풀지 않거나 아주 느리게 풀어줍니다. 더 웃긴 것은 그런 오해를 산 남자들과 술을 마시고 헤픈 웃음을 짓습니다. 딱 여우짓이죠.

영화에서는 재영이 만난 여자가 민정인지 민정의 여동생인지 확실히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냥 영화 전체가 환상과 현실이 한 공간에서 피어났다 사라집니다. 전 이 민정의 쌍둥이 여동생이라고 말하는 여자 자체를 그냥 환상이라고 생각하고 봤습니다.


이 민정의 쌍둥이 여동생이라고 말하는 여자는 영수를 만납니다. 영수도 보자마자 민정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자신은 민정이 아니라면서 거부합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시고 영수의 집으로 갑니다. 스토리 자체로만 보면 말도 안되죠. 그러나 전 이 쌍둥이 여동생을 보면서 남자들의 사랑방정식이 느껴지네요.

남자들은 첫사랑을 잊지 못합니다. 첫사랑 다음 사랑은 다 첫사랑의 변주입니다. 첫사랑에게서 느낀 감정과 외모 때문에 두번 째 사랑을 합니다. 영화 <러브레터>의 이츠키가 첫사랑과 닮은 히로코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첫사랑에 대한 미련 때문이죠. 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그런 남자들의 사랑 방식을 삐걱거리지만 흔들리지 않고 잘 담습니다. 

영수는 민정을 찾으로 여기저기 다니다가 민정과 닮은 쌍둥이 여동생을 보게 됩니다. 외모는 닮았지만 속(영혼)은 다른 사람이죠. 그러나 놀랍게도 영수는 그런 민정의 여동생이라고 스스로를 말하는(또는 아예 말도 꺼지지 않는) 여자를 사랑하게 됩니다. 이는 남자들이 여자의 외모만 추종하는 모습을 담는 것처럼 보이네요.

물론, 제 자의적인 해석이고 무리한 해석일 수 있습니다. 또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처럼 여백이 많은 아트하우스 무비들은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죠. 전 그중에서 남자들이 여자를 사랑하는 본능적(특히 시각적)인 모습을 능청스럽게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영혼과 신체는 분리할 수 없지만 분리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남자들은 어떤 것을 따를까요? 몸일까요 영혼일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남자라고 해도 다 똑같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영화 속 술자리에서 한 지인이 그렇게 말합니다. "여자들도 똑같아", 우리는 편의상 남자의 사랑은 이렇다, 여자의 사랑은 이렇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사람마다 다르다가 정답이 아닐까요? 다만 일반화 해야 세상을 이해하기 편하니까 분리를 하고 정리를 하는 것이겠죠. 그렇다고 그 사랑 방정식에 자신의 사랑을 끼어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면에서 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일반화 한 사랑 방정식과 그것도 다 개개인이 다르다는 말을 잘 섞어 놓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지루하지 않지만 이전 작품보다는 성긴 면이 많습니다. 여전히 어색한 줌인, 줌아웃은 많고 연출하기 편하고 편집하기 편하게 롱테이크가 많지만 이전 작품들과 달리 무릎을 치게 하는 매력이 없습니다. 아마도 제가 색안경을 끼고 본 것도 있겠지만 음악 자체도 다른 작품에서 들은 듯한 음악을 사용하는 느낌이고 전체적으로 그냥 연극같았습니다. 연남동을 배경으로 한 모습만 새롭지 다른 것들은 이전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는 반복과 차이가 힘인데 반복은 있는데 차이가 크지 않네요. 그럼에도 홍상수 감동 영화는 항상 평균 이상은 보여주네요. 

별점 : ★★★

40자평 : 내가 아는 그 사람은 남이 아는 그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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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2.11 2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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