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연말인가 봅니다. 인사동에 가니 여기저기서 졸업 전시회를 합니다. 인사동은 갤러리가 많은 곳이라서 연말이 되면 전국 대학교의 예술 관련 학과들이 인사동 갤러리에서 전시를 많이 하네요. 


지난 주 일요일 인사동을 지나가다가 토포하우스에 잠시 들렸습니다. 여기는 그냥 막 들리는 곳으로 갈 때마다 서프라이즈한 전시회를 많이 합니다.


이날도 깜짝 전시회를 만났네요. 중앙대학교 사진전공 학생들의 졸업 전시회 VISION 2016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전국에는 수 많은 사진학과가 있는데 그중에서 유명한 사진학과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입니다. 토포하우스는 총 3개의 갤러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3개 갤러리 전부를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학생들의 졸업전시회를 하네요. 1층부터 들어가 봤습니다. 입구에는 간이벽이 있고 그 아래에 먹을 것과 꽃다발이 가득했습니다. 

이걸 보니 제 사진 동아리 가을 전시회가 떠오르네요.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소주가 참 많이 보이네요. 맥주도 아니고 소주.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소주를 놓은 것일까요?
한편으로는 살짝 슬펐습니다. 졸업을 한다고 다 취직을 하는 것도 꿈을 이어가는 것도 아니고요.


2층은 상업 사진 전시회였습니다. 전 사진학과를 나오지 않았지만 사진학과에 입학을 하면 2~3학년 때 상업 사진, 순수 예술 사진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전 이런 구분은 앞으로 사라졌으면 합니다. 사진을 상업과 예술로 딱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또한, 상업 사진 찍던 사람이 예술 사진 찍을 수 있고 예술 사진 찍던 분이 상업 사진을 찍을 수도 있죠. 어차피 사진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고 그걸 미술가가 활용하던 사진학과 출신이 활용하던 어떤 테두리를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요. 

물론, 상업 사진과 예술 사진의 시선과 문법이 다르긴 하겠지만 그건 각자 졸업한 후에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요? 대학에서는 사진 촬영하는 스킬이나 사진에 대한 다양한 소양을 쌓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제 생각은 먹히지 않을 것입니다. 워낙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서 상업 사진, 예술 사진, 다큐 사진으로 구분을 해서 배우나 봅니다.

상업 사진 또는 광고 사진들은 꽤 정갈하게 잘 담았네요. 역시 중앙대학교라고 생각이 드네요



인스타그램의 영향을 받은 사진도 많이 보이지만 바로 광고 사진으로 사용해도 좋을 사진들이 많네요. 조형성이 좋은 사진들도 많고요. 하지만 어떤 메시지를 담은 사진은 거의 안 보이네요. 광고 사진도 메시지를 담은 광고 사진이 예술로도 인정 받기도 하잖아요. 


지하는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이 가득했습니다. 동시 다발적으로 방송되는 현대의 미스매디어에 대한 풍자 및 재현을 한 작품도 있었고 




자신 안으로 천착하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몸 밖으로 꺼내서 구체화 하는 것이 쉽지 않죠. 그 훈련의 결과물이 이런 작품들이 아닐까 합니다.


온라인에서 매일 일어나는 논쟁과 언쟁을 오프라인으로 끄집어 낸 작품도 있었고 


옥바라지 골목길의 강제퇴거 현장을 촬영한 다큐 영상도 있었습니다. 다큐 사진과 영상이 어려운 것이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목적이 있는데 그 설득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영상물을 진득하게 보는 사람도 많지 않고요. 그래서 사진 매체가 아직도 많이 인기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세상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을 퍼 올리는 작업을 하는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2D 사진을 3D로 재포장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가족 사진을 픽셀화 해서 전시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있었고요



작품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살해된 꿈에 대한 추모. 그런데 그 꿈이 사진작가, 사진가 같은 직업일까요? 꿈은 어떠어떠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직업이 꿈인 사람이 대부분이죠. 그렇게 배워왔고요


장소가 무척 협소했습니다. 많은 작품을 좁은공간에 배치하다 보니 숨이 찰 정도로 복닥거립니다. 일요일이라서 졸업하는 친구들의 축하도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다리에 대한 컴플렉스를 작품으로 형상화 한 작품이 가장 인상 깊네요. 사회적 시선이나 욕망을 구체화하고 드러내기만 해도 좋은 작품이 될 확률이 높죠. 예술은 대담하고 까발려야 뜨끔하면서 칭찬을 많이 받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작가와 내가 사회라는 울타리를 통해서 마음의 접점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3층은 예술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작품이 선보였습니다. 



숲과 나무 들풀을 스크린 삼아서 사진을 재현한 작품은 아이디어가 참 좋네요. 



이 작품도 깔끔해서 좋네요. 테이블 위에 있는 작은 병 안에는 지우개 똥이 들어 있습니다.



나만의 공간을 담은 사진도 괜찮고요



뒷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죠. 그 낯선 내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 작품이 가장 인상 깊네요. 어렸을 때 자주 이사를 다녀서 동네에 대한 추억이 많지 않고 가물가물한 모습을 인공위성 사진을 왜곡 시켜서 그 흐릿함을 형상화 했습니다. 

같은 주제를 한 사진도 있지만 대부분 소재와 주제가 달랐습니다. 아마도 분배가 있지 않았나 예상해 봅니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는다고 하죠.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예술가들은 책을 통해서 영감을 얻습니다. 그런데 예술가들이 읽은 책들 대부분은 문학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책입니다. 저는 그런 책 보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같은 다른 예술가들과의 접점이 약한 분야를 읽어 보는 것이 시야를 확장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들은 인문학 서적만 읽다 보니 정보의 편식이 너무 심해요. 그래서 일부러라도 과학 소설, 자연 과학과 사회 과학 책 많이 읽어 봤으면 합니다. 물론, 재미없죠. 그런데 읽다 보면 예술이나 과학이나 다 같은 플랫폼이라고 느낄꺼에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과학자이자 예술가였잖아요.

그런면에서 우리네 사진들은 너무 철학적이고 사유적인 사진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사진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또 또 잔소리네요. 아무튼 전시회 잘 받고 졸업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길 바랍니다. 사진의 길 쉽지 않죠. 그러나 보람도 많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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