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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2016년 11월 12일 100만 촛불 시위 현장 스케치

by 썬도그 2016.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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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경주 지진, 기상관측 아래 최악의 폭염 그리고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까지 정말 별일이 다 일어난 한 해였습니다. 이중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는 역사로만 배웠던 내용입니다. 민비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조선 말기 충주에서 진령군이라는 무당을 만나서 진령군이 국정을 휘젓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21세기 그것도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국가입니다. 우리가 투표로 뽑은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뒤에서 막후 정치를 하다뇨.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민주주의는 견제 시스템이 튼튼합니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헬레레 하면 입법부와 사법부가 견제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 내에서도 수 많은 참모들이 대통령의 폭정에 직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완벽하게 무너졌습니다. 다수당이던 시절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딸랑이 또는 거수기가 되었고 사법부도 정부에게 유리한 판단을 많이 했습니다. 여기에 검찰과 언론이라는 집 지키는 맹견을 이끌고 국민들을 물었습니다.

여기에 대통령이 스스로 옷도 선택하지 못할 만큼 비선실세인 최순실에 의존했다니 황망함을 넘어 황당합니다.
자세한 정치 이야기는 줄이겠습니다. 할수록 머리만 아프네요


2016년 11월 12일 100만 촛불이 모이던 종로에 행사 참석을 하고 종로로 향했습니다. 삼청동 인근인데 평소에 볼수 없는 전경차들이 빼곡하게 배치되었습니다.


삼청동 입구인데 여기도 야광복과 보호대를 찬 경찰이 가득했습니다. 



정독도서관 앞 삼청동 입구는 아예 통행을 막고 주거민만 들여다 보네네요. 어쩔 수 없는 풍경이죠. 경찰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갑자기 이 풍경이 서글펐습니다. 노란 은행잎이 가득한 이 아름다눈 계절에 경찰들이 완전무장을 하고 거리에서 사람을 통제합니다. 한 사람만 바뀌면 다 바뀌는데 그 한 사람이 안 바뀌네요. 그 한 사람을 바꾸기 위해서 100만이 모여도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국민 무서워할 위인이었다면 진작에 생각을 바꿨죠


외국인들도 방패로 막은 길을 돌아서 가네요. 



2008년 광우병 사태때와 달라진 것 중 하나가 경찰들의 시위 진압 장비가 더 좋아졌습니다. 치안력은 증가하지 않고 이런 진압력만 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우울해졌습니다. 



남녀 고등학생이 '박근혜 퇴진'이라는 푯말을 들고 삼청동 방향으로 향하려고 하자 경찰이 잡습니다.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삼청동 방향은 관광객만 진입이 허용되더군요.  어린 고등학생까지 시위를 하게 하는 이 나라가 참으로 부끄럽고 어른으로서 저 두 학생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네요.


풍문여고 앞은 차벽으로 막았습니다. 경찰들이 버스 바퀴에 뭔가를 잔뜩 뿌리네요


가까이 가서 보니 우레폼이네요.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시위대들이 바퀴에 밧줄을 묶어서 경찰버스를 끌어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걸 방지 하기 위함입니다.


젓가락보다 긴 경찰버스의 행렬이 가득했습니다. 풍문여고 앞에서 시작한 경찰버스의 행렬은 경복궁 옆 내자동 사거리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 차량 통제를 하고 축제를 해도 모자를 판에 이렇게 시위 때문에 차량 통제를 하는 슬픈 풍경이네요. 


일본 대사관 앞에서 또 숙연해지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녀상 이전 문제도 기성세대가 아닌 20대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정말 어른으로서 창피합니다. 아니 나라를 왜 이 개판으로 만들었나요. 선거 한 번 잘못해서 이 모양 이꼴이 되었네요.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이때가 오후 5시였는데 이미 많은 시민들로 가득했습니다. 



국가 전복 세력이라고 비난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분들도 다 나라가 걱정이 되어서 나온 시민들입니다. 제발 나와 생각이 다르면 빨갱이라는 이분법적 논리 좀 지웠으면 합니다.


몇 주 전 대검찰청 앞에서 개똥을 뿌린 둥글님이 둥글교를 창조하시고 자신을 따르라고 퍼포먼스를 합니다. 




확실하게 해외 언론인지 모르겠지만 통역을 통해서 질문을 하는 것을 보면 외국 언론 같습니다. 한 외국 언론이 길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몰랐지만 TV에서 보니 아이들을 위해서 나왔다는 부모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부끄러운 부모가 되지 말자! 이게 30,40대들이 광장으로 나오게 한 가장 큰 힘입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근처는 인파로 꽉찼습니다. 공연 무대가 세종대왕 동상 앞쪽이라서 뒤쪽은 공연이 잘 안 보였지만 이렇게 이동 방송 차량의 영상을 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어제 광장에서는 교복 입은 청소년, 노동자, 30,40대, 농민 등등 다양한 계층이 모였습니다. 노년층은 예상대로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가두 행진을 할 때 박수를 쳐주는 할아버지들을 많이 봤습니다. 물론, 쌍욕을 하고 지나가는 노인도 있었습니다. 

에피소드 하나를 말하자면 종로 뒷골목을 지나가는데 3명의 노인분이 지나가면서 싸우고 계시더군요. 한 분이 시위대를 못마땅한 듯 말하자 옆에 있는 노인분이 그래도 사실은 인정해야지 사실도 인정 한 하면 돼? 그런다고 사실이 바뀌냐! 노인분들도 지금 서로 의견이 갈릴 정도로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의견이 비슷합니다.


세종문화화괸 옆 TBS 교통방송 차량이 반가웠습니다. 저는 하루 종일 라디오를 켜고 삽니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MBC라디오와 SBS라디오를 습관적으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가을 개편에 TBS로 고정했습니다. 95.1MHz의 교통방송,

이 교통방송을 듣기 시작한 것은 이글 쓰면서 듣고 있는 9595쇼 때문입니다. 배칠수와 전영미가 진행하는 9595쇼에는 MB와 GH가 나와서(성대모사) 국밥을 먹는 백반토론을 진행합니다.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고정팬이되었습니다.

여기에 아침에는 딴지총수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있고요. 이 2개의 방송 때문에 듣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는 방송도 많고 정권 비판의 목소리를 가득 담은 방송이 많아서 하루 종일 듣습니다. 일명 좌파 라디오 방송이라는 TBS. 듣다 보면 가슴이 뻥뻥 뚫립니다. 기존 언론들이 금기시하는 정부 비판을 신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날 시위 행렬은 곳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인 행렬은 세종문화회관 뒷편 민중연합당이 주축이 된 행렬이었습니다. 


선두 차량이 선무 방송을 하면 뒤에서 시민들이 대답하는 형태로 경복궁역까지 이어졌습니다. 



경복궁역 앞입니다. 여기까지 시위대가 왕래한 적은 처음이네요. 보통 교보문고 앞에서 막거나 최대한이라고 해도 광화문 광장만 개방하거든요. 



잠시 후 천주교, 불교, 개신교 등의 종교인들이 맨 앞줄에 서서 시위를 했습니다. 이런 사태는 최태민이라는 사이비 교주의 딸이 주축이 된 분란이라서 기성 종교들이 다 함께 들고 일어섰습니다. 




어제 새벽까지  TV에 나온 내자동 사거리입니다. 여기는 ㄷ자로 되어 있어서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사람 많은 거 딱 질색이라서 사진만 찍고 바로 나왔습니다. 


주권자의 7대요구 핏켓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데 1등 공권력은 검찰이고 2등은 경찰입니다. 솔직히 대한민국 경찰이 정치 중립적일까요? 제대로 자기 일을 하지 않아요. 그나마 이날은 경찰이 이전과 달리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았고 물대포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위압적인 행동을 많이 하지 않아서 큰 불상사 없이 끝났습니다. 


내자동 사거리에 사람이 너무 몰려서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경복궁 광화문 앞에 차벽이 쳐지고 그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네요. 따로 글을 쓰겠지만 2008년 광우병 사태와 2016 박근혜 게이트 시위와는 닮은 점도 다른 점도 참 많네요. 


시민들의 재기발랄한 패러디가 가득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웃겼던 것이 '아빠표 순실치킨'입니다. 맛은 나라 말아먹은 맛입니다. 



세종대왕 동상 뒤쪽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엄청난 인파입니다. 2008년 광우병 최대 인파 때는 이 공간이 개방되지 않고 광화문 사거리에서 숭례문까지 시민들로 꽉찼습니다. 이번에는 광화문 광장 전체를 사람들이 꽉 채웠습니다. 이때부터 이거 1987년 이후 최고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술대학교 학생들이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미국 대사관 뒷쪽 길을 가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또 다른 시위 행렬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그 모습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많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던 20대들이 가장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얼마나 애통하고 한이 많았으면 20대들이 거리로 나왔을까요?


종로 1가 쪽으로 가봤습니다. 가다가 한 무리의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어느 대학 동아리나 학과 같은데 같이 모여서 움직이네요. 80년대  운동권 학생들과 다른 점은 과격함과 비장함 보다는 축제와 시위의 중간 형태입니다. 

종로 1가에 도착하니 긴 줄이 보였습니다. 뭔 줄인가 앞에 가보니 촛불을 파네요. 촛불 가격이 싸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종각 사거리에서는 한 랩퍼가 시위를 독려하고 있었습니다. 랩이 대세라고 하는데 이제 시위 독려 노래도 랩으로 하네요.. 


한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백남기 농민 추모의 벽에 붙은 포스트잇을 촛불을 비추어가면서 읽고 있습니다. 


종각에서 롯데백화점 소공동으로 향하는 길에서 엄청난 청년들의 행렬을 또 만났습니다. 이때 느꼈습니다. 이건 2008년 광우병 최대 인파를 넘어섰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니 주최측 추산 100만이라고 말했습니다. 


롯데백화점 앞을 가득 채운 인파는 이 날의 민심을 반영했습니다. 특히, 젊은 분들의 분노가 가득했습니다. 이들 중에는  2012년 12월 대선 때 고등학생이었던 학생도 많을 겁니다. 선거권이 없던 사람들의 분노는 다음 선거에 그대로 담길 것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2008년 광우병 사태때보다 축제 분위기였고 구호의 세기도 높지 않았습니다. 이는 전문 시위꾼이 아닌 정말 열불이 나서 나온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라는 것을 제대로 느꼈습니다.

시위를 처음 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슬퍼졌습니다. 이런 나라에 사는 우리구나. 이렇게 선량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인데 왜 우리는 이런 나라를 만들었을까? 힘없고 빽 없는 개돼지라고 놀림 받는 우리들, 권력자들이 썩었기 때문이겠죠.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권력을 가지게 되면 권력의 노예가 됩니다. 

100만이 넘는 인파가 모이다 보니 쓰레기도 많고 실제로 쓰레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몇몇 분들은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서 치우기 편하게 만들어주네요.


서울시청 광장입니다. 여기도 문화제를 위해서 하나 둘 씩 사람들이 자리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가 7시 15분이었습니다. 

촛불 양초를 무료로 나눠주는 분도 있었습니다. 


세상의 변화는 쉽게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민심을 세상에 보여주면 위정자들과 정치인들은 움찔합니다. 한 사람만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하는 대통령제. 그 대통령이 이 민심을 외면하지 않고 제대로 봐주었으면 합니다. 이게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자 현주소입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나이질 것이라는 희망을 짋받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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