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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혼의 성장을 도운 친구들이 생각나게 하는 영화 마이크롭 앤 가솔린

by 썬도그 2016.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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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공드리 영화들은 아기자기한 재미와 유머가 있어요. 지금도 생각만해도 웃기는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를 가진 감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살짝 이 영화를 소개하면 비디오 가게 점원이 전기 감전 사고를 당하고 몸이 자석이 됩니다. 자석 인간이 된 점원이 비디오 가게에 들어오자 비디오 가게에 있던 VHS 비디오들이 강한 자력 때문에 영화가 모두 지워집니다. 

화들짝 놀란 점원 2명은 손님들이 영화를 빌리러 오면 내일 오라고 한 후 그 대여할 영화를 직접 찍습니다. 예를 들어 로보캅 빌리러 오면 내일 오라고 하고 하루 종일 로보캅을 빌리러 옵니다. ㅋㅋㅋ 글 쓰면서도 웃기네요. 그렇게 영화를 직접 만들어서 손님에게 판매하는데 놀랍게도 손님들이 즉석 영화를 좋아하고 대박이 납니다.

뭐 국내에서는 새벽 시간에 교차 상영하고 말았지만 정말 대박 재미있던 영화였어요. '잭 블랙'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빛을 발했습니다. 대체적으로 '미셀 공드리' 감독 영화는 유쾌합니다. 그것도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유머가 가득한 영화를 잘 만듭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매니아들만 좋아하는 지 국내에서 크게 개봉한 영화는 많지 않네요. 

최근에 개봉한 '마이크롭 앤 가솔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 보려고 했다가 제목이 좀 묘하고 평도 그닥 좋지 않아서 안 봤습니다. 그러다 어제 무료로 볼 기회가 있어서 봤는데 평론가의 평처럼 아주 뛰어난 영화 꼭 봐야 할 영화는 아니지만 참 소소하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성장 영화네요. 


작아서 마이크롭, 기름 냄새 난다고 가솔린이라고 불리는 두 청춘이 만나다

9학년 한국으로 치면 중3 정도 되나요? 다니엘은 금발머리 치렁치렁한 미소년입니다. 예쁘장하게 생겨서 여자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다니엘은 이런 자신이 싫습니다. 계집애 같은 모습이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게다가 키도 작지 않은데 작다는 의미의 '마이크롭'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다니엘은 펑크족인 형과 신경쇠약에 걸린 엄마(오투리 토투 분)와 화 잘내는 아빠와 동생과 함께 삽니다. 하루 하루가 지루하고 불만만 가득합니다. 다이엘이 잘하는 것은 그림 그리기입니다. 그런데 그 재능을 제대로 뽑내지도 못하고 몰래 짝사랑하는 같은반 여자 친구를 몰래 그리다 들키곤 합니다. 집에 오면 그 재능을 춘화를 그리는데 씁니다. 

이 다니엘 옆에 가솔린이라는 별명을 가진 테오가 찾아옵니다. 테오는 몸에서 가솔린 냄새가 난다고 '가솔린'이라는 별명이 생긴 새로 전학 온 학생입니다. 직접 개조해서 다양한 음향 효과 소리를 내는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테오는 손재주가 무척 좋아서 고물상에서 이것 저것 주워다가 뭘 잘 만듭니다.


게다가 테오는 실행력도 뛰어나고 박력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외톨이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잖아요. 다니엘은 이런 테오가 너무 멋있습니다. 그렇게 다니엘은 테오와 붙어 다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다니엘 집에 놀러갔던 테오는 다니엘의 미술 소질을 발견하고 미술전을 해보라고 부축입니다. 그렇게 다니엘은 개인미술전을 하지만 찾아온 사람은 테오 혼자입니다. 가족도 학교 친구도 모두 찾아오지 않습니다. 실망이 가득한 다니엘을 테오가 미소 짓게 만듭니다. 

테오는 고물상에서 작은 엔진을 하나 주워옵니다. 이 엔진을 고쳐서 자작 자동차를 만듭니다. 테오는 이 자동차를 타고 자신이 어렸을 때 갔던 캠프에 다시 찾아가려고 합니다. 이 계획에 다니엘도 동참합니다. 그러나 자작 자동차가 조향장치도 형편없고 도로에 주행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자동차 등록을 하지 못합니다. 이에 포기하려고 했던 테오에게 다니엘은 근사한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집 모양의 자동차죠. 도로를 달리다가 경찰차가 오면 갓길에 세우고 바퀴를 가려서 집처럼 보이게 합니다. 이 집카(?)에 박장대소를 했네요. 물론, 이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귀여운 상상을 영화로 잘 만드는 감독답게 이런 것을 쉽게 인정하고 이해함을 넘어서 흐뭇하게 만듭니다. 

영화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여름 방학때 테오와 다니엘이 여행을 떠나면서 로드 무비 형태로 변합니다. 두 10대 청춘의 성장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다니엘의 성장영화입니다. 다니엘의 고민은 남자답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숫기도 없고 사랑하는 여자얘에게 고백도 못합니다. 또한, 귀도 얇아서 줏대도 없습니다. 테오가 넌 줏대가 있다고 말하자 그래 맞아! 난 줏대가 있어? 라고 했다가 거봐! 니 말 들으니까 영향을 바로 받잖아라고 시무룩해집니다. 

다니엘은 테오와의 여행은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기는데 그 에피소드가 아주 소소합니다. 박장대소하는 에피소드도 없고 좀 부자연스러운 에피소드도 있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두 주인공의 자연스럽고 맑은 연기에 지루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다만, 좀 세련되지 못하다는 느낌은 있네요. 

위 사진은 다니엘이 바리깡으로 한 줄만 밀어버린 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 코믹 요소가 많아서 그런지 미소가 얇게 계속 깔립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돌아온 다니엘은 테오와 헤어지게 됩니다. 


나의 성장을 도와준 친구들을 떠올리게 하는 '마이크롭 앤 가솔린'

영화의 에피소드나 대사가 주는 재미도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계속 미소를 지었던 이유는 테오 같은 친구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인간은 3세 전에 인성이 결정된다고 하죠. 그리고 사춘기 시절에 성격이 고착화 됩니다. 따라서 사춘기 시절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러나 부모님들은 이 사춘기 시절을 너무 간과해요. 

아이들의 1시간은 어른의 2~3시간입니다. 따라서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모님들이 나를 따르라라고 하죠. 그게 오히려 아이들을 더 삐뚤어지게 합니다. 다니엘도 그렇습니다. 숫기 없고 엄마의 말만 따르는 순진한 그러나 자기 주관이 없는 흔한 중학생입니다. 그런 자신이 다니엘 스스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솔린 향 풍기면서 다가온 테오가 다니엘을 개혁시킵니다. 가솔린 엔진도 함께 고치고 개척과 실행 정신이 강한 테오에게 점점 물들어 갑니다. 마치 스펀지가 잉크를 흡수하듯 테오를 흡수해가면서 다니엘은 수컷의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나를 성장 시켜주었던 친구들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잡지를 학교에 가져와서 나를 영화의 세계로 인도한 친구. 항상 함께 했던 친구, 만화방을 알게 해준 친구. 그런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사춘기 시절,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함께 했던 그 시절이 떠오르네요. 물론,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이 영화는 매끄럽게 잘 담고 있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멋진 대사로 끝이납니다. 마지막 대사에 또 한 번 빵 터졌네요. 뭐 다른 분들이 쓴 리뷰를 보니 너무 이상한 결말, 뭔가 매듭짓지 못한 느낌이라고 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청춘에 매듭이 어디있어요. 다만 터닝 포인트가 있을 뿐이죠. 그 터닝 포인트를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적당히 잘 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심심할 수 있는 청춘 영화지만 수채화처럼 맑고 밝은 성장 드라마입니다. 자녀와 함께 봐도 좋은 영화입니다.  고속 성장기를 함께 했던 친구들이 갑자기 많이 생각나네요. 

별점 : ★★★☆
40자평 : 나와 함께 고속 성장했던 청소년 시절 친구들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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