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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박물관 기획전에서 본 영화잡지의 과거와 현재

by 썬도그 2016.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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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을 자주 가지만 점점 그 발길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볼만한 영화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8할은 기획영화라서 영화감독 특유의 시선이 없습니다. 영화는 영화감독 놀음이라고 하는데 요즘 한국 영화는 영화감독은 그냥 관리자 수준이고 모든 것을 자본주인 제작자가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합니다. 이러니 msg나 설탕 시럽 잔뜩 뿌린 학교 앞 불량식품 같은 영양가는 낮고 맛만 달콤한 그러 그런 영화들만 나오죠.

이런 영화가 나올수록 영화관에 가는 발길을 더 줄일 듯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직 못 본 좋은 영화들이 많으니까요. 



녹성에서 씨네21까지 한국 영화 잡지의 역사

영화광이라면 영화 잡지를 구독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도 88년 처음으로 <로드쑈>를 매달 사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씨네21도 안 봅니다. 영화 잡지를 안 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영화를 별 지식이 없이 봐야 더 또렷하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봤지?라고 궁금할 때 씨네21을 보면 아주 자세한 분석을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잘 안 읽게 되네요. 

현재 상암동 영상자료원 1층 영화박물관에서는 <잡지로 보는 한국 영화의 풍경, 녹성에서 씨네21까지>라는 영화 잡지 기획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영화박물관은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은 상설전시관, 오른쪽은 기획전시관입니다. 기획전시관은 여러가지 기획전시를 수시로 하는 유동적인 공간이고 상설전시관은 고정된 전시관입니다. 이 상설전시관은 공간이 크지 않지만 다채로운 기획 전시가 계속 소개됩니다. 


이번 기획전시는 <영화잡지>입니다. 한국 최초의 영화잡지는 1919년 일제시대에 창간한 녹성이라는 월간지입니다. 



일제시대에는 영화와 영화잡지가 꾸준하게 만들어졌네요. 한국이 서양의 신문물을 일본을 통해서 받아 들인 것들이 많죠. 그래서 모던 보이, 모던 걸이 나왔고요. 

한국전쟁 후에도 꾸준하게 영화 잡지들은 나왔습니다. 



1957년에 나온 신영화라는 잡지가 있었네요. 헐리우드 여배우가 표지인 듯한데 누구인지 모르겠네요. 흥미로운 것은 여배우가 쓴 수필과 팬이 쓴 팬레터가 소개되었습니다. 




하늘의 별과 같이 많은 영화 잡지들이 있었네요.



50~70년대에 나온 영화 잡지들은 인쇄 기술 때문이겠지만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손으로 그린 영화관 대형 입간판 포스터처럼 손으로 그린 그림 같은 표지가 있네요. 더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이 외국 여배우 표지 모델이 많네요. 


80~90년대입니다. 여긴 자알~~~ 압니다. 스크린, 로드쇼, 씨네21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는 키노 등이 등장했습니다. 




1963년에는 영화잡지가 창간을 했네요. 가격은 50원입니다. 



1964년에 창간한 스크린은 할 이야기가 좀 있습니다. 


제 영화 아지트인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가 직접 제작한 영화나 수입 영화 홍보를 위해서 만든 영화잡지입니다. 이 세기상사는 충무로 터줏대감입니다. 충무로 영화관의 거성이었지만 지금은 CGV와 롯데시네마에 밀려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합니다. 

대한극장은 11개관의 멀티플렉스관이지만 시설이 노후되었다는 점과 시내라고 하기엔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영화관보다 저렴한 상영료와 각종 이벤트와 옥상정원과 오렌지 라운지 같은 편의 시설이 꽤 잘 되어 있습니다. 다만, 관리가 잘 안되고 변화에 대한 대응이 너무 느린 점이 아쉽습니다. 아쉽게도 작년에 10억원의 적자를 봤습니다. 이러다 보니 수시로 CGV나 롯데나 중국 자본에 팔린다는 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대한극장이 무너지면 전 영화보러 갈 곳이 없습니다. CGV도 싫고 롯데도 싫고요. 비싼 차비와 시간 내서 가는 곳입니다. 대한극장을 사랑하는 이유는 정말 다채로운 영화들을 상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영화관 사라지면 안됩니다. 아무튼 대한극장은 1968년 생긴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영화관이었습니다. 

지금은 상상을 못하겠지만 <로보캅>이나 <빽투더퓨처>보려고 새벽 6시부터 줄을 섰다는 영웅담이 흔했습니다. 지금은 슬리퍼 끌고서 근처 영화관에서 쉽게 보지만요. 당시는 개봉관이 종로의 몇 개의 개봉관에서만 단관 개봉을 했습니다. 그래서 보려면 새벽부터 줄을 서야했어요 암표도 엄청났죠. 



이 스크린은 1984년에 또 나옵니다. 세기상사의 스크린과 연관은 없고 이름만 같은 잡지 같네요. 제가 영화에 빠지기 시작한 게 고1때 친구 때문입니다. 친구 녀석이 영화광인데 매달 스크린을 사서 쉬는 시간에도 수업 시간에도 보더라고요. 

그렇게 짝꿍이 보던 스크린을 빌려서 보다가 선남선녀들을 보고 홀딱 빠졌습니다. 특히, 대형 브로마이드나 해외 스타들의 풀컬러 화보는 동공지진이 일어날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친구 때문에 영화관을 자주 가게 되었고 친구는 스크린을 전 로드쇼라는 경쟁 영화잡지를 사서 서로 바꿔봤습니다. 
스크린이 등장한 후에 브로마이드 잡지가 자리잡았습니다. 해외스타들의 대형 브로마이드를 얻기 위해서 사는 분들도 많았죠.  또한, 유일한 영화 잡지라서 인기도 대우도 좋았습니다. 


스크린의 인기가 높자 로드쇼가 등장합니다. 로드쇼는 매달 제가 사서 보던 잡지입니다. 로드쇼가 스크린과의 차별성은 홍콩스타였습니다. 스크린이 헐리우드 스타들의 브로마이드를 제공했다면 로드쇼는 당시 유명했던 사대천왕인 알란탐, 장국영, 유덕화, 장학우 등등의 화보를 실었습니다.

사대천왕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고정화된 사대천왕이라기 보다는 조금씩 달랐습니다. 아무튼 홍콩 스타들의 인기를 이용해서 로드쇼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주윤발 주연의 <몽중인> 포스터와 <가위손> 포스터를 방문에 붙여 놓았던 그때를요.  지금은 사라진 문화지만 당시는 영화관에 가면 영화 포스터와 팜플렛을 돈 받고 팔았습니다. 지금이야 팔지도 않고 판다고 해도 살 사람이 없지만 당시는 영화 포스터 팜플렛 모으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로드쇼 다 버린 게 후회되네요. 다 기록이자 추억인데요. 


1990년대 중반에는 현재까지 살아 남은 씨네21이 나옵니다. 1995년이니까 약 20년 전이네요. 한겨레 신문사에서 만드는 씨네 21은 월간지가 아닌 주간지였습니다. 월간지에서 주간지의 변화는 큰 변화였습니다. 영화는 매주 새롭게 개봉하는 영화가 많은데 영화 월간지는 이걸 1달에 한 번만 소개하니 그 기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또한, 멀리플렉스관이 서서히 세상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한 영화를 6개월 이상 장기 개봉하는 시대가 아닌 미국처럼 전국 개봉관에서 동시 개봉하고 1달 후에 싹 빼는 전략의 시작이 9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이 전략에 부합되는 영화 잡지가 주간지입니다. 여기에 씨네21은 대단한 필력을 가진 영화평론가 영화기자들이 포진해서 씨네필들에게 큰 자양분이 됩니다. 

그러나 전 씨네21 잘 읽지 않습니다. 글들이 너무 현학적이에요. 영화 평론가를 지향한다면 꽤 좋은 잡지지만 너무나도 깊고 난해한 글들도 많아서  영화를 그냥 소비재로 소비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어제도 도서관에서 씨네21일  읽다가 덮어버렸네요. 분명히 씨네21 글들은 좋긴 한데 영화를 그렇게 진중하게 소비하는 문화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좀 더 가벼운 영화 잡지들이 나오고 있네요. 

2000년대는 필름2.0, DVD2.0, 프리미어 등이 나왔지만 대부분이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이유는 영화가 문화라기 보다는 오락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대부분의 대중들이 영화를 문화라기 보다는 흥미나 오락거리로 느끼는 것도 클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 제작도 하향 평준화 된 기획 영화들만 나오죠. 

여기에 2차 시장인 비디오, DVD시장이 사라져서 저예산 영화들이 작게 개봉한 후 2차 시장에서 적자를 메꿨는데 이제는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으로 흡수 되어 버려서 적자를 메꾸기 어려운 구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저예산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필름이 아닌 디지털 시대가 되어서 제작비가 좀 더 줄어든 것은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더 안타까운 것은 해외영화상을 받은 작품도 일본이나 중국에서 흥행 대박을 터트린 영화도 수입이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대형 배급사인 CGV나 롯데 등이 틀어주는 영화만 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배급사가 영화를 선택하고 우리는 그걸 꾸역꾸역 먹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카이에 듀 시네마(Cahiers du Cinema) 잡지를 실물로 처음 보네요. 정은임의 영화음악이라는 FM 영화음악 프로그램에서 항상 '카이에 듀 시네마' 선정 어쩌고 했었거든요. 앙드레 바쟁이 만든 프랑스 영화잡지인데 시네필의 성서와 같은 잡지였습니다. 




한국 영화 잡지의 흐름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습니다.  80년대 후반은 홍콩 스타들의 인기가 폭발적이었습니다. 한국에 방한하면 구름 같은 팬들을 몰고 다녔습니다. 


이거 때문이었어요. 이런 대형 브로마이드를 스크린과 로드쇼가 줬어요. 브룩쉴즈, 리차드 기어, 피비 케이츠, 나스타샤 킨스키, 다이안 레인, 톰 크루즈, 톰 크루즈는 여전히 탑 스타에요. 


일본의 아이와와 소니의 워크맨이 빅히트를 치던 80년대 한국의 삼성전자는 마이마이를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기술적 격차가 커서 평생 일본을 따라잡기 어렵겠다고 했는데 웬열! 따라 잡아버렸네요. 



씨네21은 대충 보지만 꼼꼼하게 보는 유일한 코너가 정훈이 만화에요. 정말 대단한 영화 만화입니다. 


개봉영화 20자평은 하나의 폭력이죠. 어떻게 영화 감상을 20자 안에 넣을 수 있어요. 하지만 별점과 함께 가장 많이 보는 영화 리뷰입니다. 긴 썰 보다는 간편한 평을 더 소구하는 모습인데 이런 모습을 보면 '스낵 컬쳐'의 원조가 별점과 20자평이 아닐까 합니다. 



상암동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는 그렘린, 배트맨, 레이더스, E.T 구니스 같은 80년대 인기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80년대 여름 흥행작을 무료 상영하네요. 더운 여름 영화관이 하나의 피서지 역할을 합니다. 80년대 잡지와 함께 80년대 여름 흥행작들을 곁들여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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