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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부산행 만족스러우면서도 불만스러운 영화

by 썬도그 2016.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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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 안 좋아합니다. 강시처럼 양손을 들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느리게 걷는 좀비가 나오는 영화 안 좋아합니다. 너무 느리니 당췌 긴장이 되어야죠. 얼굴만 흉측해서 혐오감만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월드워Z>는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왜냐하면 좀비가 뛰어 다닙니다. 그 다가오는 속도에 기겁을 하게 되네요. 게다가 떼로 몰려오는 모습은 공포감을 더 증폭시킵니다. 

<부산행>은 좀비 영화입니다. 서양 캐릭터인 좀비가 드디어 한국 영화에도 등장을 했네요. 뭐 이전에도 한국 좀비 영화가 있긴 했지만 큰 규모의 영화에서 좀비가 등장한 영화는 처음인 듯하네요. 


정형성이라는 궤도를 이탈한 영화 부산행

보통, 재난 영화가 재난을 다루는 정형성이 있습니다. 해운대를 예를 들면 거대한 지진이 오기 전에 전조를 보여주고 그 전조를 오판한 무능한 관리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무능한 관리가 재난을 더 크게 키우죠. 그런 무능과 불능에서 불세출의 주인공이 가족을 구하고 평소에 외면 당하던 소명의식이 투철한 과학자가 재난을 종료 시킬 방법을 알아냅니다. 주인공 또는 조연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모든 재난을 막는다는 흔한 영웅스토리가 재난 영화의 전형적인 스토리입니다. 

그러나 영화 <부산행>은 이런 정형성을 따르지 않습니다. 먼저, 크게 놀랐던 부문이자 신선했던 부문은 주인공인 석우(공유 분)이 선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펀드매니저인 석우는 평소에 개미라고 하는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가볍게 생각하는 철저한 이기주의자입니다. 나만 잘 살면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이런 석우의 이미지는 좀비에 쫒기고 있는 상화(마동석)와 성경부부가 다가오고 있는데도 열차 칸막이 문을 닫아 버리는 모습에서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나하고 내 자식만 살면 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자인 석우라는 캐릭터가 아주 신선했습니다. 왜냐하면 석우의 이기적인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서 밉기 보다는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드네요. 반면, 석우의 딸인 수안(김수안 분)은 할머니를 공경하고 다른 사람의 안위를 걱정하는 어른스러운(?)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부산행>은 다른 재난 영화와 달리 재난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어깨 너머로 살짝 보여줍니다. 게다가 무능한 정부 관리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또한, 결말에서 어떻게 해결한다는 뻔한 마무리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뻔한 절차를 다 삭제해버려서 신선했습니다. 그럼 이 영화가 무엇을 주로 담았냐? 그건 바로 싱겁지만 강렬한 좀비!입니다. 


설국열차를 연상케 하는 바이러스 열차 <부산행>

펀드매니저 석우는 회사 생활에 찌들어서 딸의 생일날 이미 사준 게임기를 또 사주는 못난 아빠입니다. 여기에 이기심도 아주 강합니다. 이런 이기적인 남편을 보다 못한 아내와는 별거 중입니다. 딸인 수안은 생일 선물 대신 엄마가 있는 부산에 가겠다고 합니다. 보다 못한 석우는 딸 수안을 데리고 새벽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부산으로 향하던 KTX에 괴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좀비가 된 여자가 타고 KTX는 순식간에 불어난 좀비로 인해 아비규환이 됩니다. 영화는 그렇게 바이러스 덩어리인 좀비를 태우고 부산으로 달립니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좀 영리한 구석이 있습니다. <월드워 Z>가 좀비가 창궐하는 아마게돈 같은 세상을 와이드하게 담았다면 제작비를 줄이기 위하면서 효과는 증폭시킬 수 있게 달리는 열차라는 공간으로 좀비들을 우겨 넣었습니다. 외부의 모습을 가끔 보여주긴 하지만 <부산행>은 열차 안과 기차역 정도만 주로 비추어줍니다. 

그렇게 폐쇄된 공간인 열차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들의 행동을 보면 <설국열차>와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설국열차>는 인간의 계급사회를 소재로 여겼다면 <부산행>은 인간의 이기심을 소재로 합니다. 먼저 석우라는 이기주의자이를 배치합니다. 이 영화는 이기주의자 석우가 딸을 보호하면서 점점 이타주의자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이타주의자에서 이기주의로 변해가는 모습도 함께 보여줍니다. 

영화에는 여러 형태의 인간들이 나옵니다. 이기주의자, 이타주의자도 나오지만 좀비라는 바이러스가 전파되자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고 배척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이런 풍경은 메르스와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우리가 보인 태도와도 너무나도 닮았습니다. 따라서, 악인이다 선인이다라고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캐릭터들이 공포심에 사로잡힌 우리들의 여러가지 모습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부산행>이 <설국열차>처럼 우리 인간들을 투영한 공간으로 느껴집니다. 



액션의 8할을 담당하는 좀비들과 생각보다 약한 액션

열차가 전복되는 등 대규모 액션이 많을 줄 알았습니다. 아닙니다. 예고편에서 보여준 액션이 대부분일 정도로 대규모 액션은 많지 않습니다. 이는 무척 실망스럽습니다. 그러나 이 불만을 뛰어난 좀비 액션이 무마시킵니다. 많은 분들이 좀비가 나와서 잔혹한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을 합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과격한 액션이나 참혹스러운 장면은 없습니다. 

<부산행>액션은 기차가 아닌 좀비가 담당합니다. 그런면에서 좀비 연기를 한 수 많은 엑스트라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좀비 연기들이 아주 훌륭합니다. 관절 꺽기로 나! 좀비거든요라고 확실히 각인시켜주고 시작합니다. 이 영화를 좀비와의 사투와 스릴이 대부분인데 그 스릴은 좀비들이 지근거리에서 항상 주인공 무리를 위협하는데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간들이 당하는 장면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마요미인 마동석이 연기한 상화는 좀비들을 두들켜 패는 장면들이 꽤 나옵니다. 그러나 제압하는 정도는 아니고 시종일관 도망다니는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군인들이 총으로 좀비들을 제압하거나 제거하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으나 이 영화는 그런 총격 액션은 없습니다. 

오로지 좀비들을 피해서 도망 다니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러다 보니 다양한 액션이 주는 짜릿함 보다는 좀비들을 피해 달아라는 스릴만 가득합니다. 



만족스러운 영화 <부산행>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 무리가 좀비들을 뚫고 생존자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생존자들이 보여준 태도입니다. 악전고투 끝에 안전칸에 도착했는데 생존자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은 영화 도입부에서 상화(마동석 분), 성경(정유미 분) 부부가 문 너머에 있음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은 석우(공유 분)의 모습과 비슷하죠.

또한, 우리들이 공포가 전염병처럼 흐르는 바이러스가 창괄하는 세상에서 보여줬던 우리들의 태도와 비슷합니다. 영화 <부산행>은 부산행 열차 속에서 우리가 공포라는 전염병에 전염되었을 때의 행동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주인공의 이기적인 행동을 통해서 위기 상황에서도 특권을 발휘하려는 못난 모습도 그대로 보여줍니다. 

"나만 아니면 되고 나만 살면 돼"라는 모습을 주변인이 아닌 주인공을 통해서 보여주는 모습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다 딸의 이타심에 의해서 서서히 변해갑니다. 



액션도 그런대로 만족합니다. 특히, 영화 상영 내내 스릴이 가득 차 있습니다. 전조 행동이나 서두를 확 줄이고 열차가 달리면서 공포도 함께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영화는 2시간 내내 스릴이 가득합니다. 이 스릴의 1등 공신은 속도입니다. 좀비들이 다가오는 속도와 달리는 기차라는 2개의 속도의 시너지가 아주 높습니다. 

또한, 예산 때문이겠지만 열차라는 폐쇄공간에서 문자와 전화를 통해서 이 거대한 좀비 행렬의 규모를 짐작하게 합니다. 확실히 보여줄 때 보다 언질만 했을 때가 더 무서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상상력으로 실제보다 더 크게 부풀려서 상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릴이 가득해서 그런지 영화를 보면서 먹으려고 산 음료수를 한 모금도 먹지 못하고 영화관 나와서 먹었네요. 그 정도로 2시간이 후딱 지나갑니다. 

킬링타임 용 영화로는 제격입니다. 



불만스러운 영화 <부산행>

영화를 보고 나올 때는 좋았지만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스릴을 담당했던 속도가 멈추어선 <부산행>을 보니 성긴 모습과 구멍들이 서서히 드러나네요.

먼저, 이 영화를 만든 연상호 감독 영화 치고는 사회비판적인 모습이 너무나도 약합니다. <돼지의 왕>을 통해서 한국이라는 계급사회를 비판했고 <사이비>를 통해서 종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부산행>은 인간들의 민낯을 드러내게 했지만 사회 비판 요소는 없습니다. 있다면 주인공 석우가 돈 때문에 바이러스를 키웠다는 자본이 좀비를 키웠다는 설정을 넌지시 하지만 극명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다른 감독도 아니고 연상호 감독이라면 좀 더 사회 비판적인 요소를 다룰 줄 알았는데 그게 없네요. 그런면에서 <설국열차>와 많이 비교됩니다. 설국열차 같은 명작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게다가 몇몇 캐릭터들은 이해가 잘 안가고 사족 같은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유일하게 악역으로 나오는 김의성이 연기한 기업인은 사람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우리 안의 악마성을 보여주지만 이 캐릭터를 통해서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습니다. 

캐릭터 한 명 한 명 뜯어보면 정의감이 넘치는 상화(마동석 분)과 이해심이 많은 성경(정유미 분)가 가장 눈에 띄고 다른 캐릭터들은 특별히 어떤 캐릭터라고 하기도 힘들 정도로 묘사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것이 정유미가 연기한 성경은 만삭의 몸으로 등장하는데 임부를 배치한 이유를 모르겠네요. 놀라웠던 것은 임부가 그렇게 빨리 뛸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영화에서 좀비라는 단어를 한 번도 안 나오고 마치 좀비가 자주 창궐하는 세상인건지 좀비가 발생 할 때도 사람들은 저게 뭐야? 해결책은 뭐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고 묻고 따져야 하는데 좀비를 너무 쉽게 인식하고 받아들입니다. 

미치 광견병에 걸린 개들이 다가온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시나리오도 너무 단순합니다. 좀비를 피해서 부산까지 달린다!로 요약될 정도로 시나리오가 너무 직선적입니다. 재난을 통해서 딸과의 관계를 회복한다는 설정도 좀 낯간지러운 면도 있죠. 이 모든 구멍을 좀비로 매꿉니다. 닥치고 달려!라고 하는 것처럼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좀비를 피해 달리는 속도가 모든 구멍을 매꿉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 중간 중간 이 아비규환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확실한 볼꺼리를 제공하는 킬링타임 영화 <부산행>

과감하게 관객 1천만 예상합니다. 성긴 면이 많고 아쉬운 점도 많지만 한국에서 본격 좀비 영화와 이 정도의 재미와 스릴이라면 이 무더워서 짜증이 흐르는 여름의 2시간을 시원하게 만들기 충분한 영화입니다. 

다만, 스토리나 주제와 도드라지지 않는 등의 서사가 좀 약해 보이네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볼 것입니다. 2시간을 확실히 죽여주는 킬링타임용 영화니까요. 


별점 : ★★★☆
40자평 : 증오 바이러스를 싣고 부산으로 달리는 고속의 증오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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