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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세상에서 가장 깜찍한 로드무비 '콩나물'

by 썬도그 2016.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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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데뷰작이라는 극찬에 적극 동의합니다. 올해 본 영화 중에 최고의 데뷰작입니다. 영화를 보자 마자 이 감독이 누구지? 이런 감성의 소유자가 한국에 있었나? 할 정도로 바로 스마트폰에 영화 '우리들'을 검색했습니다.

윤가은..

이 이름을 외웠습니다. 
곡성에 출연한 일본의 베테랑 배우인 '쿠니마라 준'이 말했듯 한국 영화는 에너지가 아주 강합니다. 섬세한 면 보다는 힘으로 밀어부치는 모습이 강합니다. 한 마디로 박력 있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반면, 일본은 섬세한 드라마를 참 잘 만듭니다. 

애니에서는 '초속 5cm'의 '신카이 마코토'가 있고 일본 영화의 거장이 되어가고 있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영화를 보면 일본 영화의 강점은 감수성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히로카츠 감독은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를 자주 많이 만드는데 그 영화마다 아이들을 어른의 소품이 아닌 아이 자체에 눈높이를 맞춰서 잘 찍더군요

'아무도 모른다'나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하나 같이 아이의 시선에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고 할 정도로 아이의 맑은 시선이 가득합니다. 부러울 따름입니다. 한국에는 이런 시선을 담는 감독이 찾기 어려우니까요.

몇몇 감독이 있지만 대부분이 과장된 아이의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의 고로에다 히로카츠. 윤가은 감독

드디어 찾았습니다.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이 나왔습니다. 영화 '우리들'을 보면서 많은 상념에 젖었습니다. 얼마나 세심하고 세밀하게 담았는지 제 초등학교 시절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새학년 초기의 그 설레임과 떨림, 새 친구를 만나는 짜릿함과 경계심 그리고 그 친구와 멀어질 때의 묘한 감정 등등

윤가은 감독이 궁금했고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렸더니 '김시선'님이 전작이자 20분짜리 단편영화인 '콩나물'을 소개 시켜주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깜찍하고 귀여운 로드무비 '콩나물' 

20분짜리 단편영화지만 이 영화에 빠지는데는 10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영화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할아버지 제사라서 친척들이 다 모입니다. 엄마가 친척분들하고 수다를 떨다가 콩나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4살짜리 보리(김수안 분)가 자기가 사오겠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4살 꼬마 보리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유치원도 찾아가지 못하는 보리인데 집 근처에 놀라는 엄마의 말을 뿌리치고 혼자 콩나물을 사러 갑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깜찍한 로드무비가 시작됩니다. 로드무비라는 것이 딴 게 있나요?길거리에서 만나는 사건과 인물의 나열이죠

영화는 그렇게 보리가 콩나물을 사러 가는 길을 담고 있습니다. 가는 길에 공사장을 만나고 강아지를 만나는데 강아지가 무서워서 어른이 지나가는 뒤를 졸졸 따라가는 모습에 반했습니다. 봉인된 어린 시절 기억이 봉인해제되어서 펄펄 날아다니네요. 역시, 윤가은 감독이네요. 


액션도 있습니다. 콩나물을 사러 점점 멀리 가다가 다른 동네 아이들과 실강이를 하다가 무릎이 까지고 눈물도 흘립니다. 어쩜 아이들의 연기가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보리 역을 한 김수안 양은 엄청난 연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 꼬마 아가씨 필모그래피를 보니 더 어마무시한 필모를 가지고 있네요. 이미 많은 영화에서 출연을 했고 앞으로 개봉할 '부산행'에서도 '군함도'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액션은 잠시 코메디가 되고 또 다시 감동 드라마도 됩니다. 그렇게 4살 아이가 처음 만난 세상을 향한 작지만 긴 여행은 크라이막스에 접어듭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쓰던 모자를 한 할아버지가 쓰고 가는 것을 보고 그 할아버지 집에 따라들어갑니다. 그리고 영화는 눈물 한 방울 떨구는 감동 스토리로 마무리합니다. 영화가 길다고 감동이 더 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런 훌륭한 단편 영화를 보면서 느낍니다.  앞으로 윤가은 감독 영화는 무조건 볼 생각입니다. 그 아이 눈 높이의 시선 오래도록 간직하길 바랍니다.

이 좋은 영화 저만 볼 수 있나요? 링크 걸테니 시간 나실 때 보세요. 정말 사랑스러운 단편영화입니다

영화 콩나물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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