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사진 쪽은 '사진작가'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미술작가'라는 말도 있지만 잘 쓰이지 않습니다. '미술가', '음악가'라고 많이 쓰죠. 그런데 왜 사진은 '사진가'라고 안 하고 '사진작가'라고 할까요? 저는 이게 컴플렉스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조사해보니 '사진작가'라는 말은 일본인들이 만든 단어이고 이걸 한국이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다가 고착화 된 듯합니다.

옛날 신문을 검색해보니 '사진작가'라는 단어가 처음 나온 것은 1947년이었습니다. 당시 컬럼이나 일본 자료를 찾아보니 '사진가'가 아닌 '사진작가'라고 한 이유는 '사진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더군요. 이 말은 반대로 대부분의 사진은 예술이 아니기 때문에 예술의 도구로 사진을 하는 사람을 '사진작가'라고 하는 듯하네요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사진은 예술인가요?


사진에 대한 진중한 질문이 담긴 '사진도 예술입니까?'

책 제목만 보고 골랐습니다. 제가 평소에 궁금했던 부분이 사진을 어떻게 봐야하냐의 시선입니다. 사진은 양가적인 시선이 강합니다. 사진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진의 근본이자 기본이 되는 시선은 사진은 기록의 도구라는 재현성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증샷' 자체가 사진의 기록성과 증명력이 뛰어난 재현성 때문이죠. 따라서 사진은 증거 능력이 가장 뛰어나면서도 흔한 도구이자 값싼 도구입니다. 그러나 이 사진이 최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소개될 정도로 예술성도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사진가들이 사랑을 받고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사진 광풍의 시대라고 할 만큼 사진에 대한 소구력이 어느 시대보다 높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사진이 예술일까요?

책이 무척 얇습니다. 저자는 현재 광주과학기술원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 학문인 컬쳐 테크놀러지 분야 연구와 연구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겸임교수입니다. 이력이 아주 독특합니다. 어떻게 보면 성향이 저와 비슷합니다. 이 블로그에 IT쪽과 사진에 관한 글을 많이 쓰는데 2개의 영역을 동시에 관심을 두는 것이 분명 쉽지 않습니다. 또한, 맥락이 참 많이 다릅니다. 

IT쪽은 논리적인 이성적인 영역인 반면 문화 예술은 논리가 아닌 감성의 영역이 많으니까요. 최근에는 감성IT와 IT기술을 이용한 예술이 많아지고 있고 기술과 예술의 뿌리는 같기 때문에 환원적으로 볼 수 있지만 너무 세분화 되어서 동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크게 보면 예술이나 기술이나 항상 새로운 것을 갈구하고 진화가 목표인 것이 생동감 있어서 좋습니다. 


'사진도 예술입니까?'는 책 자체도 독특합니다. 출판사가 한양대학교 출판부입니다. 그 이유는 이 책은 저자의 박사 학위 논문인 '추상적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능성에 대하여'의ㅏ 이론 연구 부분을 단행본 형식으로 수정 보완해서 내놓은 책입니다. 책 자체가 하나의 논문입니다. 그래서 좀 딱딱한 면도 있고 어려운 용어가 나오긴 하지만 책 전체로는 어려운 책은 아닙니다.

제가 다른 분보다 사진에 대한 지식이 많아서 쉽게 읽힌 것도 있긴 하겠지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어렵지 않습니다. 초반에 개념만 잘 잡고 읽으면 같은 주장을 계속 하고 그 농도를 점점 짙게 하기 때문에 모르는 용어는 검색해서 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책은 총 10장의 챕터로 되어 있습니다. 먼저 1장에서는 사진이라는 도구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사진의 탄생과 사진의 가치와 의의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2장부터 사진이라는 시각 도구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3장 도구의 양면성에서는 투명성과 불투명성을 소개합니다. 
여기서 투명성이란 실용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 증거로만 사용하는 재현성만 바라보면 그 사진은 투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증명사진 같은 것이 투명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투명성은 실용적이지 않는 것, 그 것을 통해서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 하나의 상징의 의미(알레고리)로 해석되어서 다의적인 시선이 담길 때 불투명성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숟가락을 밥 먹는데 쓰면 투명하다고 하고 그 숟가락의 맥락인 밥 먹는 용도가 아닌 감상의 용도 예술의 한 도구로 활용하면 불투명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사진은 투명하기도 하며 불투명하기도 합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사진은 기록용으로 사용하면 투명하고 예술이라는 다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사진으로 담으면 불투명하다고 합니다.


<사진작가 이영의 LE BOOK 시리즈>

저자는 공학도 답게 이 투명성과 불투명성 즉 기록의 도구로써의 사진과 예술로써의 사진을 천천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소개합니다. 너무 기계적으로 구분하려고 하는 모습에 약간의 저항감도 생기지만 평소에 우리가 궁금했지만 누구도 속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는 궁금증을 차분하고 진중하고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예술이란 상상력의 개입이라고 보는 시선도 흥미롭네요. 우리가 예술 작품 중에 형태가 있는 구상이나 형태가 없는 추상 예술 작품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 이유는 상상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도 비유하면서 소개합니다. 

시는 1개의 단어에 다의적인 뜻이 있기 때문에 읽는 사람마다 읽는 시기마다 다르게 읽힐 수 있습니다. 그게 다 내 마음을 투영하고 내 마음 속 상상력이 첨부되면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끌어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회화주의 사진에 대한 비판

<사진작가 이영의 LE BOOK 시리즈>

며칠 전에 인사동의 사진 동호회 사진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인데 왜 그림처럼 보이려고 흐리게 찍고 장노출로 찍고 유화처럼 보이게 찍는지 모르겠더군요. 사진은 사진인데 왜 미술이 되려고 할까? 이에 제 블로그에 회화주의 사진과 추상주의 사진을 비판했습니다.

사진은 과학의 시녀고 그 어떤 도구보다 뛰어난 재현의 매체이고 그게 차별성이자 장점이자 단점인데 왜 그림이 되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제 시선이 불쾌하다고 한 분도 봤지만 저의 이런 시선을 계속 유지할 생각입니다. 저자도 저와 비슷한 시선입니다.


문자언어에게 요구되었던 것처럼, 사진이 예술적 표현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모습을 스스로 변형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사진이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일차적 목적인 기록적 재현 수단으로서의 모사 기능을 극복한, 메타 모사로서의 조형언어로 기능할 것이 요구된다. 

<사진도 예술입니까? 중에서>

저자는 회화주의 사진이 아닌 재현성과 기록성을 기본 골격으로 하면서(그게 사진이니까) 세상을 모사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재현성과 기록성이 기호로서 기능하면 기록사진이고 그게 알레고리(은유)라는 다른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메타 모사로 발전 할 때 예술사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죠. 딱 한 가지의 시선으로만 담고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없는 액션 영화는 대중 영화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은유와 상징이 가득하면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를 예술영화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무 자르듯 이건 기록사진, 이건 예술사진이라고 구분하는 것도 썩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분명, 사진을 촬영할 때 기록용, 예술용으로 구분해서 찍는 분들(사진가)이 있기에 이런 구분은 명쾌해서 좋네요. 



예술 사진에 대한 방향

저자는 예술 사진의 방향성을 여러가지로 제시합니다. 회화주의 사진은 그림이라고 비판하면서 사진의 특징인 정확한 모사를 극강으로 끌어 올린 '신즉물주의' 사진을 소개합니다. 


<에드워드 웨스턴의 피망>

위 사진은 '신즉물주의'의 대가인 '에드워드 웨스턴'의 피망이라는 사진입니다. 전 이 사진을 보고 이게 뭐지?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곡선이 많아서 여체를 형상화한 조각인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이 사진은 피망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우리가 흔하게 보는 피망을 극강의 묘사력과 정갈함으로 낯설게 하기에 성공한 작품이죠.

이렇게 흔한 피사체를 다르게 보고 낯설게 보기를 통해서 추상화의 느낌까지 나게 하는 것이 사진의 추상화 또는 사진의 예술적 도구로 활용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러고 보면 예술 사진가 중에 인기 예술가들은 평범한 일상을 상당히 낯설게 느끼게 하는 능력이 강합니다.


예술적 표현으로서의 사진은 양적 시간의 모습을 빌려 질적 시간을 보이고 있다. 

책은 후반에 양적 사진과 질적 시간을 거론합니다. 여기서 양적 시간이란 물리적인 시간으로 셔터 속도를 말합니다. 카메라는 시간을 사진으로 담는 도구죠. 이 시간을 양적(물리적 시간)으로 담고 그 양적 시간에서 질적 시간, 즉 개인적인 감성의 시간을 끌어냅니다. 

그리고 추상 사진에 대한 제시도 하네요. 저자의 주장을 모두 공감하기 어렵다고 해도 왜 우리는 어떤 사진을 보고 예술이라고 하고 어떤 사진을 보고 기록이라고 하는 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물론, 이런 방법론적인 제시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는 없지만 저에게는 큰 공감이 되네요. 저자의 주장은 어쩌면 간단합니다.

있는 그대로 해석되면 기록 사진, 현실을 모사한 사진이지만 그 사진을 통해서 다른 이미지가 떠올려지거나 상상력이 가미되는 사진은 예술사진이라는 구분은 꽤 의미 있게 다가오네요. 추천하는 책입니다. 예술 사진과 기록 사진에 대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한 번 읽어 볼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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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6.06.05 2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을 찍으면서도 고민하게 만드는 책 같군요.
    제 친구 아버지 한 분께서 사진관을 하셨죠.
    그분은 예술이라는 개념보다 기록이라는 가치를 당연히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좀 영향을 받은 것도 있구요~^^

    오늘은 정말 글이 넘 잘 읽힙니다.
    기회가 되면 꼭 구해서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6.06.06 0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찍으시는분들을 비하하는듯한 용어를 많이 보았습니다
    전 아마추어인데도 저 보고 "찍사"라 그러는걸 듣고
    성질 낸적이 한번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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