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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다큐 보도 사진과 예술 사진은 시선의 출발부터가 다르다

by 썬도그 2016.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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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맥커리'의 포토샵을 이용해서 이미지를 보정은 물론 수정까지 한다는 고백을 듣고 정내미가 뚝 떨어졌습니다. 사진 보정이야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다큐 사진작가가 수정을 하는 것은 범죄에 가까운 행동입니다. 이에 신랄한 비판을 제 블로그를 통해서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스티브 맥커리' 사태에 여러가지 의견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가지 의견을 듣다 보니 사진의 수정과 보정에 대한 구분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또한, 포토샵을 이용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포토샵을 이용하는 것은 죄악시 하는 분들을 보면 사진 꼰대라는 느낌까지 듭니다.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은 디지털 사진의 암실인데 필름 시대에서 암실에서 닷징 버닝과 잡티 제거를 꼼꼼하게들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포토샵에서 하면 안 됩니까?

포토샵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은 사진 보정이 아닌 수정에 있습니다. 즉 이미지 합성을 허용하는 사진이냐 아니냐의 차이죠. 그런데 이 포토샵을 사진 보정과 수정 모두에서 사용하다 보니 사진 보정까지 비난하는 시선이 있네요. 그래서 사진 보정과 수정을 예술사진과 보도 다큐사진으로 구분해서 살펴봤습니다. 


표현력을 위해서는 이미지 합성을 허용하는 패션, 예술 사진 

<애니 레보비치가 촬영한 디즈니 달력 사진>

위 사진은 세계적인 패션 사진가인 '애니 리보비츠'가 디즈니사의 의뢰로 촬영한 달력 사진입니다. 세계적인 배우들을 섭외해서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만들었다고 한 이유는 딱 보시면 아시겠지만 포토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고 어머! 저기 저 노루는 저 현장에 없었잖아요. 어머! 뒤에 저 범선 진짜에요? 안 물어봅니다. 누구나 이 사진을 보면 포토샵을 보고 합성한 사진으로 인식을 하죠. 패션 사진은 그렇게 일러스트레이터에 가까운 사진으로 인식을 하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패션 사진에 합성 했다고 지적하지 않습니다. 



<사진작가 Elio Pallard의 사진>

이 사진은 구름과 사람을 합성한 사진입니다. 이런 순수 예술 사진 쪽에서도 포토샵을 이용해서 합성 많이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사진 보고 합성 했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술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자신의 상상력을 표현한 사진입니다. 따라서 합성을 하고 연출을 하던 예술 사진에 포토샵을 이용해서 합성 했다고 누구도 손가락질 하지 않습니다.



사진 합성을 허용하지 않는 다큐멘터리 보도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은 예술적인 미학보다는 재현성 증명이 우선 시 되는 사진입니다. 특히 보도 사진은 구성의 아름다움과 미학적 가치보다 재현성 증명성이 우선입니다. 따라서 예술 사진과 장르가 다릅니다. 다큐멘터리와 보도 사진의 차이점은 보도를 목적으로 하느냐(보도 사진) 아니냐 (다큐 사진)의 차이일 뿐 개념은 비슷합니다. 

'스티브 맥커리'가 현재는 비쥬얼 스토리텔러라고 자신을 스스로 분류했지만 그는 다큐 사진가로 출발했습니다. 또한, 자연 다큐 사진을 담는 '내셔널 지오그래피'를 통해서 전 세계에 자신의 사진을 알렸습니다. 따라서 미학적 가치도 중요하겠지만 사진의 재현성, 증명성이 우선입니다.

그럼 다큐 사진 또는 보도 사진은 어디까지 합성을 허용하며 후보정을 허용하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합성 이야기는 가장 끝에서 하고 후보정부터 적어보겠습니다. 



사진의 콘트라스트 보정도 현실 왜곡이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폭격은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사건을 보는 시선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랐습니다. 이는 신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도 사진의 느낌이 다릅니다. 

연기는 똑같은데 조선, 동아, 매일경제 같은 보수 일간지는 연기를 더 검게 표현했고 진보 성향의 한겨례는 연기를 연하게 했습니다. 즉 보수 일간지는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했고 한겨레는 연하게 했습니다. 사실, 어느 신문사 사진이 바르고 정확한지는 모릅니다. 원본 사진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콘트라스트만 조절하는 것은 사진 조작이 아닐까요? 





위 사진도 비슷한 이슈를 만들었습니다. 오른쪽 사진이 폭격후 도시 건물에서 나오는 연기를 좀 더 진하게 묘사했습니다. 이 사진은 2006년에 촬영한 사진으로 이스라엘과 레바논과의 전쟁에서 레바논이 폭격을 받아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습니다. 레바논 출신의 로이터 사진기자는 조국의 피해를 더 도드라지게 할 목적이었는지 원본 사진(오른쪽)에서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한 왼쪽 사진을 로이터에 전송합니다. 그러나 콘트라스트 조정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로이터는 심한 비난을 받게 되었고 결국 로이터는 이 사진을 삭제합니다. 

이렇게 노출 조정이나 콘트라스트 보정만 해도 비난을 받은 것이 보도 사진의 윤리입니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 본 그대로를 담아야지 이렇게 콘트라스트만 조정해도 비난을 받습니다. 


이런 사진은 또 있습니다. 1994년 미식축구 스타였던  OJ 심슨은 그의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언론은 심슨의 머그샷을 잡지 표지에 담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타임지의 머그샷 사진만 심슨이 더 검게 보이네요. 사진은 같은 머그샷이기에 원본은 동일합니다.

아마 타임지가 흑인이라는 것을 더 도드라지게 하고 싶은 욕심에 콘트라스트나 노출을 낮춘 듯합니다. 말 할 것도 없이 이런 사진 조작으로 사진 조작의 역사에 항상 거론이 되는 유명한 사진이 되었습니다. 

이런 것이 보도 사진 다큐 사진의 사진 윤리입니다. 여기에 예술 사진의 표현의 자유로 포장할 수 없습니다. 같은 사진을 도구로 한 결과물이지만 같은 도구일 뿐 추구하는 세계가 다릅니다. 예술 쪽은 재현성과 증명성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림처럼 작가의 생각과 사상이 중요하죠.  그러나 보도 사진, 다큐 사진은 사진기자의 생각, 언론사의 생각이라는 필터는 허용하지만(사진의 취사 선택) 현장과 촬영한 사진을 과도한 보정이나 수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진기자의 양심 언론사의 양심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보도 사진이 현실을 재대로 담느냐? 그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사진을 취사 선택하는 것도 분명 하나의 거대한 프레임이라는 필터링이죠. 그럼에도 결과물을 가지고 콘트라스트를 조절해서 사진을 왜곡하는 것은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심하지 않으면 노출 조정이나 색감 조정은 할 수 있지 않냐고 생각하지만 보도 사진 윤리는 아주 강건합니다.



사진 합성은 사진 조작이다

이 사진은 2001년 올해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로 선정된 사진입니다. 금문교 앞에서 UH-60 헬기가 구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어가 튀어 나왔습니다. 아주 놀라운 사진이죠. 이 사진은 합성 사진입니다. 2개의 사진을 합쳐서 만든 합성 사진입니다. 


이에 분노한 네티즌들이 패러디로 이 사진을 조롱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분노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속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예술 사진을 볼 때 다큐멘터리 사진을 볼 때 다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같은 사진이라고 똑같은 잣대로 보지 않습니다. 다큐나 보도 사진은 사실 재현성, 증명성이 우선시 됩니다. 따라서 이런 합성과 색조, 콘트라스트 보정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위 사진은 니콘 싱가포르가 지난 1월 사진 공모전에서 1등을 한 사진입니다(위), 그런데 한 네티즌이 사진 합성의혹을 제기했고 많은 패러디가 나오자 당혹스러워한 니콘은 사과를 하고 1등 수상을 취소 했습니다.

왜 수상 취소를 했을까요? 예술 사진으로 보면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요. 그러나 우리는 이런 사진을 볼 때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봅니다. 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기다렸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런데 비행기가 지나가길 기다리지 않고 아예 지나가지 않는 곳에서 촬영한 후에 비행기를 오려 넣은 모습에 강한 배신감을 느낍니다. 

이렇게 같은 사진이지만 우리는 다큐 사진과 예술 사진을 다른 시선으로 봅니다. 결과물이 같다고 똑같이 보지 않습니다. 그럼 이런 의문이 듭니다. 사진전에 합성한 사진도 합성하지 않는 사진이 섞여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서 5년 전 대형 사진공모전에서 입상한 사진전시회를 봤는데 풍경 사진과 합성 사진을 마구 마구 섞어 놓았습니다. 

보통 풍경 사진을 주로 전시하는 사진공모전으로 알고 있는데 사진들 틈틈히 합성한 사진이 많이 보여서 당혹스러웠습니다.  제가 그걸 알 수 있었던 이유는 포토샵을 이용한 합성한 티가 너무나도 나는 사진이 꽤 많이 보였습니다. 이후 그 사진전 쳐다도 안 봅니다. 

이런 제 시선에 반론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포토샵을 이용해서 합성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죠. 네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관람자가 오해하지 않게 합성 사진 부문을 개설하고 합성 사진상을 만들라고 대꾸했습니다. 구분하고 밝히면 다큐나 보도 사진이 아니라면 사진 합성한 것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보도 다큐 사진의 합성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포토샵 이용하는 것조차 불경스럽게 생각하는 분들이 꼭 있습니다. 포토샵 이용하세요?라고 놀라는 분들이 있죠. 포토샵은 죄가 없습니다. 포토샵으로 후보정 하는 것은 권장해야 합니다. 문제는 사진의 보정이 아닌 수정입니다. 



사진 보정과 수정을 구분해야 한다

보도 사진계에서 콘트라스트 조절만 해도 노출 조절을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하면 문제가 발생하지만 그런 일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 콘트라스트 조절이나 색감 보정이나 잡티 제거 정도는 괜찮다고 봅니다. 그럼 어디까지 보정해야 하나의 고민이 생기죠.


위 사진은 원본 사진입니다. 노출 편차가 커서 하늘이 하얗게 날아가서 먹구름이 하나도 보이지 않네요. 그러나 제 눈으로 봤을 때는 먹구름도 보이고 참 예쁜 풍경인데 카메라로 담으니 하늘이 노출이 날아가 버렸네요. 내가 본 것과 촬영한 사진이 달라서 당혹스러운 적이 많죠? 그건 우리 눈이 카메라보다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이나믹 레인지라고 하는 노출 편차가 심한 환경이나 피사체를 카메라는 다 담지 못하지만 눈은 다 담습니다. 

이렇게 노출 편차가 심한 사진은 노출 브라케팅을 하거나 HDR 모드로 촬영하면 어느 정도 먹구름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아니면 이렇게 라이트룸이나 포토샵으로 특정 부분만 노출을 조절해서 먹구름까지 담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정도의 후보정은 많이들 합니다. 색조 변경도 하고요. 잡티 제거도 마찬가지고요

그럼 어디까지 후보정을 하는 것이 나을까요? 구본창 사진가는 내가 본 것 그대로 하는 것이 후보정의 최대치라고 말했습니다. 공감이 가더군요. 여기서 더 보정을 하면 이질적으로 느껴지고 보는 사람은 단박에 사진 같지 않다고 외면을 합니다. 마치 화려함만 강조하는 네온싸인 같아지죠. 

보정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따라서 각자 자기 기준에 맞춰서 노출, 색조, 화이트밸런스, 잡티 제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수정하는 것은 도덕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제가 스티브 맥커리의 색조 보정, 채도 보정, 콘트라스트 보정한 사진은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맥커리의 주장대로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는 조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용납이 안됩니다. 

축구공을 차는 소년(주 피사체) 뒤에 다른 소년이 방해가 된다고 지우면 이건 보정이 아닌 수정입니다. 보정과 수정의 큰 차이는 이미지를 지우고 넣고 하는 행위가 없고 있고의 차이입니다.  예술 사진을 추구한다면 합성 이용하세요. 단, 누구나 그걸 합성했다고 알 수 있게 하던가 적극적으로 이 사진은 합성이다라고 알려야 합니다. 그게 관람자를 속이지 않는 행위니까요. 

그러면 모든 논란이 선명해집니다. 예술 사진에서 합성이 죄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걸 숨길 때 문제인 것이죠. 
우리가 맥커리 사진에 분노하는 것은 그가 유명한 다큐 사진가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난 '비쥬얼 스토리텔러'라면서 좀 더 자유로운 예술 쪽 사진가로 인식하길 바라는 모습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그의 사진을 다큐로 바라봤는데 갑자기 전 예술가인데요?라고 하니 황당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간 중간 처음에는 다큐 사진가였지만 전 점점 예술가 비쥬얼 스토리텔러로 변해가고 있다고 수시로 틈날 때마다 알렸어야 합니다. 그러면 아! 이 사진가는 점점 장르가 달라지는구나 했을텐데요. 그런데 그런 변화를 갑자기 지어낸 이름처럼 말하니 화가 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비쥬얼 스토리텔러'가 급조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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