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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사회적 살인이다

by 썬도그 2016.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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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만 어떤 사건은 며칠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 있습니다. 
구의역에서 일어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사망한 수리 기사의 사망 사건은 참 마음을 무겁게 하네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10년 전부터 스크린도어가 나온 것으로 기억됩니다. 스크린도어가 등장한 이유는 자살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전철에서 투신하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한국이 자살율 1위인 것은 잘 아시죠? 이러다보니 전철에서 한강 다리에서 투신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에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를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스크린도어는 전철이 올 때만 문이 열리기 때문에 투신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설치비가 많이 들어가서 어렵다고 했는데 광고를 유치하고 국산화를 통해서 저렴한 가격에 설치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오면서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 시작합니다. 서울메트로를 시작으로 코레일이 운영하는 1호선까지 설치가 되었습니다

금천구청역 같은 경우는 아직도 스크린도어가 없지만 대부분의 지하철과 전철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풍선효과가 있지만 확실히 전철에서 투신하는 분들이 줄었습니다.


너무 싼 유지보수비가 부른 재앙이 아닐까?

이제 스크린도어는 안전을 넘어서 대형TV를 붙여 놓은 광고판 역할과 생활 정보를 뿌리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업체는 큰 돈을 못 벌었나 봅니다. 아니 설치 업체는 큰 돈을 벌었어도 그걸 관리 운영하는 유지보수 업체는 큰 돈을 못 벌었는지 직원들이 혹사를 당하나 보네요.

사망한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기사는 19살의 나이로 유지보수 업체에 입사를 합니다. 이 업체는 서울메트로 관할 121개 스크린도어 설치역 중에 97개역 스크린도어를 유지보수를 맡고 있습니다.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10명 밖에 안 되는 인원으로 50개 역을 맡을 정도로 근무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점심을 제대로 챙겨 먹기도 어렵습니다. 
제가 이 죽음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저도 비슷한 일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초중고등학교에 있는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A/S 기사일을 한 5년 해 봤습니다. 하루 하루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재미가 좋았지만 박봉에 점심을 제대로 챙겨 먹기 어려울 정도로 일정이 빡빡했습니다. 다른 학교에서 A/S를 하고 있는데 당장 튀어오라며 소리 소리 지르는 학교 선생님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비상 버튼을 누르면 출동하는 삼성전자 A/S 같은 존재로 알고 있습니다. 세상 이치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최고의 서비스를 받으면 그게 최고가 아닌 평균이라고 생각합니다. 앞 뒤 다 짜르고 니들은 왜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A/S를 못하냐고 윽박지릅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할 말이 없습니다. 

대놓고 삼성전자 PC가 비싼 이유가 그 PC 가격에 유지보수비까지 포함된 것이고 유지보수 인력이 많아서 버튼 누르면 튕겨 나오듯 갈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는 사장 호출까지 갑니다. 
그러니 점심을 포기하고 호출한 학교에 출동합니다. 

제가 그 유지보수 업체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은 이렇게 사는 것이 사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까지 학교에 남아서 서버를 고치는 모습에 환멸이 느껴지더군요. 그날 A/S를 어느 정도 소화하지 못하면 A/S가 계속 밀리기 때문입니다. 그럼 삼성전자처럼 유지보수 인력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합니다. 그건 속 모르는 소리입니다. 

한 학교에서 나오는 유지보수비가 너무 싸서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없습니다. 유지보수비가 현실적인 가격이 되어야 정기점검도 하고 A/S 요령도 알려드리고 간단한 교육도 해드릴 수 있는데 그게 불가능합니다. 유지보수비가 싼 이유는 간단합니다. 교육청에서 저가 입찰로 공사를 했고 이후에도 A/S 비용 예산을 터무니 없이 낮게 책정했기 때문입니다. 그 유지보수비로는 삼성전자 A/S처럼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중소업체들이 학교 네트웍망과 서버 A/S를 하려고 했습니다.

중소업체들은 일단 초중고 서버 네트웍망 유지보수를 따내서 학교와 인연을 맺고 학교에서 사용하는 소모품을 납품하는 등으로 얻는 수익이나 다른 학내망 공사을 따내서 부족한 돈을 벌충하려고 했습니다. 이러다보니 A/S도 하면서 동시에 영업도 해야 했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잘은 몰라도 19살 유지보수 기사분도 열악한 근무환경인 것을 보니 유지보수 먹이사슬의 가장 말단에 있었던 것 같네요. 서울메트로는 우리 지시 없이 연락도 없이 혼자 수리하다가 사고 났다고 발뺌을 하려고 합니다. 네 겉모습만 보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선형적으로 생각하면 이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구조를 살펴봐야 합니다.


3번째 일어난 사고. 유지보수의 구조부터 바꿔라

스크린도어 수리하다가 사망한 사건은 이번이 3번째입니다. 이는 실수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그 어린 나이의 기사님이 절차를 몰라서 역무원 실에 들려서 보고를 안 했을까요? 그럴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안 했던 것이죠. 가방에 컵라면 넣고 다닐 정도면 얼마나 바쁘게 일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도 학교 A/S를 가면 서버실부터 들려서 서버 고쳐 놓고 나오면서 선생님에게 전화 드려서 다 해결했다고 하고 나올 때가 꽤 있었습니다. 교무실 들리거나 교실 들려서 인사하고 지시받고 고치고 다 끝내고 인사 나누고 악수하고 서로 안부 묻고 지내는 것 누가 모릅니까? 그게 사람 사는 맛이죠. 그런데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몇년 전 주말에 초고속인터넷 설치 기사님이 오셔서 초고속인터넷망 설치를 했습니다. 제가 옆에서 도와주니까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그런데 전화를 받으시더니 한 참을 한 숨을 쉬시더라고요. 한 할아버지가 당장 튀어오라고 계속 쌍욕을 했나 봅니다. 제가 다독였습니다. 한국은 유지보수 기사를 무슨 하인 다루듯합니다. 어디 고객만 그럴까요? 회사도 제품 제조업체가 직접 고용한 기사가 아닙니다. 외주를 줍니다. 

그 서비스 좋다던 삼성서비스도 외주업체라고 하더군요. 삼성이 이럴진데 대부분의 기업이 귀찮은 부분, 뒷수습을 해야 하는 서비스를 하는 분들은 직접 고용이 아닌 간접 고용 행태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서울메트로가 어떻게 유지보수를 운영하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그런데 제 경험으로 보면 이번 사건은 열악한 근로 환경을 만들 수 밖에 없는 무슨 구조적인 문제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유지 보수 저가 입찰로 인해서 박봉에 적은 인력으로 유지보수를 하다 보니 2인 1조 점검을 어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며칠 전에 독산역에서 전철을 타는데 스크린 도어 유지보수를 하더군요.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니 2명이서 수리를 하고 뒤에 독산역 직원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게 정석이죠. 독산역은 코레일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지보수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유지보수는 분명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유지보수 비용이 너무 쌉니다. 건물 유지보수, 서버 유지보수,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유지하고 보수를 하는데 기업과 학교와 관공서가 너무 적은 돈을 주다 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지보수 기사님들의 연봉에 반영됩니다. 적은 연봉에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니 누가 오래 하려고 하겠습니까. 

유지보수를 저가에 수주하고 여기에 뇌물까지 주는 관습이 요즘도 계속 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 좀 뜬금 없지만 택배비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택배비 저가 수주를 보면 딱 유지보수 업체들의 저가 수주가 떠오르네요. 그러니 요즘 택배 기사님들 벨 누르고 문 앞에 놓고 가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모습에 화도 못 내는 것이 택배 저가 수주 경쟁이 원인인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제 말고 도저히 그 돈으로 유지보수 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라는 시선이 많아져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네 자본은 무한경쟁만 강요하고 있습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던가! 너 말고 할 사람(업체)는 많아라고 쌀쌀맞게 말하죠. 그런데 그 피해는 업체를 넘어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택배 서비스 질이 계속 떨어지는 이유를 헤아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 좀 더 질 높은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이번 19살 꽃 같은 나이에 사고로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저지른 사회적 살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메트로는 이번 사건을 되집어보고 유지보수 업체의 실태를 제대로 좀 파악했으면 합니다. 
그러나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변했으면 벌써 변했겠죠

더이상 목숨걸고 근무하는 기사님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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